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한이 도와주지 않으면 춘궁기에 주민들이 아사할 위험이 있다며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에 대북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한에선 해마다 쌀값이 가장 오를 때가 5, 6월이다.

그 두 달만 버텨내면 옥수수 수확이 시작되는 7월부터는 그러저럭 한 해를 또다시 무사히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에선 보릿고개라고 하는 5월과 6월에 큰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 쌀을 쌓아두고 기다리는 장사꾼들이 많다.

하여 가을이 지나고 새해 1월 쯤이면 이미 시장에선 쌀값 상승 현상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 할지라도 시장에선 일년 내내 쌀이 넘쳐있다. 그 이유는 주민들 또한 이 시기에 대처하여 사전에 구매 능력과 준비를 빈틈없이 보완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시장은 이렇듯 생존의 순환구조로 지금껏 확대돼 왔다.

보릿고개를 가장 힘들어 하는 세력은 다름아닌 당과 군에서 한정된 공급만을 받던 배급계층이다. 정권의 배급능력이 5월과 6월에 한계를 드러내면 배급양이 줄어들거나 못 주게 되는데, 그러면 배급질서에만 복종해왔던 그들에게 직접적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반면 그들과 달리 거의 2000만에 달하는 북한의 시장세력은 배급제를 거부하는 체제이탈세력이다. 생존논리를 완벽하게 터득한 그들은 절대로 굶어죽지 않으며, 오히려 대북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대북지원이 확대될 수록 통제 가능한 배급계층으로 정권이 자기들을 흡수하려고 하고, 시장 또한 억제하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전 글에서도 썼지만 이젠 우리의 인도주의대북지원 관점은 달라져야 한다. 쌀은 더는 주민식량이 아닌 통치식량이 돼 버렸다. 우리가 쌀을 주는 것만큼 시장이 축소되고 김정일의 통치권만 강화시켜주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만 우리 정부가 북한 정권의 대남의존도를 이용하여 체제변화, 남북대화를 꾀하려고 한다면 한해 전략을 5월과 6월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실제로 북한도 과거 십년동안 대부분 이 보릿고개를 쉽게 넘기는데 목적을 두고 강온이중전략으로 남북관계를 조절해왔다.

봄엔 대화를, 겨울엔 강경을 주장하면서 대화신호만 보내도 남한이 달려나오는 구조가 되게끔 만들었다. 천안함, 연평도 도발, 6자회담 결렬, 일본 쓰나미, 등 대내외적인 요인에 의해 어느 해보다 더 처절할 북한 정권의 초조한 체제불안심리가 바로 5월과 6월에 집약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