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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過去로 가도, 국민은 未來로 가자
동아닷컴독자 6 386 2005-08-19 20:38:01
이 사설은 동아닷컴 http://www.donga.com 에 있는 것임.


[사설]대통령 過去로 가도, 국민은 未來로 가자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비서관들 앞에서 “과거사는 오늘도 미래에도 살아 있으며, 앞으로의 규범은 과거의 평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한 시효(時效) 배제 입법을 주문한 배경을 이렇게 강조한 것이다. 그 의도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과거 청산에 대한 ‘확전(擴戰)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역대 정권도 앞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과거 청산 작업을 벌였지만 노 대통령처럼 집권 2년 반 동안 시종 ‘과거’에 매달린 경우는 없다. 1980년 신(新)군부도 ‘일제와 유신잔재 청산’을 내걸었고, 노태우 정권은 ‘5공 청산’을, 김영삼 정권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김대중 정권은 ‘과거와의 화해’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먹고사는 일’로 관심을 돌렸다. 정권에 대한 평가는 결국 민생(民生) 향상과 국력 신장에 기여한 결과에 달렸다는 ‘평범한 교훈’을 따랐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 그대로 눈부신 성취의 드라마였다. 그 과정에서 독재와 반(反)민주가 남긴 상처도 작지 않았지만, 그 과오만을 들추어내는 것이 재도약의 원동력이 될 수는 없다.


▼4800만이 역사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이 더 몰아치지 않아도 과거사 재평가 작업은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만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이 있고, 현 정권 들어서는 ‘일제 강점하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특별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까지 제정돼 관련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적 악용’과 이에 따른 갈등 및 국력 소모 등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위헌 시비까지 부르며 과거 청산 소급(遡及)입법론까지 꺼낸 것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권과 정파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보거나, 권력 남용으로 비판하는 여론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 정권 2년 반이야말로 ‘살아 있는 과거’다. 국정(國政) 성적은 20%대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과 10%대를 헤매는 여당 지지율이 말해 주듯 참담한 지경이다. 그나마 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노 대통령의 줄기찬 매도와는 달리, 산업화 세력이 쌓아올린 축적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노 대통령은 또 ‘법(法) 위의 정치’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재작년 말의 재신임 카드와 지난해 탄핵심판을 불러 온 선거법 위반 발언, 그리고 국가정보원 도청 테이프 공개 유도에서 이번 과거사 소급입법론에 이르기까지 ‘헌법의 수호자’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을 계속해 왔다.


▼각계가 내일 위한 公論 일으키자▼


문제는 노 대통령의 일방적 어젠다 설정을 대신해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집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통령의 한마디에 거수기 노릇 하기 바빴던 여당들의 모습과 판박이다. ‘개혁이냐 실용이냐’ 하는 논의마저 사라졌다. 한나라당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된 공론(公論)을 제기하지 못한 채 대통령과 여당이 꺼낸 어젠다 틀 안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번 노 대통령 발언을 놓고도 ‘무슨 속셈이 있는가’를 분석하는 데 정신이 없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앞길에는 선진국 진입, 민족통일의 기반 조성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21세기 동북아 정세의 격랑 속에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국가 장래를 담보할 것인지도 중대한 과제다. 그래서 나라가 온통 과거사에 매몰된 노 대통령에게 끌려 다닐 수만은 없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각계의 국가 구성원 모두가 나라와 국민의 장래 문제를 함께 걱정하고 미래의 비전을 더불어 모색하기 위한 생산적 공론을 일으켜야 한다.


임기 후반으로 접어드는 노 대통령에게 ‘과거사 정치’를 접고 ‘미래를 창조하는 국정’에 헌신해 주기를 다시 한번 요망한다. 이는 대다수 국민의 요구다. 이를 거부한다면 ‘말뿐인 참여정부’이며, ‘당대(當代)의 할 일’에는 무능하고 게으른 ‘무책임 정권’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 곧 ‘역사의 과오’다.


여야 정당은 미래지향적 국정 어젠다와 구체적 전략을 통해 정권 담당 가능성을 국민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노 대통령이 꺼내는 어젠다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면 민심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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