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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 대한 생각(2)
Korea, Republic o 해운대 1 416 2008-07-07 00:26:29
[출처] '핸드폰에 대한 생각 (2)' |작성자 - [백두한라회:

http://www.baikhan.net]

지금이야 돈 있는 사람들이 전화기를 사서 집에 놓고나 들고 다닌다고 하지만 과거 북한은 개인 통신수단이 잘 발달되지 않아 전화기를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내가 살던 농장 마을 관리위원장 실에 전화기가 있었는 데 친구들과 몰래 들어가 전화기를 들고 아리따운 목소리의 교환수를 놀리다가 된통 맞은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는 그 때 교환수도 빽이 있어야 들어간다고 했다.

이렇듯 전화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한국에 와서 처음 산 핸드폰 월 통화료가 100만원 넘게 나왔다. 핸드폰 기계 값만 계산하면 마음대로 통화 하는 줄 알 고 밤새 탈북자 동료들과 전화를 하면서 고독함을 피했던 것이다. 이제는 정액제며 반 값 할부며 하는 것에 도사가 되었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에 혼자 입국한 나는 2005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북한의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중국 브로커에게 단말기 값을 주어 중국제 전화기를 북한에 내 보낸 것이다.

북한 보위부와 안전부(경찰)요원들의 눈을 피해 국경에 나와 전화 했던 어머니...집 떠나 10년 만에 듣는 어머니 목소리에 나는 왈꽉 눈물을 흘렸다.

통화의 전파는 내가 넘었던 몽골의 국경과 중국의 길고 긴 기찻길, 그리고 물소리마저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두만강을 거슬러 어머니와 나를 이어졌고 그 세월이 100년이라도 되 듯 우리 모자는 온 밤 전화기를 들고 울었다.

모르긴 몰라도 농사일로 평생을 농촌에서 사신 우리 어머니가 전화로 누군가 통해 해 보기는 아마도 난생 처음일 것이다.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신 소식, 누나가 결혼하여 조카를 낳은 소식...군대에 갔던 고향 동무들이 제대하여 농장에 배치 받은 소식 등은 새로운 나의 서울 생활처럼 역시나 낯선 것들이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통일이 될 때까지 못난 아들을 보기 위해 살겠다는 어머니의 나지막하나 힘이 담긴 목소리는 나에게 꼭 성공해야 한다는 신념의 메시지였다

그날 이후 나는 핸드폰이 꼭 잡고 잔다. 물론 어머니와 아무 때나 전화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지만 어머니와 함께 한 하늘아래서 같이 숨 쉬고 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계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다.

며칠 전에 새로 영상 통화가 되는 핸드폰을 구입했다.

밤마다 꿈속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무래도 새 핸드폰에 대한 나의 지나친 바램에서 일 것이다. 북한에 있는 어머니와 영상통화까지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삶의 의미를 느낀다. 영상통화가 되는 핸드폰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어머니도 고향의 차디찬 온돌바닥에 앉아 중국제 단말기를 손에 꼭 품고 그것이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이였으면 하는 소원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나는 너무 잘 안다.

어머니... 이 세상의 전부인 나의 어머니 !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이제라도 영상통화가 되는 전화기를 들고 나로 인해 얼굴 가득 밭고랑 깊이처럼 패이신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오래도록 쓰다듬고 싶다.


- 서울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못난 아들이 -

[출처] '핸드폰에 대한 생각 (1)' |작성자 - [백두한라회:

http://www.baikh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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