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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이면 어때'…아소-MB정부, 엽기적인 '김현희 띄우기' /프레시안
Korea Republic of 웃기는세상 0 359 2009-03-12 14:19:25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가족들을 위로하고 돕는 '성스러운' 이미지로 12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김현희는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 씨의 장남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2), 오빠인 일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0) 씨를 만났다.

일본 정부는 다구치 씨가 1978년 북한에 납치된 뒤 2년 가량 김현희 씨와 함께 살면서 일본어를 가르친 이은혜라는 인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김현희가 지난 1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구치 씨의 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가족들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성사됐다.

한국과 일본, 관심사는 달랐다

이날 면담과 공동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에서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 왔고 한국 언론들도 총출동했다. 김현희는 경찰기동대, 경찰특공대 등의 특급 경호를 받으며 움직였다.

한국과 일본의 관심은 모두 뜨거웠지만 관심의 포인트는 달랐다. 한국 언론들은 노무현 정부가 KAL기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려 했다는 김현희의 주장에 초점을 맞췄다.

김현희는 기자회견에서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고, 저는 가짜가 아니다"라며 사건 조작설을 일축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등에서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그렇다. 현 정부에서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만 답했다.

일본 언론들은 납치된 다구치 씨의 북한 내 행적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은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그가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무덤은 저수지 제방이 쓸려 내려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현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다구치가 1987년에도 일본어를 가르쳤고, 아직도 살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김현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87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초대소에서 생활하며 들은 것은 '다구치 씨를 어디로 데려갔는데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면서 "사망한 게 아니라 다른 곳에 간 것으로 생각했고, 86년에 결혼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씨와 관련해서는 "그가 사망했다거나 이런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메구미가 사망했다며 일본 측에 유골을 넘겨줬지만 일본은 그것이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희의 말, 믿을 만 합니까?

하지만 두 관심사에 관한 김현희의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노무현 정부 시절 사건을 왜곡하려 했다는 주장은 작년부터 해오던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노무현 좌파정권이 KAL기 사건을 북한의 테러가 아닌 전두환 정권 시절 안기부의 조작사건이라고 말하라고 강요했으나 거부했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만든 국정원 진실위는 2006년 8월 'KAL기 사건은 북풍을 노린 안기부의 자작극', '안기부가 폭파계획 알고도 방조'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김현희가 폭파범이라는 기존의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이 사건을 왜곡하려 했다는 김현희의 주장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관련 기사 : 뜬금없는 '김현희 조작설', 왜?)

둘째, 납치 피해자와 관련된 모든 내용은 김현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새로운 사실도 없었다.

김현희 자신도 "(다구치가) 사망한 게 아니라 다른 곳에 간 것으로 생각했다", "메구미 사망은 믿을 수 없다"는 등 개인적인 '생각'과 '믿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인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희가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애초부터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해도 신뢰하기 어려운데, 그처럼 유보적인 태도로 말하는 내용을 덮어놓고 믿기는 힘든 노릇이다.

김현희, 이번엔 '일본판 북풍(北風)'의 주인공으로

일본은 이날 김현희로부터 확보한 다구치 씨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에 해명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쪽에서 살고 있는 김현희의 일방적인 주장을 가지고 북한이 대화에 응할 리는 만무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일본이 이렇게 세게 몰아치면 북한은 더 세게 반발하고 해결의 길은 더 멀어진다는 것은 납치 문제를 둘러싼 역사가 이미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메구미 씨의 아버지마저도 이날 한 TV 인터뷰에서 "납치 문제를 진전시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이번 만남을 적극 추진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살리기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9월 전에 치러야 하는 총선을 앞두고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헤매고 있는 아소 총리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이벤트라는 것이다.

아소 내각은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최근 정치자금 스캔들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안으로는 생활지원금 지급 같은 선심성 정책을 쓰는 한편 밖으로는 반북(反北) 캠페인을 벌임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요격하겠다고 선언하고, 내달 13일 만료되는 일본 자체의 대북 제재 조치를 연장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민당의 지지층을 끌어 모으는 데에는 납치 문제만한 게 없고, 이젠 다소 식상해진 메구미 대신 새로운 '스타'를 내세운 게 바로 다구치다.

일본 전문가인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메구미에 대한 일본인들의 열기가 식으니까 다구치 스토리를 드라마틱하게 써서 일본이 얼마나 북한에 나쁜 짓을 당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도 '제2의 메구미 만들기'라는 분석에 동의했다.

이로써 1987년 한국 대선 전날인 12월 15일 서울로 압송되어 노태우 민정당 후보 살리기에 이용됐던 김현희는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이날 일본 보수정권 살리기의 구원투수로 역사의 마운드에 다시 오르게 됐다.

불순한 명분, 허점투성이 전략

그러나 구원투수는 비단 김현희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을 자극하기만 할 뿐 납치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실효가 없는 이번 만남을 뒷받침해준 이명박 정부는 아소 살리기의 숨은 일꾼이다.

외교통상부는 이번 면담이 일본 정부의 주관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납치자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한다는 정부 입장에 따라 이번 면담을 주선했다"고 말해 한국 정부의 협력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서보혁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는 이번 일에 협조함으로써 아소 내각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국내정치에도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대북정책 코드가 같으면서 국내정치적 입지는 좁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정권이 납치문제를 매개로 협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처럼 눈에 뻔히 보이는 한일 양국 보수정부의 '불순한' 의도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 연구위원은 이어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이번 만남에 인도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인권의 보편성을 얘기하는 이들이 인권을 가장 특수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일본에 아소 류(類)의 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데, 아소 내각에 협조하는 게 외교적·정치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남북대화는 몰라도 6자회담을 해서 북핵문제라도 진전시켜야 하는데 납치문제 한일공조가 현 정세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15명 죽인 북한 테러범이 신데렐라 되다니"

하지만 한일 양국 정부가 납치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김현희를 내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김현희는 115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테러범이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를 포함한 한국의 보수 세력이 노무현 '좌파정권' 때리기를 위해서 김현희를 마치 신데렐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북한에서 훈련받아 우리 국민들을 죽게 한 사람을 띄우는 건 엽기적이다"고 비난했다.

진창수 부소장은 "요코다 메구미의 경우 소녀 시절에 북한에 잡혀갔다는 점에서 애절한 면이 많았다"며 "그러나 다구치는 테러범의 일본어 교사였다는 점에서 스토리가 꼬일 수밖에 없어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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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범이 2009-03-12 14:23:29
    테러범이 저런 대접을 받는 웃기는 세상이군. 희생당한 유가족이나 잘챙길...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ㄷㄷㄷ 2009-03-12 23:12:19
    윗분/ 당신이 더 웃겨!~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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