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려준 고마운 친구 김00(탈출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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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성찬 내가 공장을 도망쳐 빠져 나온 것은 오전 7시 50분을 지나고 있었다.매일 다른 사람들도 마찬 가지겠지만 나도 새벽 6시 30분에 출근하여 정문에서 출근표 도장을 찌은 후 사무실에서 사무정리를 하던중 갑자기 배가 아파 변소에 갔다가 사건이 터졌고, 다시 사무실로 찾아가기는 불가능했다. 국가보위부라면 우는 아이도 뚝 그칠 정도로 그 공포는 대단하다.그들은 모두 대학을 나온 배운 사람들로서 악질중의 악질이다.인민들을 파리 목숨만큼도 생각지 않는 인간백정이며 반드시 저주를 받아야 할 인간 쓰레기들이다.그들에게 한번 잡히면 없던 죄도 날조되고,하루 아침에 남조선 안기부의 사주를 받은 간첩으로 둔갑된다.그만큼 보위부란 존재는 두려운 곳이기도 하다. 나는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청진을 탈출하여 겨우 회령에 도착하였다.그런데 회령에는 당시 중국쪽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검열원들과 규찰대원들이 여기 저기 숨어서 지키고 있다가 수상하면 무조건 세워 공민증 검열을 하고는 인근 소학교(옛 인민학교)로 끌고가 아무 이유도 없이 먼저 폭행부터 하기 시작했다.내가 타 지역에 산다는 것이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지고 배낭을 빼앗아 물건들을 사정없이 책상에 쏟아 놓고는 저들이 나누어 가졌다.옷 속이나 견드랑이 심지어 빤쯔(팬티)까지 돈이 있나 검열하는데 정말이지 인권이란 찾을 수 없다.여기에는 남자,여자,어린이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새댁 아주머니는 업고 있던 아기를 강제로 내려놓고는 규찰대원들이 아기가 입던 옷속을 뒤져 숨겨놓은 돈을 빼앗기기도 했다.같이 잡혀 조사를 받던 한 사람이 항의를 하자 그 순간 여기저기서 주먹과 몽둥이가 날아들어 반쯤 죽여 놓더니 그를 아예 기를 꺾어 놓았다.오후 4시경 보안원들과 보위부원이 학교 교실에 들어서자 어느새 순한 양처럼 아부아첨을 하는데 규찰대원들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우리들에게는 말도 못하게 눈을 부라리며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아니라고 하라고 협박을 하였다.자기들이 우리들의 물건이나 돈을 꿀꺽하고는 보위부원들에게는 뇌물로 우리들에게 빼앗은 돈을 주고 있었다. 교실 옆 창고로 끌려간 나와 다른 사람들은 며칠동안 한 끼도 못먹고 물도 못 마셨다.아기는 배고프다고 울기만 하는데 규찰대원들은 눈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어느 사람은 너무 목이 말라자기 소변을 받아 마시기까지 했다.하지만 목은 계속 타들어 갔다.밤에는 규찰대원들이 잠도 못자게 했다.잠깐 눈을 붙이면 가지고 있던 몽둥이로 사정없이 후려치고,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일주일 뒤 보위부원 두 명이 오더니 “오늘은 자도 좋다”고 했다.그러자 모두 금방 잠에 골아 떨어졌다.아기가 계속 보채자 새댁 아주머니는 잠도 못자고 왔다 갔다 하면서 얼리고 달래느라 지쳐 있었다.잠을 자다가 몇 사람씩 끌려나갈 때마다 아우성이 들렸다.그곳에서 누구는 포승줄에 꽁꽁 묶여 잡혀가고 누구는 풀려나고 있었는데,잠을 자게 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공포가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나는 잠을 자는 척 하면서 창고 구석을 눈여겨 바라 보니 돌멩이가 눈에 띄었다.나는 그 돌멩이를 슬그머니 손에 들었다.보위부원 두 명이 나와 아주머니와 다른 두 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더니 변소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기회는 이때다 싶어 앞서가던 보위부원의 뒤를 재빨리 달려가 돌멩이로 뒤통수를 내리쳤다.뒤를 따르던 보위부원이 놀라서 나를 쳐다보자 이번엔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갑자기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규찰대원들과 검열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나는 있는 힘껏 담장을 뛰어넘어 강으로 냅다 달렸다.가장 가까이 있던 규찰대원 두 명이 담을 넘으면서 몽둥이를 집어 던지고 내 허리를 부여 잡았다.한 명의 손가락을 물어 뜯고,다른 한 명의 코를 물었다. “아이구, 이 간나새끼!” 그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에 강을 건너 산으로 정신없이 올라갔다.며칠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나 자신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사람이란 아마 죽게되면 그런 초인간적인 힘이 나온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사실 힘이라봐야 겨우 몇발자국 달리다 헉헉 거리고 또 달리고 하는 힘뿐이었다.달린다기 보다는 걸어간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친구가 항상 나에게 전하는 말이 생각났다. “쥐도 고양이에게 쫓기다가 죽음 직전에 나죽고 너죽고 보자는 식으로 덤벼들면 고양이도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게 된다.이때 약점을 이용해 재발리 도망을 쳐야 살 수 있다” 사실 나는 믿지 않았다.아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의 친구가 출신성분 때문에 주변에서 너무 많이 따돌림(왕따) 당하여 머리가 좀 이상해 졌다고 생각했다.고양이 앞에 쥐라고 해봐야 상식적으로 자그마한 쥐가 어떻게 큰 고양이를 이길 수 있을까? 라고... 친구는 대놓고 북조선을 비판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친구가 설명한 것은 [고양이는 보위부원들이고 쥐는 인민들]이었던 것이다.언젠가 쥐도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앞날을 미리 내다 보았던 것이다. 얼마나 뛰었을까. 발바닥에 무엇인가 밟혔다.팔뚝만한 도라지였다.누군가 음식으로 사용하려고 배낭에 넣고 가다가 길에 흘렸을 것이다.흙이 묻은 껍질을 대충 털어 한입 베어 물었다.한 개를 다 먹고 나니 허기가 모두 가시기 시작했다.눈도 또렷이 보였고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았다.이제서야 살 것 같았다.그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친구가 준 돈을 바지 아래쪽 깊숙이 숨겨 놓아 다행히 빼앗기지 않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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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음 조였는데 다행이 무사히 탈출을 하셧다니
후~~ 숨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