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팀, 대통령 보좌 잘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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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비핵·개방·3000은 국내홍보용 슬로건" "대북정책팀, 대통령 보좌 잘 해라" 비핵과 남북 공동번영만 강조하면서 대화하면 되는 것이지,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개방이라는 말을 하면서 자존심 하나 먹고 사는 (김정일) 정권한테 '개방하면 (1인당 국민소득) 3000불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하면 안 된다." 노태우 정부 시절 '북방정책'의 주역이었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13~15대 국회의원)은 25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 구상인 '비핵·개방·3000'에 대해 "북한의 실재나 실정을 잘 모르는 국내홍보용 슬로건"이라고 비판했다. 박철언 전 장관은 이날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동국대 문화관에서 열린 '평화강좌'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현 정부의 대북 구상이다. 박 전 장관은 또 "(이명박 정부 초기) 대북 식량 지원도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북한의 특수성, 남북 상호존중 정신에 위배된다"며 "정부의 대북정책팀이 대통령을 좀 더 잘 보좌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한미관계 만큼 한중관계도 강화해야" 박 전 장관은 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의 북한 인권 관련 문구에 대해서도 "너무 노골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앞장서 얘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동비전'에 실려 논란이 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 대목에 대해서도 그는 "역사의 큰 흐름에 맞기면서 해 나가야지 북한이 제일 싫어하고 경계하는 용어를 우리가 앞장서 표현하고 강조할 필요가 있었나"고 따져 물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북 발언도 교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처럼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하지 말고 "너무 심한 요구를 하면 남한 기업들이 채산성이 안 맞으니까 걱정스럽다"는 식으로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김정일 체제를 보장해 주고 서방이 경제지원을 대폭 해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최대치는 핵도 가지고 체제 인정도 받는 것이기 때문에 (…) 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주변국의 입장에 대해 그는 '여유 있는 미국, 조급한 중국과 한국'으로 정리했다. 북한의 핵은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해가 되지 않겠지만, 안정이 필요한 중국과 한국에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로서는 발등의 불이니까 중국이 북한을 잘 설득해 핵을 절대 못 가지게 하고 대신 김정일 체제를 인정하고 서방이 지원하는 식으로 타결되도록 우리가 대중국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미관계도 강화해야 하지만 한중관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붕괴하면 더 큰 혼란 온다" 그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 붕괴론과 관련해 "(내가) 북방정책을 추진하던 당시에는 북한을 붕괴시킨다거나 붕괴를 촉진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오는 만큼 통일은 자연스럽고 점진적인 방법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북한의 급변사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는 "일부 극우강경파들은 급변사태 계획이 북한의 붕괴를 촉진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면서도 "그렇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대비하는 차원에서 (계획 수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그는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 활성화 등 가시적인 큰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 성과에 급급해 상호주의를 너무 무시하고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간 것은 조금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나라당에서 '한국도 핵 재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동의를 표하는 한편, 300km로 제한된 미사일 사거리도 늘려야 한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북방정책에 대해 "(노태우 정부 시절) 밀사외교를 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며 "북방 나라들과 너무 긴밀하니 극우적인 친미 일변도 고위 관리들과 미국에서 신경을 많이 써 나중에 내 힘을 빠지게 하는 여러 가지 플레이를 많이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북방정책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시도한 자주외교의 사례"라며 "상대적으로 약소한 나라가 세계적·지역적 질서 속에서 자주외교가 가능한가, 주변 환경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적극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강연의 사회를 맡은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방정책은 한국 외교의 출발"이라면서, 박 전 장관에 대해 "원조 피스메이커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철언 전 장관은 전두환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특별보좌관과 노태우 정부의 대통령 정책보좌관, 정무 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 등을 거치며 소련과 중국, 동유럽과의 수교를 주도했다.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협의하는 등 대북정책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625234005§ion=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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