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대통령의 “한반도 신 평화구상”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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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8.15 신 평화구상이 우리의 지만원 박사를 얼마간 고무시켰군요. 지만원 박사는 이미 90년대 초반 이전에, 지금의 햇볕정책과 매우 유사한 주장을 해온 군사 전문가입니다. 한겨례 신문 등도 그의 '진보적 견해'를 자주 보도해 왔던 모양이에요. 그러나 결정적으로 지만원이 김대중의 햇볕정책에 반기를 든 이유는, 김대중이 '군축'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남북 해빙을 시도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는 그의 안보지상주의적인 신념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의 신 평화 구상에는 휴전선 부군의 군대를 후방으로 물리자 라는 군축 구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군축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지만원이 긍정적으로 일단 보는 거지요. 그러나 이는 매우 어설픈 제안이고 북이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1) 서울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중간 지대에 위치함으로서, 북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휴전선의 군대를 뒤로 물리면, 북 인민군의 남한에 대한 최대 위협이 사라지지만, 북은 반대로 무슨 안보 상의 이익을 얻는다는 것일까요? 북에게 더 손실인 속이 보이는 제안이지요. 2) 지만원은 그 제안 속에 통일에 대한 구상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명박은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을 앞서 천명함으로서, 이명박의 의도가 흡수통일임을 밝혔다' 고 지적합니다. 흡수통일은 남의 군대가 북을 점령하겠다는 의도이며, 이 상황에서는 북이 군비를 축소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 대안으로 지만원은 예의 자신의 '영구분단론'을 다시 강조합니다. 남북이 상호 통일할 의사를 포기한다면, 서로 신뢰 아래에 군비축소가 가능해 평화가 오고 통일이 온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만원의 영구분단론 또한 큰 모순이 존재합니다. 1) 통일의 최종적 형태는 수십년 뒤의 일이므로, 우리의 후손들이 결정할 일일 뿐입니다. 물론 당연히 우리의 내심은 자유민주주의 체재로의 통일입니다만, 어찌되었건 지금 결정할 수도 없는 이 통일의 최종적 형태를 지금 합의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왜 남북 간에 합의를 피하기 위해서 한반도의 냉전을 시속시키고 굳이 영구분단을 해야 한다고 지만원은 믿는 걸까요? 북의 경제가 향후 중국 수준으로 연 10% 성장을 30년 간 지속발전 하더라도, 북은 현재 1인당 2만달러인 남의 국민소득의 절반에도 도달하기 힘듭니다. 경제적으로 남이 북을 흡수통일 할 수가 있는 여건을 향후 최소한 30년 이상 갖추지 못할 것이 분명하므로, 지금 통일의 최종적 형태에 대한 어떤 합의도 의미가 없습니다. 무엇을 합의하던 혹은 합의 안하고 영구분단을 시키던 둘은 실질적으로 같은 것이지요. 2) 말 그대로의 영구적 분단은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 통일이 안되더라도, 말이 통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의 주민들의 남으로의 대량 유입은 피할 수가 없는데, 현재 10살인 북의 아이들이 못 먹어서 신체적 지적 장애를 입고 있고, 그들의 잔여수명인 70년 80년 남에 있다고 볼 때에는, 그들은 장차 남한 사회에서의 사회적응을 못하고 많은 의료비를 쓰게 만들어 남한 사회가 감당을 못하는 큰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장 까다로운 조건을 달지 말고 북에 '퍼주기'를 하고 북의 경제를 발전시켜 놔야지만이, 남이 처할 재앙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의 흡수통일이나 지만원의 영구분단론 공히, 이런 기회를 날리므로서 당장은 물론 장래의 위기를 키우므로서 남의 경제 사회적인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결국 평화교류와 신뢰구축을 전제로 1국가 2체제를 지향하고 외교와 국방을 독립하는, 햇볕정책만이 정답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는 대화의 상대자인 북의 통일방안과도 유사해 실현성이 높습니다. 남북 간에 합의만 하면 내녕에라도 가능해요. 김정일을 바보나 목석으로 보는 일체의 남의 일방적인 주장은 의미가 없습니다. 상대의 협상력이 존재하므로, 우리가 그것을 일방적으로 관찰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것만 빼고 다른 것을 하겠다니 여태 해매이는 것이지요. 대통령의 “한반도 신 평화구상”에 대해 대통령은 2009년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핵무기는 북한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핵무기를 버리고 남북한이 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자. 2) 결심을 보여준다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할 것이다.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할 것이다. 3) 비핵화와 함께 남북간 재래식 무기의 감축도 논의하자. 휴전선에서 총부리를 마주 겨누면서 어떻게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말할 수 있겠는가. 상호감군을 하고 군을 휴전선 뒤로 배치하자. 재래식 병력을 감축하고, 군을 휴전선 뒤로 배치하자는 제의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제안하지 않은 새로운 제안이라, 가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1996년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자작나무)이라는 책에서 남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도 10만 규모로 감군하고, 병력을 후방과 해안으로만 배치하자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황당한 잠꼬대라고 할 수 있는 이 이야기가 당시에는 많은 언론들과 식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10만이라는 단어만 빼면 1996년에 나왔던 필자의 제안과 2009년에 나온 대통령의 제안이 100% 일치한다. 그런데 필자의 제안과 이번 대통령의 제안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필자의 상호감군에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대통령의 제안에는 전제조건이 없다. 그 전제조건이란 무시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아니라 무시해서는 큰일 나는 성격의 전제조건이다. 1) 대통령의 제의에는 통일에 대한 전제조건이 없다 우리의 통일은 남북한이 한사람의 대통령을 갖는 "정치적 통일"이며, 우리는 이를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통일은 이변이 없는 한, 영원히 불가능해 보인다. 무력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흡수통일"이고 다른 하나는 신사협정에 의한 통일이다. 먼저 흡수통일을 생각해보자. 경제가 어려워 북한에 무정부사태가 발생하면 바로 그 때 흡수통일하자는 것이다. 북한사회가 혼란해지면 인민군이 계엄군으로 무장된다. 북한사회를 접수하려면 한국군이 38선을 넘어야 한다. 이는 북침이요 전쟁이다.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주변국들도 이를 좌시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우면, 정권은 망할 수 있어도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 둘째, 신사협정을 통해, 서울 정부와 평양정부를 하나로 합치는 통일을 생각해보자. 만일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다고 생각해보자. 도청소재지를 어디에 두느냐라는 문제를 놓고도 양쪽 주민들이 낫을 들고 나와 격돌할 것이다. 여의도 정치무대를 보자. 여야 간에 단 한 번의 신사협정이 있었는가를. 하물며 이질사회 속에서 살아온 남북한 정치집단이 마음을 합쳐 하나의 정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북한은 동독이 아니다. 독일의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고르바쵸프로부터 사들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동독정권은 고르바쵸프가 버리면 버려지는 정권이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누구의 영향력도 미치지 않는다. 동독 인구는 서독 인구의 25%에 불과했다. 동독군은 서독군에 비할 수 없이 약했다. 서독의 엄청난 경제능력괴 사회경영 능력을 가지고도 껍데기만 통일돼 있을 뿐 내부는 갈등으로 들끓고 있다. 통일이 곧 이뤼질 것이라는 대부분의 정서는 분석되지 않은 막연한 환상일 뿐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정부가 통일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김정일의 웃는 모습만 보고 싶어 한다는 걸 고려하지 않고, 이불 속에서만 통일을 외친다. 반면 김정일 정권은 오늘도 전교조를 통해 아이들의 머리를 공산화시키고 있다. 우리에 의한 흡수통일의 길은 안 보이고 북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길만 훤하게 열려 있는 것이다. 통일의 길이 열려있으면 남침의 길도 열려 있다. 남침의 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통일의 길도 막아야 한다. 앞으로 50년간만 상정해보자. 우리는 그 50년 동안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통일을 목표로 하면 남북한은 적대관계로 살 것이고, 평화를 목표로 하면 남북한은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평화롭게 살 수 있다. 많은 이들은 평화공존을 통일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남북한이 과도기적 평화공존 기간을 20년으로 정했다 하자. 이는 20년 후부터 통일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 20년간은 평화의 기간이 아니라 군비경쟁 기간이다. 20년 후에 통일당하지 않기 위해 쌍방은 20년간 군비를 증강시킬 것이다. 따라서 평화를 택한다는 것은 영원히 통일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남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두 개의 독립국가로 갈라서야 한다는 뜻이다. 매우 아이러닉한 것은 영원히 갈라서야 통일이 빨리 온다는 사실이다. 갈라서야 제몫이 보장되고, 제몫이 보장돼야 평화가 오고, 평화가 와야 통일이 온다. 통일은 목표가 아니라 평화라는 나무에 자연스럽게 열리는 열매다. 평화롭게 살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과 하늘에 의해 저절로 오는 것이다. 캐나다와 미국처럼 남북한 주민이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간첩혐의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왕래하면 바로 그것이 통일이 아닌가? 대통령은 지난 번 미국을 방문할 때 통일을 원한다 했고, 그 통일은 우리식으로 흡수통일 해야 한다는 의지도 밝혔다. 아주 중요한 명제가 있다. 우리가 통일을 원하면 북한도 통일을 원한다. 대통령이 남한 조도의 흡수통일을 천명해 놓은 상태에서 핵을 버리고 상호감군을 하자? 북한은 그저 웃어버릴 것이다. 2) 상호감군의 전제조건 남북한이 평화를 누리려면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시스템이 필요하다. 첫째,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고, 둘째, UN감시 하에 남북한 상호감군을 추진하고, 셋째, 미국, 일본, 한국이 주축이 되어 북한에 미니마셜 플랜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해야 한다. UN에 나가서 이렇게 제의한다면 온 세계가 박수를 칠 것이다. 만일 북한이 이 제의를 거절하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쌀 한 톨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평화를 거부하는 북한은 국제적 왕따를 당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충분히 칼자루를 잡을 수 있는데 왜 그 칼자루를 북한의 손에 내맡기고 있는지 그 속을 알 수 없다. 국제정치의 흐름으로 보나 남북한의 역량과 의도를 보나 그 누구도 원-코리아를 만들 수는 없다. 어차피 투-코리아의 운명이라면 "긴장이 없는 투-코리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군비경쟁의 지속은 민족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상대방을 안심시켜줄 수 있는 군사력(reasonable sufficiency)이라야 평화공존을 충족시킬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기습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휴전선에 배치하고 대화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대화는 오직 게임이요 속임수일 뿐이다. 남북한 주민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통일이다. 북에서 넘어와도 간첩으로 생각되지 않으려면 휴전선이 국경선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이좋은 두 개의 이웃 국가가 바로 통일 국가인 것이다. 한반도에 한 사람의 대통령을 갖는 정치적 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남한이라는 반쪽만을 가지고도 경영능력의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 만일 이질 집단인 북한까지 흡수해보라. 흡수가 가능한 일도 하지만 흡수는 민족의 공멸을 자초할지 모른다. 이제는 제발 허망한 통일을 놓고 신경전과 소모전을 멈추고 제각기 살자.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통령의 대북제의는 매우 어설픈 것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위험한 것이다. 2009.8.15.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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