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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남북이 함께 쓰는 말이지만…
Korea Republic of 관리자 1 25254 2009-07-20 20:57:56
서울에 와서 해마다 7월이면 가급적 한번은 꼭 전쟁기념관을 찾는다. 혼자 와서 자료수집과 작품구상을 하며 가끔은 가족나들이 형식으로 오기도 하는 이곳이 사색과 휴식이 필요한 나에게는 명당 중의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토요일 고1인 아들과 함께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아빠! 또 여기예요?" 특별한 경우 휴식의 쏠쏠한 재미를 주려 가끔은 행선지를 비밀로 하는 나에게 아들 녀석이 던지는 퉁명스러운 불만이다. 가족과 함께 찾은 것만 벌써 세 번째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왜? 재미없어?"라는 말에 고개만 끄덕이는 아들에게 내가 계속했다. "아빠는 벌써 열 번 가까이 오는데 이상하게도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거 있지? 왜 그럴까?"라는 나의 말에 곧 나온 아들의 한마디. "아빠는 작가잖아요?"

올 적마다 새삼 드는 생각이지만 정문으로 들어서 연못을 지나 평화의 광장에서 웅장한 본관 건물과 좌우의 회랑을 한눈에 담으면 흥분된 가슴에서 뭉클함이 솟구쳐 오른다. 넓은 광장 위에 조화롭게 배치된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여러 조형물의 숭엄하고 생동한 모습에서 숙연함을 금할 수 없다. 외장이 천연 석조형의 웅장한 전시실 안은 햇빛과 조명이 잘 어우러져 소장된 귀중한 자료들과 유품들이 질서정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뭔가 유심히 혹은 대충 보기도 하던 아들이 느닷없이 이런 말을 꺼낸다. "참! 아빠 책을 보니 평양에도 '전쟁기념관'이 있다고 하던데 어떤 곳이에요?"

내 고향 평양에도 전쟁기념관이 있다. 정확한 이름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인데 약칭으로 '전승기념관'이다. 평양시 서성 구역의 풍치 아름다운 보통강 기슭에 각각 5층과 3층 규모의 본관, 별관으로 1974년 4월에 현대적으로 건립되었다. '전승기념관!'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한다는 취지에서는 맞는 이름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비정상적인 엉터리 이름이다. 세상 사람들과 후대에 비난받아 마땅할 피의 동족상쟁에서 누가 이기고 진 것도 없는데 뭐 그리 큰 자랑거리라고.

주민들의 혁명사상교육장인, 불량 간판의 이 기념관 안에 전시된 자료와 유물들은 모두 당대 최고의 가치를 가진 수준급이라고 선전하지만 관람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전쟁 발발의 원인과 교훈 등은 모두 거짓과 가짜, 엉뚱한 것들이다. 그리고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기념관 안팎으로 여러 문화·휴식 시설이 있지만 여유롭지 못한 생활난으로 개별적으로 오는 관람객들이나 시민들의 모습이 흔치 않다.

전시실을 나와 전사자들의 명예로운 이름이 새겨진 회랑을 지나 아들과 나는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그늘진 곳의 벤치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지난 한국전쟁에서 이 땅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자신의 귀중한 생명까지 모두 바친 우리의 호국영웅들이 아니었다면, 너무나 소중한 자유민주주의를 비싼 값으로 산 그들의 영혼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을까?

평화! 남북이 똑같이 쓰는 명사이며 비록 완벽하지 못하지만 실제 존재한다.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해볼 테면 해보자." 이것이 평양에서 가졌던 나의 평화관이다. 그러나 내가 서울에서 느낀 평화는 다르다. "어떤 이유든 동족의 피를 보는 전쟁만은 피하고 서로가 화합하여 번영하자"는 내용의 뜻이 강하다. 논리적으로 봐도 서울에서 느낀 평화의 정석이 옳다고 본다. 평양의 말대로라면 평화를 지키려 전쟁도 불사한다는 논리인데, 글쎄? 민족이 없어진 다음 평화가 필요할까?

눈부신 비단보자기 안에 담긴 오물 쓰레기, 인권의 불모지 평양에서 살던 내가 이곳 서울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혹시라도 평화에 대한 중독성에 빠질까 늘 걱정이다. 하여 매해 7월이면 전쟁기념관을 찾는다.

2009년 7월 17일 림일 /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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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족 2009-07-21 16:54:24
    너무 훌륭한 생가과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존경합니다.
    이 민족이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탈북민들의 노력또한 중요하지요
    평화,,, 이 두글자에 얼마나 넓고 깊은 뜻을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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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ksk 2009-07-21 21:51:38
    언젠가 문화일보에서도 림일 작가님의 칼럼을 보았는데...
    역시 문필가이시네요... 앞으로도 좋은 신문에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
    그래야 우리 새터민들이 이 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가지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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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 2009-07-21 22:44:31
    전쟁 참전자 국민모두가 정치을 떠나서 다 영웅이죠
    국민이 죽음을 당하는것은 정치인들의 도박때문이지요
    과거는 과거뿐 앞으로 토일은 대국의 눈치가아니라
    우리민족이 사멸되지않고 평화적으로 통일해야합니다
    지금도 정치인들은 정신을 못차리고 동북삼성과 남북을 갈라놓고도
    책임 못느끼고 좌파 우파로 몰아가면서 쟁탈전을 벌이죠
    우리는 그무엇에도 지우치지않고 정신적 자각을 가지고 평화적 통일해서
    부모형제 꼭 만나야해요
    전쟁은 우리민족이사멸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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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새벽 2009-07-22 18:21:04
    지난번 한정협 조찬기도에서 간증도 잘 듣고 구입한 책도 잘 보았습니다. 선배님이 쓴 책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조찬기도회도 오실거죠? 책 두권 구입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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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은님 2009-07-23 19:31:31
    짧은 글 속에 무거운 의미를 담았네요... 평화라는 이름이 이렇게 남북이 다른줄 몰랐어요. 긍정의 눈으로 보는 작가님의 평화관을 극찬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곳에서 좋은 글로 오래 활동하시기를 바랄게요...
    통일이 되면 북한 동포들에게 훌륭한 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북자 모두가 말이지요...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사선을 넘어온... 그리고 용감한 투사들... 역사가 평가하리라 봅니다. 참! 통일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기회가 되면 작가님의 통일생각도 글로 한번 발표해주시면... 조은님 조은글 잘 보았습니다. 림 작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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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디 2009-10-14 09:02:52
    북한인이,"전쟁은 원하진 않지만 결코 두려워 하진 않는다"이런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아주 무섭군요. 북한인들은 만약 전쟁이나면 자기네 말대로 모드 떨쳐나가서 수령을 위해서(장군님을 위해서) 죽을 각오로 싸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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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찡까우바 2010-02-13 17:47:33
    한국 힘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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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처럼 2010-05-01 14:23:19
    어서 빨리 평화통일이 되어서 이 땅에 진정한 민족 대화합의 축제가 열리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어떤 명분으로든 '전쟁'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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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합니다 2010-05-03 11:37:09
    안타깝지만 이제 북한을 한민족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 난민 모두를 중국에 던지고

    북한 땅만 원할뿐입니다

    착각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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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시오 2010-05-15 18:23:14
    전 한국태생이지만 당신같이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군요..
    힘들겠지만 당연히 같이 가야할터.. 실망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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