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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외교 안보에 유사한 폴란드의 한반도에 주는 교훈
자유인 0 396 2005-04-27 10:16:49
김정원 ※ 2005. 4. 26. 중앙일보에서 전재합니다.
폴란드의 세력균형 어떻게 끝났나

유럽의 심장은 어디일까. 정치.경제적인 면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지정학적인 면에서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동쪽으로 러시아, 서쪽으로 독일을 비롯한 7개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요충지다. 폴란드는 동유럽의 관문이자 서유럽의 보루라는 지리적 운명 때문에 전쟁, 분단, 민족 말살 등 엄청난 질곡을 경험했다. 근자에 동북아 균형자론이 제기되면서 느닷없이 \\'과거의 폴란드\\'를 한국과 비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 폴란드는 현재의 우크라이나.벨로루시.리투아니아 지역까지도 소유한 유럽의 강국이었다. 내우외환 끝에 세 번의 분할 통치를 겪었으며 123년간 나라 없는 설움을 겪다가 제1차 세계대전 뒤에야 다시 국가를 재건했다. 전쟁영웅인 피우수츠키가 정권을 잡으면서 폴란드의 옛 영토와 명예를 되찾고 강대국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당시 폴란드 외교안보는 베르사유 평화조약, 국제연맹, 프랑스.폴란드 동맹의 세 축으로 구성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폴란드는 이웃 독일과 소련 중 한 국가와 폴란드가 밀착됐을 경우 독.소 양국에서 받을지도 모르는 보복이나 종속을 두려워했다. 1932년과 1934년 사이에 폴란드는 독.소 양국과 각각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면서 등거리 외교를 시도해 세력균형을 경험한다.

자국의 군사력과 동맹관계를 과신한 폴란드 외무부는 \\'굴욕적인 평화보다 폴란드 민족의 자존심이 훨씬 고귀하다\\'고 당당하게 주장, 국민의 큰 지지를 얻었다. 폴란드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히틀러와 스탈린은 비밀리에 \\'독소불가침조약\\'을 체결, 서로 간의 폴란드 침략을 사실상 용인하고 폴란드의 분할.소멸까지도 합의했다.

39년 9월 1일 180만 명의 독일군은 \\'폴란드 내 독일인이 학대받고 있다\\'는 구실로, 17일 뒤 소련은 \\'우크라이나인.백러시아인 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각각 폴란드를 침략했다. 폴란드가 희망했던 세력균형의 시대는 5년을 넘기지 못했다. 당시 폴란드와 군사동맹 관계를 맺었던 프랑스.영국 등이 즉각 개입하지 않고 방관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사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후 폴란드는 동서로 분단되어 각각 독일.러시아가 분할 점령했으며 처참한 대학살과 민족 말살정책을 감내해야 했다.

폴란드는 6년간의 전쟁으로 60만 명의 군인을 잃었다. 전 인구의 22%인 600만 명의 국민이 사망하고 100만 명의 고아가 발생했다. 국가 자산 중 38%가 소실됐으며 수도 바르샤바는 완전히 초토화됐다. 150만 명의 국민이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돼 노예와 같은 생활을 했다.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읽지 못한 폴란드 지도부의 세력균형의 꿈은 폴란드 국민과 전 세계에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온 것이다.

20세기 초 폴란드가 경험한 비련의 역사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국가의 국방력.외교력.동맹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세계사에는 독일처럼 한때는 패전국이었지만 국력을 신장하고 주변국의 신뢰를 얻어 재통일되는 해피엔딩도 있지만, 폴란드처럼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정세를 주도하려다가 주변국들에 배신당하고 고립되는 비극적 결말도 존재한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한 핵 위기, 일본.중국 등 주변국의 정세가 불안할수록 외교안보의 기조와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변화, 한.미.일 공조의 불협화음, 민족주의 발현, 동북아 균형자 등의 주요 변수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60여 년 이상 전쟁.분단.종속.사회주의의 질곡을 넘어 진정한 자주독립국으로 위상을 갖춘 현재의 폴란드가 주변 유럽국가를 뒤로하고 대서양을 넘은 대미외교에 명운을 걸고 있는 것은 왜일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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