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사설 또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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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北), 개성공단 볼모로 정치 목적 달성하려 하지 말라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남한 기업인들은 13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국방위원회 김영철 중장 등이 지난 6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이제 (남한에) 내려가서 하시라. (공장을) 옮기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 군 장성들은 "철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고 "방침이 정해져 있는데 더 이야기할 필요 없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극단적 조치'를 염두에 두고 위협 수위를 한 단계씩 높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직접 이유는 남측 민간단체가 삐라를 풍선에 매달아 북한 주민들에게 뿌리는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과 맞물리면서 체제 유지에 장애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은 10월 초 "전단 살포가 개성공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 뒤 지난 12일엔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통행을 제한하겠다"고 더 세게 압박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전에도 툭하면 개성공단을 '인질'처럼 써먹었다. 지난 3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핵 타결 없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고 한 말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남측 당국자를 추방했다. 6월에도 "남측이 통신장비를 지원하지 않아 개성공단에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개성공단은 남측 자본과 북측 노동력을 묶는 남북 상생(相生)의 경제협력 모델이다. 남한 88개 기업은 한 달에 2000만 달러어치가 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북한 근로자 3만5000여명은 이 공장에서 일해 한 해 2500만 달러를 북한에 안겨주고 있다. 개성공단 부지는 남한이 50년간 1600만 달러를 내고 빌린 것이어서 북한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땅도 아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은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했을 때도, 핵실험을 했을 때도, 미국이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현금을 문제 삼을 때도, 우리 관광객이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도 중단 없이 가동됐다. 삐라 살포는 2004년 12월 개성공단이 처음 가동되기 1년여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것이어서 북한이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다. 북한이 계약에 따라 임차료를 내고 땅을 사용 중인 남한 기업들에 지금 와서 공단과 아무 관련 없는 삐라를 핑계로 나가라고 해서는 어느 나라가 북한과 사업을 해 볼 생각을 갖겠는가.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이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소리나지 않게 조정 능력을 발휘할 줄도 알아야 한다. 200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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