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對北 전단 살포 지혜가 필요(조선일보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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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본부 관계자 100여명이 26일 천안함 폭침 1주기에 맞춰 강원 철원에서 가지려던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가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국민운동본부측은 풍향이 좋은 백마고지에 올라 600만장의 대북전단을 날리려 했으나 주민들이 그럴 경우 북한의 보복 공격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마을 입구에서부터 이들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다른 실향민단체가 일주일 전 이곳에서 준비한 비슷한 행사도 주민들의 반대로 하지 못했고, 이달 초엔 임진각이 있는 경기 파주 동네 이장들이 "전단을 날리려면 다른 동네로 가라"는 공동 발표문을 냈었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쪽에서 대북심리전을 거론할 때마다 보복하겠다는 협박을 해오다 얼마 전부터는 보다 구체적으로 "심리전 본거지에 대한 조준격파 사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느닷없이 대낮에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퍼붓는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무도(無道)한 행태를 봐왔던 주민들에게 "왜 김정일의 공갈에 겁을 먹느냐"고 해본들 쉽게 먹혀들 일이 아니다. 북한과 접(接)한 휴전선 일대에선 실제로 북한의 공갈을 현실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상황을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을 상대로 심리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오히려 우리끼리 치고받는 꼴이 되고 만 셈이다.
북한은 우리를 향해 보복 협박을 떠들면서 내부적으론 남쪽의 보수단체들이 반(反)공화국 삐라와 동영상을 1달러 지폐와 함께 날려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주민단속에 나서고 있다. 북한정권이 대북전단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대북삐라를 통해 전해지는 폭압 정권을 몰아낸 중동 민주화운동의 흐름이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김정일 부자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준다.
대북전단 보내기를 가로막은 일부 지역 주민들 역시 대북전단의 진정한 목적이 바로 북한동포들에게 진실을 알려 그들이 노예상태를 벗어나도록 돕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전단 보내기에 앞장서온 단체나 회원들은 이제 자신들의 순수한 인도적 취지를 살리면서도 북한의 협박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현지 주민들의 처지를 감안해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미리 보도자료를 내 전단을 날려보내러 간다는 사실을 요란하게 알리고, 행사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대문짝만 하게 찍어 홍보하는 풍토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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