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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성 평양 열차에서2
Korea, Republic o 학사대 2 746 2011-07-16 19:58:05

과연 탈 수 있을까?

젊은 장정이 이 정도 위구심이 갈마드는데 여자들은 그저 "어쩌니 어쩌니" 이다.


군인들의 눈길은 모두 출발선에 엎드린 100메터 선수들 같다.

군관들이 나서서 작전을 짠다.

"누구누구는 창문으로, 누구는 승강기로, 누구는 방어하고 누구는 앞장에서 뚫는다. 나머지는 짐을 지키고 있다가 오르면 배낭을 올린다."

 

바야흐로 온성-평양행 열차가 홈으로 들어온다.


그야말로 해방만세이다.
칸안에 꽉 차고 승강기에 매달리고 고압전기선이 있는 지붕위까지 사람 천지이다.

 

어디를 공략할 것인가?

 

견인기가 지나고 체신칸, 식당칸, 침대칸, 군인칸, 일반칸이 시작된다.

 

섰다.

 

아비규환이다.

고함소리, 호각소리, 찾는 소리...

내리는 사람들이 꽉 막혀있는 사람사태속에 발을 구르며 뛰여 내릴듯한 동작을 하며 길을 열라고 소리지른다.

 

"야, 내려야 오를게 아이야!"

그래도 막무가내이다.


나는 함께가는 친구의 어깨를 밟고 승강기로 번지점프하여(남한 국회할때 강기갑이처럼)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매달렸다.

그럼 내리는 사람에 방해를 안주고 마지막 사람이 내리면 1순위로 차칸에 들어갈 수가 있다.


아무래도 내리는 사람은 내려야겠으니 가운데로 길이 트인다.
그속으로 하나씩 내린다.

매달려서 열차 가운데쪽을 보니 군인들은 전부 창문으로 거의 올랐으며 돈을 받고 여성들과 장사군들을 올리기도 한다.

 

내릴 사람 모두 내리고 승강기가 꽉 메게 오르는 사람들의 전진이 시작되건만 인차 막힌다.
벌써 다 찼던 것이다.

밀기가 시작된다.
모든 승강기 마다(침대칸 제외) "어이쌰. 어이쌰" 웨침소리가 역사를 진동한다.

 

"야 좀 조이라 조여."

"아이구 우리도 지금 한발 들구 서있수다."

"못이 짬이 있어 들어가나. 하나 둘 셋 어쌰"

전쟁이다 전쟁.
하긴 이 차 놓치면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맨앞에서 돌진한 내가 화장실 앞에 와서 더는 못들어갔으니 뒤에는 사람들이 절반도 오르질 못하였다.


승강기 문 밑에는 꽃제비들이 차지하고 기차 배때기 밑에 달려있는 공구함에도 둘씩 들어가 배기고.

 

아차, 친구가 아직 타질 못하였다.

내가 먼저 올라 창문을 열어 제끼고 배낭과 친구를 올리기로 작전하였는데 이거 야단이다.
칸안에 들어가질 못하였으니 말이다.
역전 홈에 들어설때는 모두 창문을 잠그고 그위에 등을 돌리고 막고있다.

 

이럴때는 상황판단과 행동이 즉각적이여야지 조금이라도 우물거리다가는 갈라지기 쉽상이다.


세면장을 보니 마대로 아예 창문을 막아버렸다.
그앞에 사람이 꽉 차있고...

화장실 문을 간신히 열었다.

거기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배분구를 중심에 비워두고 빽돌려 서고 창문위에는 두명이 막고 등지고 걸터 않아있었다.

 

무작정 둘의 옷섶을 거머쥐고 당겼다.
배분구에 두명이 엎어지는 동시에 창문을 밀어올리고 엎드렸다.


친구가 올려던지는 배낭을 받아 놓으며 친구도 잡아 안으로 당겼다.

말로는 안된다.
오직 행동만이 통한다.


발만 들이밀면 금방 싸우고도 친구가 되는 것이 북한 열차의 통상적 모습이다.

 

친구의 뒤를 이어 올라오려는 사람들을 밀어던지고 창문을 내리고 본래 걸터앉앗던 두명에게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고 우린 배분구 위에 마주섰다.

 

화장실 냄새, 사람냄새, 담배냄새, 물고기 비린내들이 종합적으로 나더니 그나마 열차가 달리니 좀 낫다.

후 살았구나 함께 한숨 짓는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이 못탄 그 전쟁터에서 용케도 오른 승자의 한숨이였다.

 

한 여자가 볼일보러 그 장사진속을 뚫고 화장실로 들어왔다.

"아니, 아줌마 여행준비도 아이하구 기차에 오르오?"

"어제 싸구 오늘 첨 이우다. 어째 그러오?."

"아이, 여자들은 여행 할라믄 3일전부터 물 아이 먹느거 모르는기여?"

"갑산 사는 간나가 그걸 어찌안당기로."


우린 벽쪽으로 바싹 몸을 밀착하고 배분구를 내여주는수밖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갈 수도 없고.

 

여자는 배분구 위에서 잠시 주춤하는듯 싶더니 "에랴 오늘 보구 낼 또보겠나." 하며 주저앉자마자 사사 십육 사사 십육 소리를 낸다.

 

- 좀 쉬고 하렵니다. 큰일 본 여자도 있었는데 그건 차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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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5286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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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저분한 ip1 2011-07-16 20:12:11
    이거 뭐 아비규환이 따로 없네. 사는게 사생결단이군.
    한번 가서 얼마나 고생시리 사는지 나도 북한체험 좀 해 봤으문 좋겄다.
    처방전님도 이런 아비규환의 지옥에서 사셨을거라 생각하니 어쩐지 눈물이 쏙 나올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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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국민들 ip2 2011-07-16 20:39:41
    이 바라는 소원은 게리가 말하는 굶주림도 아니다.

    오직 하나, 여행의 자유다. 아직까지 증명서제도를 폐기하지 않는 북한 당국에게 있어 주민들의 증명서를 없애는 것은 곧 개방을 의미한다.

    증명서 하나만 폐지하여도 북한 국민은 8.15해방의 기쁨처럼 커다란 환희여 더 다른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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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사대팬 ip3 2011-07-17 01:36:19
    제가 경험했던걸 그대로 생동하게 표현해주셨네요. 님의 솔직단백한 글 매일매일 눈팅하는일인입니다. 라흥구 가까이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살벌했던 그시절 다시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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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 ip4 2011-07-17 08:51:27
    이세상 어디서도 보고 들을 수 없는 실화, 다큐멘터리...
    오로지 탈동회 게시판에서만 볼 수 있는 글 이군요..계속 쭉 이어 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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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기갑 ip5 2011-07-17 09:54:41
    공중부양 기갑이도 북에서 왔는갑따.
    국회에서 민첩점프 완전 압권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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