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으면 주민이 죽는 북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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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해마다 3월 2일을 식수절(우리의 식목일)로 정하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나무심기에 동원하고 있다. 시(市) 군(郡) 산림보호소의 총지휘하에 각 지역 산림보호원들은 민둥산들을 각 기관·기업·학교 등 단위별로 배정해 나무를 심게 한다. 생존력이 강한 이깔나무·잣나무·아카시아 나무 등 묘목 수십 그루를 개인별로 등에 메고 개인들이 개간한 뙈기밭은 물론 민둥산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나무를 심는다. 식량난이 본격화되기 전인 1990년대 이전부터 농촌지역의 대다수 사람은 야산을 개간해 뙈기밭을 불법 경작하고 있었다. 산림보호원들은 나무심기가 시작되면 뙈기밭에 우선으로 나무를 심게 한다. 나무를 심다 보면 일부 아줌마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들이 애써 개간한 땅에 나무를 심는 것은 자신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과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해에 나무심기에 나서면 뙈기밭에 심어진 나무들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 매해 그런 식으로 나무심기가 반복된다. 지금 북한의 산들이 모두 벌거숭이가 된 것은 식량난과 에너지난 때문이다. 땔감을 나무에 의존하는 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데다 연료난으로 대다수의 트럭이 목탄차로 개조되면서 나무들이 무차별적으로 베어져 목탄(木炭)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목탄차들이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군용 차들은 모두 휘발유나 디젤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전투용 트럭을 제외한 일반 군용 트럭도 목탄에 의지하고 있다. 목탄차 한대를 굴리려면 해마다 산 하나는 벌거숭이가 된다. 목탄용 고급목재인 참나무·물푸레나무·자작나무 등 깊은 산 나무들은 무자비하게 베어져 목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북한의 자동차들은 이미 나무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에 1990년대 식량난 이후 이제 뙈기밭은 필수 생존수단이 됐다. 웬만한 야산은 이미 뙈기밭에 점령당했고 깊은 산에도 뙈기밭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산림보호원들이 당국의 지시를 받고 아무리 단속해도 생존권이 걸린 대다수 주민의 몸부림은 막아낼 수 없다. 정부가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겠다고 하자 북한이 "나무를 심게 해줄 테니 쌀을 달라"고 해 많은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정부가 산림녹화를 우선 교류협력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이는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북한 주민들의 민심만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북한의 민둥산들은 북한 당국이 녹화사업을 할 능력이 없어서 방치된 것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나무를 때고, 굶어 죽지 않으려고 산에 뙈기밭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에 만들어진 뙈기밭에 나무를 심어놓고 당국의 감시·감독이 강화된다면 인민들의 분노는 커지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산림녹화를 위해선 석탄 등 에너지 지원을 먼저 해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줄여주는 것이 더 급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해결돼야 산림녹화도 가능하다. 김정일 정권이 변화해 개혁·개방만 시행한다면 먹는 문제와 에너지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도 있다. 북한의 민둥산 녹화사업은 김정일 정권이 변화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NKchosun - 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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