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이해 (시장이야기) 강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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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이야기 3>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장에서 물건을 한번 사 보자. 멋쟁이 아가씨 영희는 구두를 사기 위해 현대백화점 삼성점으로 출동했다. 맘에 드는 구두를 발견하고 가격표를 보니 30만 원이다. 영희는 이내 고민에 빠졌는데, 그녀의 고민을 풀어쓰면 이렇다. “아 놔! 이거 완전 맘에 드는데 프라이스가 좀 쩌네… 월급 300에서 이것 저것 빼고 나면 쓸 돈은 100만 원 밖에 안 남는데, 아 증말… 나중에 화장품도 사야 하는데 어쩌지… 이번 달에 아이폰도 새로 나온다는데… 확 질러? 말어?.. 에이 젠장… 이번엔 안되겠다. 참자.”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점원이 다가와서, ... “손님! 이 진열대에 있는 상품은 행사기간이라 모두 다 50% 세일입니다.” 영희는 표정이 밝아지면서, “오홋, 이것은… 이것은 복음이 아니냐? 아멘! … 음… 그래, 할 수 없다. 어쩔꺼야! 몰라! … 지르자!” 고 결정한다. 그리고 영희는 15만 원에 그 구두를 저질렀다. 그리고 나중에 영희는 새 신을 신고 백화점을 나오면서 조금 행복해졌다. 영희가 맘에 드는 구두를 15만 원에 구매한 이유는 무엇일까? a. 그 구두의 가치가 15만 원 정도라는데 동의했기 때문 b. 그 구두의 가치가 15만 원 보다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 정답은 b이다. 영희가 구두를 산 이유는 영희의 지갑 속에 있는 현금 15만 원 보다 그 구두가 영희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희가 고민을 때리고 있을 때, 그녀에게 15만 원이라는 돈은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로 비교되었을 것이다. 이 돈이면 새 핸펀 사는데 보탤 수도 있고, 이 돈이면 파운데이션을 좀 더 고급 제품으로 살 수도 있고, 이 돈이면 남친과 놀이 공원 갈 수도 있고, 이 돈이면 …, 영희는 현찰 15만 원과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그녀만의 구매목록을 쫘~악 비교한 뒤에, 그래도 15만 원으로 살 수 있는 품목 중에서는 구두가 제일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반면에 구두를 만든 제조업자 철수는 그 구두를 15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모시고 있는데, 철수가 열심히 만든 구두를 15만 원에 판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그 구두의 가치가 15만 원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 b. 그 구두의 가치가 15만 원 보다 더 작다고 생각했기 때문 역시 정답은 b이다. 철수는 자신이 만든 구두 하나 보다 현금 15만 원이 더 큰 즐거움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 구두를 만들고 그 가격을 매긴 것이다. 철수가 지불한 시간, 노동, 비용 역시 영희 지갑속의 15만 원이라는 돈이 그랬듯이, 그것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와 비교되었을 것이다. 철수는 가방도 잘 만든다. 위의 질문들에서 왜 b가 정답인지는 주식 시장을 보면 보다 알기 쉬워진다. 자본 시장에서의 거래는 상반된 예측을 하는 당사자들 사이에 체결되는데,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보자. 영희는 오늘 아침 삼성전자 주식 10주를 주당 100만 원에 매수 주문을 내고, 철수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10주를 주당 100만 원에 매도주문 하여 둘 간의 거래가 체결되었다. 영희가 100만원에 매수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100만 원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현재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 때문이고, 철수는 정확히 반대의 판단(=현재 고평가 되어있다고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삼성전자 주식의 현재 가치에 대해 서로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거래가 성사되었다. 자본시장 뿐 아니라, 모든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발적 거래는 마음 속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거래가 이루어지고 나면 둘 다 만족하게 되는데, 이것은 거래가 자발적이었고, “인간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인간 행동에 관한 공리에서 비롯된다.** 영희와 철수 사이에 이루어진 두 번의 거래에서 영희와 철수 둘 다 즐거움을 얻었는데, 이 사실을 거래에 관한 고전적(대중적) 시각과 비교해 보자. “철수는 15만 원의 가치를 가지는 구두를 생산하여, 영희의 돈 15만 원과 교환함으로 (공정한) 거래가 성사되었다.” 오만원을 오만원으로 교환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다. 비슷한 가치를 가지는 두 상품, 구두와 현금을 교환하고 나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변태일 가능성이 농염하다. 왜냐하면 그는 신발을 사고/팔고 환불하고 사고/팔고 환불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쉽게 황홀경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변태만이 이런 짓을 통해 기분이 좋아진다. 영희와 철수는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신통하게도 같은 가치의 물품들의 교체를 통해 분명 즐거워졌는데, 그것은 교환이 불공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 교환은 분명 불공정 했는데, 왜냐하면 그 교환이 둘 다에게 이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가보자… *영희는 구두의 가치가 15만원 보다 적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세일 이전에 같은 구두를 구입한 영희 친구 경희는 구두의 가치가 30만 원 보다 적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치 판단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자발적 거래’란 사실, 인간이 하는 수 많은 자발적인 행동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눈이 가려워 눈을 비비는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추구하는 목적은 ‘눈을 비비는 행동’ 전후에서 불만족을 감소시키거나 만족을 증가시키려는 데 있다. 영희의 구매 행동이나 눈을 비비는 행동은, ‘인간 행동’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만족의 증가’ 혹은 ‘불만족의 감소’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물론 거래를 한 뒤에 더 불만이 쌓일 수도 있고 만족이 예상보다 덜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눈을 비비고 난 뒤에 (염증이 심해져) 불만족이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과 별다르게 취급할 만한 것이 아니다. 이 주제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미제스 교수의 <인간 행동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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