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내와의 삼 년-아홉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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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를 돌보는 담당자분과 저 그리고 제 아내 이렇게 셋이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한 해의 마감에 감사의 시간을 갖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제가 초대했지요.
사양하시는 것을 반 강제와 협박으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술 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 이야기, 얼마 남지 않은 본인의 정년 이후의 걱정 그리고 건강이야기…
자신의 업무를 위해 일부러 상담사자격증까지 획득하였더군요.
제 아내도 3급 자격증을 작년에 땄습니다.
두 사람이 제게도 권하더군요.
수강신청을 할 생각입니다.
이 분의 관내에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신 분들이 650여분 계시는데 혼자서 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중한 업무량에 많이 놀랬습니다.
그 중 저희처럼 남남북녀 커플이 저희를 포함해서 서넛 된다고 합니다.
소주 한 잔의 소회를 나누고 서로 새로운 해의 축복을 기원하며 헤어졌습니다.
“결혼”
서양의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복잡다단한 구조의 인간관계입니다.
명쾌한 정의가 불가능한 단어이지요.
결혼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점을 보고 궁합을 보는 등 서로가 잘 맞는 상대인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따져 봅니다.
전 세계 69억 인구 중에서 천생연분이 몇 %나 될런지요.
우리 조선 남북을 합쳐 7천만 인구 중에서 그 희귀한 천생연분이 몇 %나 될까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신 여성분(남성분)들과의 결혼을 고려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개구혼의 글도 짬짬이 보이구요.
누구나 결혼이 잘 맞추어 만들어진 톱니바퀴처럼 처음부터 잘 맞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잘 맞을 수 있느냐” “맞추며 산다”라고 들 말합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상대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는 점들은 있지요.
특히 남과 북의 결합에서는 더욱 진지하고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여러가지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 인격과 개성의 완성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 일차 요소는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족의 내력과 가정환경이지요.
국가와 사회의 체제와 제도가 주는 영향은 이차 요소입니다.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오신 분들은 북한을 벗어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남한에 도착하기까지가 삶과 죽음이 하루에도 수 없이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 과정의 매 순간 순간이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미치는 압박의 하중은 당사자 아니면 이해가 결코 불가능하지요.
이 과정이 남한에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삼차 요소입니다.
북한을 떠나 남한에 오신 분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일차와 이차와 삼차로 그치지 않습니다.
남한 생활자체가 네 번째 영향의 요소로 깊이 있게 작용하며 이 압력 역시 그 무게가 대단히 심각하지요.
일차 요소인 가족의 내력과 가정환경 그리고 상대의 성품이나 성격에 대한 고려는 같은 남한 사람과의 결혼에서도 다를 바 없으므로 동일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국가와 사회의 체제가 미치는 이차적 영향, 그리고 삼차, 사차의 강력한 영향들에 대해 남한사람이 과연 얼마나 깊이 있고 냉철한 관점에서 볼 수 있을까요?
불가능이지요.
그 분들의 경험은 남한사람들이 섣불리 “이해 할 수 있는”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흔히 화두가 되는 국제결혼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지요.
원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높은 이혼율을 볼 때에 같은 남한사람끼리도 결혼은 커다란 도전입니다.
남과 북의 결합은 양쪽에게 더욱 커다란 도전입니다.
그러나 포기 할 일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많은 대화로 지혜를 모으고 정성을 다한 노력으로 서로 슬기롭게 다독여 간다면 얼마든지 작은 통일을 계속 이루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서로를 대함에 있어서도 편견과 독선과 고집이 아닌 이해의 마음으로 대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교만하게 가르치려 들지 말고 남한에 잘 적응하도록 겸손하게 도와주려는 진정한 노력이 절대 필요하지요.
한편 도와주려는 상대의 노력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필요하구요.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사랑은 깊어질 것이고…
서로 깊이 존중하는 마음과 이해의 노력을 단단한 사랑의 기초 위에 세워나간다면 행복이 넉넉한 결혼의 완성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남한남자와 북한여자의 결혼이 아니라 두 인격체의 완성도 높은 결합이 되지 않을까요?
어떤 분이 이렇게 질문 하실지 모릅니다.
“그러면, 그러는 댁은 잘 살고 있으슈?”
아내 “남쪽 남자들은 너무 박력이 없다” 저 “??????????????????????????????????????????????????????????????????? 그건 여성을 존중하는 배려 올시다. 여성에 대한 배려는 신사도의 기본” 아내 “직선적으로 단번에 말하면 될걸 돌려서 이야기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고 어떤 때는 화가 난다” 저 “고도의 토론과 상담의 기법이거나 상대에 대한 예의”
저희도 많이 싸우고 다투고 합니다.
서로를 잘 알기에 고작 3년은 매우 짧은 기간이지요.
서두의 긴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제가 아내와 살면서 생각하고 느낀 점입니다.
또한 제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채근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남과 북의 결혼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작으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주제넘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남남북녀 작은 통일들이 큰 축복 속에 쭈~~~~~~~~~~~~욱 계~~~~~~~~~~~~~~~속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 어느새 경인년이 가고 신묘년 새해 아침입니다.
送舊迎新!
오늘 아침 일찍, 맛있는 떡국 뜨끈하게 잡수시면서 지난 해의 힘들었던 여러 기억들을 말끔히 지우시고 벅차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신묘년이 모든 분들께 건강과 행복이 풍성하고 넉넉한 한 해가 되리라 확신하며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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