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현대문명의 부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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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의 눈에 비낀 현대문명의 부작용 내가 살던 마을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국경연선이다. 나는 압록강 건너에서 휴대폰(중국인들은 혹은 라 부른다.)으로 서로 통화 하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참 많이 부러워했었다. 임의의 장소에서 세계 어느 나라와도 통화 할 수 있다는 휴대폰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온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 되어 가고 있는 21세기에 현대문명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북한사회가 그냥 답답하기만 하였다. 언젠가 산에 나무 하러 갔던 우리 동네 사람이 얼어 죽은 일이 있었다. 나무를 실은 썰매와 함께 골짜기에 굴러 떨어져 부상을 입은 채 눈에 묻혀 얼어 죽은 것이다. 온 동네가 떨쳐나 찾았으나 시신도 못 찾았다. 휴대폰이 없는 세상이고 보니 아무리 육성으로 부르며 찾아도 그가 어디에 있는 지 가늠이 가지 않았고 설사 그가 들었다 해도 그의 대답이나 신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봄이 되어서야 눈이 녹은 뒤 약초 캐러 다니는 사람들에 의해 우연히 시신이 발견 되었다. 만약 그 때 북한주민들도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더라면 그 사람이 구출 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한에 와 생활하는 지금 휴대폰을 몇 번씩이나 더 좋은 것으로 바꾸어 가며 쓸 때면 현대문명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휴대폰 없이 단 하루도 살 것 같지 못하다. 간혹 휴대폰을 사무실이나 집에 두고 나오는 때가 있으면 한 시간도 견디기 불편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휴대폰과 같은 현대문명의 성과가 늘 우리에게 편리함과 같은 좋은 측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한사회에 갓 진입한 탈북자들은 처음부터 휴대폰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낯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불법 광고들에 속아 피해를 보기도 한다. 휴대폰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전파를 통하여 장소에 관계없이 편리하게 이어 주는 참 좋은 생활의 ‘벗’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람들 상호 간에 가끔씩 오해를 가지게 하는 ‘우환거리’가 되기도 한다. 통화중에 밧떼리가 다 방전 되어 저절로 끊긴 것을 두고 듣기 싫어서 일방적으로 끊은 것으로 오해 받을 때도 있고 작업 중이거나 회의중이여서 전화 받지 못한 것을 두고 억울한 욕을 먹기도 한다. 휴대폰에 장착 된 카메라로 아무나 찍어 보는 습관이 붙은 한 탈북청년은 지하철에서 장난기가 발동하여 괜히 이상한 촬영을 하다 걸려 진땀을 뺀 일도 있다. 그 때문에 함께 있던 동료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보이게 되어 그들과의 관계가 어색하게 되었다고 한다. 휴대폰으로 인한 부작용은 특히 가정생활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전화를 왜 받지 않았는가 하는 부부의 다툼이 잦을 날이 없는 집들도 있고 서로의 휴대폰을 ‘조사’하느라 싸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휴대폰을 내동댕이치며 싸우다 못해 점점 오해의 골이 깊어져 이혼계선까지 가는 부부도 보았다. 차라리 휴대폰이라는 물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휴대폰이 없는 북한에서의 생활이 오히려 마음 편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가 이미 쓰던 휴대폰을 페기하고 새로 나온 영상폰을 사자고 하여 샀더니 그것이 자기를 얽어매는 통제수단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아내로부터 영상전화를 걸어 와 받고 보면 자기주변을 비춰 보라고 한다는 것이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모니터링 하려는 아내의 깜짝 수에 보기 좋게 속았다는 것이다. 며칠 후 그는 아내가 사 준 영상폰을 깨버리고 아내에게 잃어 버렸다고 거짓말을 한 다음 이미 쓰던 휴대폰을 다시 개통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들통 나 부부가 밤새도록 싸웠다. 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남한에 와서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문명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취향, 사회적 환경에 따라 때로는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탈북자의 눈에 비낀 현대문명의 모습은 늘 좋은 것만이 아니고 때로는 불편한 면도 적지 않다. 인간의 지능이 고도로 발달하여 아무리 훌륭한 물질적 수단들이 쏟아져 나온대도 사회의 건전한 정신문명의 발전을 동반하지 않는 한 인간의 행복지수가 높아 질 수 없다는 사실을 탈북자들은 직접 부딪치며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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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데 몸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정필님. 남의 얘기가 아니네요.
저도 한번은 뜬금없이 아내가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바꿔줄까?'라며 묻더군요. 원래부터 핸드폰 등에는 욕심이 없는지라 '뭐, 별로~~'하며 말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바로 글 중에도 나오는 '영상폰'이었더군요.
ㅋㅋㅋ 하마터면 감쪽같이 당할 뻔 했습니다.
영상폰의 경우, 대개 남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하게 되어 있죠.^^
그래서 요즘은 이런 불쌍한(?) 남편들을 위해서 마치 다른 곳(예를 들어, 사무실이나 도서관 등)인 것처럼 꾸며 놓은 '업소'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참 재밌는 세상입니다.
가르치려고 들지 마라!~
니가 다 잘난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