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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와 소년
저언덕넘어 5 481 2005-09-27 11:28:08
소년은 지금 거위 집에 들어가 놀고 있습니다.

소년의 손에는 작은 돌맹이가 쥐어져 있고 그의 주위에는 비슷한
크기의 돌들이 꽤 많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소년이 거위를 향하여 그 돌을 던집니다.

그러면 거위는 몸 어디엔가 맞고서는 기겁을 하고 꽥꽥거리며
도망합니다.

소년은 뒤뚱거리며 도망 다니는 거위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거위가 있는 곳은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거위는 소년이 던지는 돌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닙니다.

한참을 그러다가 그만 조금 큰 돌 하나가 거위의 머리에 맞고 말았습니다.

"끅"하고 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거위가 쓰러 졌습니다.

소년은 깜짝 놀라 쓰러진 거위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가서 보니 거위가 축 늘어지면서 죽고 말았습니다.

큰 일 났습니다.

그 거위는 소년의 아버지가 애지중지 하며 기르는 거위였던 것입니다.

거위가 낳는 알로 반찬도 해 먹고, 먹이를 주면 좋다고 달려오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아버지는 그 거위를 여간 예뻐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거위를 죽여 놨으니 참 야단났습니다.

아버지의 호통 치는 무서운 얼굴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아마 어쩌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실 지도 모릅니다.

소년은 얼른 광으로 달려갔습니다.

광에는 아버지가 쓰시는 삽이 있습니다.

소년은 그 삽을 꺼내들고 거위 집으로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누가 보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며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땅을 어느 정도 파자 거위가 들어 갈만한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소년은 죽어서 축 늘어진 거위를 두 손으로 안아다 구덩이에다가
던져 넣었습니다.

그리고 흙을 덮었습니다.

소년의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지만 닦을 새가 없습니다.

시내에 나간 엄마와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덮은 흙을 파기 전대로 편편하게 두드려 놓고 소년은 삽을 광에
갖다놓고는 헐떡이며 급히 자기 방에 들어갔습니다.

엄마와 아버지가 아직 안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한 소년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후"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가슴은 시간이 갈수록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봤으면 어떻게 하나, 설마 아무도 없었겠지, 거위가 없어진
것을 알면 아버지가 물어 볼 텐데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소년은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방에서
서성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정식아," 하고 누가 방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년은 속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네" 하고 방문 쪽을 보며 얼떨결에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가만 목소리를 생각해 보니 이웃 아줌마 목소리였습니다.

엄마 아버지가 모두 나갈 때면 가끔씩 와서 집도 봐 주고 밥도
해 주는 아줌마 목소리였습니다.

소년은 방문을 열었습니다.

역시 생각대로 그 아줌마가 문 밖에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소년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물었습니다.

" 너 가게에 가서 콩나물 좀 사와라"

" 네?"

소년은 어리둥절했습니다.

평소에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줌마가 할 일이었고 소년이 할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 싫어요, 나 안 가요."

소년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습니다.

"뭐, 안가? 그럼 나 이른다."

아줌마가 소년을 노려보며 큰 소리를 쳤습니다.

소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줌마가 자기의 한 일을 아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년은 슬그머니 아줌마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렸습니다.

"뭘 봐, 나 다 알고 있어, 너 거위 죽이고 땅에 파묻었지 ? "

아줌마의 싸늘한 말이 나오자 소년은 그만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소년은 할 수 없이 돈을 받아 들고 가게에 가서 콩나물을 사 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이번에는 두부를 사오라고 합니다.

소년은 아무 말도 못하고 두부를 사다 주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방 쓸어라, 쓰레기통 비워라, 걸레 빨아라.... 모두 아줌마가 할 일인데

소년에게 다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분이 나고 힘들었지만 불평 한 마디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가 놀자고 밖에서 불러도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줌마에게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년은 심부름하기 위하여 꼼짝없이 방에 틀어박혀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년은 거위를 괴롭힌 것을 후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거위가 살아난다면 다시는 그렇게 괴롭히는 일은 안 하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때는 늦었습니다.

죽은 거위가 되살아 날 리 없었고 땅에 파묻은 것을 돌이킬 수도
없는 것입니다.

해가 질 때쯤 엄마와 아버지가 돌아 왔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얼른 방문을 열고 잘 다녀오셨냐고 인사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날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줌마가 이르면 어쩌나, 그 생각 밖에는 없었고 회초리를 들고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차마 나가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줌마가 엄마에게 간다고 인사하며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금 안심이 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년은 지치고 피곤해 졌습니다.

하루 종일 심부름 하며 몸도 지쳤지만 거위를 죽인 일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의 마음은 더욱 더 조급해 졌습니다.

조금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될 텐데 그 때는 아버지 앞에
앉아야 합니다.

마주 앉으면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거위가 왜 안보이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대답해야하는데
영 자신이 없습니다.

거짓말 했다가 들키면 더 크게 혼날 것입니다..

그렇게 겁먹은 얼굴로 서 있는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흠칫 놀라서 보니 엄마였습니다.

엄마가 들어왔는데도 소년은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정식아, 너 어디 아프냐? 나와 보지도 않고"

엄마가 웃는 얼굴로 말하며 소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무슨 일 있었니? 얼굴이 몹시 안 좋아 보이는구나"

엄마는 힘없이 서 있는 소년 앞에 앉으며 소년을 안았습니다.

소년은 엄마가 안아주자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하면 왠지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소년은 울먹이며 거위에게 돌 던진 일이며 죽은 거위를
땅에 묻은 일을 다 말했습니다.

"그랬니? 힘들었겠구나, 걱정하지 말아라 거위는 또 사오면 되니까,
아버지한데는 내가 말해주마."

엄마가 그렇게 말하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엄마에게서 그 말을 들은 소년은 마음이 놓였습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말해 준다고 했으니 이제는 겁날 것이 없습니다.

드디어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엄마, 소년 이렇게 세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정식아, 엄마한데 얘기 다 들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내일 거위 또 한 마리 사와야겠구나"

아버지가 소년을 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소년은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조금 전에 상상했던 회초리를 든 아버지의 무서운 모습이 지금은 그렇게
인자하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네, 아버지"

소년은 힘차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날도 엄마와 아버지는 일찍 시내에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어제 그 아줌마가 일하러 왔습니다.

소년이 놀러 나가려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 때 아줌마가 부엌에서 나오더니 소년을 불러 세웠습니다.

"정식아, 파 좀 사와야겠다."

소년은 아줌마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줌마가 사오세요, 나 지금 놀러가야 하거든요"

"아니, 뭐라고?"

아줌마가 기가 막힌 듯 소년을 내려다보며 큰 소리를 칩니다.

"너 거위 죽인 거 아버지한데 이른다, 나 다 알고 있어."

그러자 소년은 조금도 겁먹지 않고 대답합니다.

"맘대로 하세요. 내가 어제 다 말했어요, 오늘 아버지가 더 좋은 거위 사 오신다고 했어요"

그리고 소년은 뒤도 안돌아 보고 대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아줌마는 멍하니 소년의 뒤를 쳐다 볼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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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05-09-27 13:34:11
    제가 볼땐 쓸데없는 글이 아닌거 같은데여;;
    계시판 자체가 이런저런 글 올릴수 있는거 아닌가여??
    물론 과도한 욕설과 비방은 안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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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룡 2005-09-27 13:37:56
    이글에 목적이 있다면 엄마와 아버지는 중국과 미국이고 소년은 북한이고 거위는 북한에서 희생된 인민들이고 아줌마는 사실을 말하려는 인권단체지요.목적이 없으면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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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언덕넘어 2005-09-27 15:09:54
    지나가다님께,
    '지나가다'라는 이름이 참 재미 있습니다.
    네, 말씀하신대로 결코 쓸데없는 글은 아닙니다.
    자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글이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몰라서 그렇지 사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사는 사람은 누구나) 뭔가를 자신의 가슴에 묻어두고 사는 사람이지요.
    그렇게 가슴속에 묻어두는 일이 혹 이 이야기에 나오는 정식 소년같이 발목이 잡혀 자유를 잃어버리고 남의 조종하에 움직이는 결과라면 어떻겠습니까.
    계속 말하려면 장황해 지니 이만 말씀 드리기로 하고요, 님의 말씀과 같이 자유국가이니 자신의 소신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시판에서 제가 느끼는 것은 참 엄청 터놓고들 얘기하고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쌍시옷 발음이 많이 발견된다는 뜻이지요.^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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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언덕넘어 2005-09-27 15:19:29
    최성룡님께,
    님의 서의껏 봐 주시는 마음이 참 넉넉하게 느껴 졌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마음과 체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이 게시판의 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적용되는 환경에 따라 화석같이 굳어 질 수 있음에도 정작 자시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댜수이죠.
    많은 탈북자님들의 마음도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많이 굳어져 있지 않나 생각되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북한 출신의 부모님하에 남한에서 태어난 북한2세(?)입니다.
    남한 정부의 탈북자에 관한 무관심에 놀라움을 느끼고는 하지요.
    남북한이 평화롭게 합쳐지기를 기도하고 있답니다.
    중국 조선족과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다투는 글은 처믐 봅니다만 하등 그럴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다 남한 정부의 무능한 탓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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