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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정착 성공 여부는 초기 정착기에 달렸다
데일리NK 2017-11-03 15:49:10 원문보기 관리자 3576 2017-11-14 20:56:53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는 3만명을 돌파했다. 1990년대 경제난 초기 입국자수는 겨우 수십명에 불과했지만, 경제난이 지속되던 2000년대 초에는 1,000명대를 넘어섰고, 그 이후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탈북이 더해지면서 2009년에는 2,900명이라는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입국자수는 절반으로 감소했고 북한으로의 재입북자수는 증가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0월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재입북 여부가 확인된 탈북민이 26명이라고 공식확인했다. 10월 중순 중국으로 출국해 연락이 두절된 30대 부부까지 합치면 숫자는 2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거주지가 미확인된 탈북민들 중 재입북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로 그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올해 종편채널에 출연하여 얼굴과 이름을 알렸던 임지현씨(본명 전혜성)와 10월 언론에 재입북으로 떠들썩한 30대 부부, 인민군 중사 출신으로 재입국하려다가 구속된 이모씨는 모두 2014년에 입국한 탈북민이다.

2012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한 김광혁-고정남 부부와 2013년 기자회견을 한 김광호-김옥실 부부는 2009년에 입국하고 2012년에 재입북한 케이스다. 김씨부부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왔던 고경희씨는 2011년 입국하고 2013년에 재입북 했다. 이처럼 최근 언론에 노출된 재입북자들의 공통점은 한국에서의 정착기간이 3년 이하인 정착초기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재입북 사례는 탈북민들의 초기적응에 대한 지원정책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탈북민의 정착주기를 정착초기, 적응기, 정착기로 구분하면 정착초기는 약 1~5년, 길게는 7년으로도 볼 수 있다. 탈북민의 정착초기 기간은 개인별 특성(재북시 학력과 경력, 가족의 동시입국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보호기간인 5년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탈북민들은 입국할 때 새로운 땅에서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게 잘 살아보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좌절과 포기를 경험할 때가 적지 않다.

필자의 경우도 입국 1년차부터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했으나,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한국에서의 적응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이민 갈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마음을 터놓을 사람도, 어려움을 토로하며 미래를 함께 구상해볼 사람도 없으니 망망대해에 떠있는 쪽배와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사회에 대해, 진로에 대해 조언을 전혀 해줄 수 없는 고향사람들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중에도 한국에서의 정착을 포기하고 영국행을 택한 이들이 적지 않다.

선배 탈북민으로 많은 조언을 받으려고 의지했던 이모 씨의 가족도 2002년 입국하여 2006년 영국으로 떠났으며 하나원 동기로 한 아파트에 정착했던 최모 씨도 같은 시기 영국행을 택했다. 이들은 보호기간 5년이 채 안된 정착 초기자들이다. 그만큼 초기정착이 어렵다는 뜻이다. 자발적인 재입북이든, 유인 납치든, 제3국으로 탈남한 이들은 초기정착의 실패자이다. 이런 의미에서 탈북민 정착에서 초기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탈북자 정착은 한국인들이 취미로 즐기는 산행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혼자 산행하는 사람들의 경우 여럿이 산행하는 사람들과 달리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나 혼자라도 끝까지 인내하여 거의 정상을 바라보는 지점까지 가게 될 경우 포기하고 돌아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행을 떠났다가 포기하고 돌아서는 지점을 보면 초입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다. 산행을 위해 잘 준비하고 떠났지만 아직 익숙치 않아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차오고 너무 힘들다. 그때 혼자라면 쉽게 포기하지만, 여럿이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끝까지 정상에 오르게 된다. 탈북민의 정착도 이와 유사하다. 힘들고 지칠 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면 인내하면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탈북민들이 한국사회 정착을 포기하지 않도록 초기정착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심한 지원책을 고심하여야 한다. 탈북민에 대한 지원정책은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수차례의 개정을 통해 지원에서 자립자활로 그 방향이 전환되었다. 입국하면 주거지원 제도를 통해 임대아파트를 알선해주고 거주지보호담당관을 통해 신변안전을 보장해주며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35세 이하의 탈북민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무관심이다. 북한은 아직까지도 이웃 간에 서로 인사하고 소통하면서 살고 있고 직장동료간에도 서로 챙겨주는  문화가 남아있다. 그런 사회에서 살다온 탈북민들이 입국 초기 너무 다른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기는 매우 어렵다. 지난 10월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 고독사(孤獨死) 한 탈북여성 김모 씨의 사례가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은 북한 주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식 통일을 이끌어내는 시금석이다. 정부는 초기정착 과정에서 탈북민들이 제3국이나 재입북으로 탈남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자매결연’을 비롯한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어주는 지원책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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