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성 평양 열차에서(3) |
---|
큰일 본 여자까지 겪고나니 더는 못참겠다.
북한의 화장실에서 물이 나온적은 70년대까지였다.
나는 친구와 배낭을 놔두고 큰일 보구가는 여자의 뒤를 따라 객실 진입을 시도하였다. 헌데 턱도 없다.
볼일 보러 나갔던 사람이 들어오는건 길가에 꽉 찬 사람들도 서로 몸을 밀착하며 길을 튀워주지만 그뒤를 따라오는 나는 절대 못들어오게 막는다.
특히 군인들이 나서서 길을 막는 것은 어쩌는 도리가 없다. "이봐. 형님아 코밑에서 붉은기가 휘날려봐야 알갔어?" 군복을 방금벗은 나로서는 당장 결투를 신청하고프지만 호랑이 가죽을 입지않고서는 어림없는 일이라는것을 절실히 느꼈다.
정든 화장실로 다시왔다. 친구와 함께 배낭에서 군복을 꺼내입었다.
제대군인, 제대군관들은 사복과 군복을 번갈아 입으며 다닌다. 경무관에 걸리면 모자, 혁띠, 연장 모두 압수당한다.
그래도 객실까지 갈려면 이걸 입지않고서는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입었다. 나는 대위, 친구는 상위였다.
화장실안의 8명은 우리가 나간다니까 무척이나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군복만 입으믄사 무서운게 없지비."
아까 코밑에서 붉은기 휘날리게 한다던 말이 생각나 모두 '적기가'를 합창하였다.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식어 굳기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높이들어라 붉은기발을 그밑에서 굳게맹세해 비겁한자야 갈라면가라 우리들은 붉은기를 지키리라
화장실문을 박차고 객실로 진입을 거행하였다. 앉은 사람은 어깨 밟고 발 밟고 무서운 기세로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객실 가운데까지 오고나니 세번째로 한숨이 나간다.
다시 한번 "못이 짬이 있어 들어가나. 정치지도원 아무데나 비집구 주저앉게." 이르고는 나도 틈새를 파고들며 주저않아 버렸다. 친구는 정치지도원 출신이였다.
화장실에서 묻었던 어지러운 것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씨름을 하면서 깨끗해지고 말았다.
이제 다시 나가라면 절대 못나간다.
남자들은 모두 기차가 설때마다 창문으로 내려가 큰일 작은일 다 해결한다. (함흥같은 큰역이 아니고는 사람이 없다. 큰역에서는 문을 절대열지 않는다.)
기차는 한참동안 잘 달린다.
옆에 앉은 처녀의 자세가 웬지 불안하다. 승강기쪽을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다가는 락심한듯한 표정을 짓고 또 바라보군하는 그의 자태는 당장 볼일을 봐야하는데 차마 그속을 뚫고 갈 용단이 안나서 참고 참는 표정이 력력하였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그래도 주패(카드)를 논다.(남한 카드놀이와 방법이 다름. 명령주 사기주 사사끼 등 도박 위주가 아니라 오락 위주임.)
카드 놀던 한 친구가 안절부절 못하는 처녀의 기색을 보더니 자기네끼리 눈짓 한다.
"야, 전번에 평양 갔다오다가 말이야. 죽을번했어." "왜 죽을번해?" "아 글쎄 차칸에 사람은 지금보다 더 많았어. 차는 급행이라 그냥 달리기만 하지, 소변은 급한데 어디 나갈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옆에 앉은 할머니가 살려주었지." "어떻게?"
"'임자, 지금 급해서 그러나?' 하더구만. 아 '예' 했지." "그러니까?" "'내가 방법 하나 알려줄까?' 아 '예'" "그래서?" "'바늘로 코 밑을 살짝 두번만 찌르게' 하더구만." "오, 그거 나도 알아."
옆에 친구가 맞짱구를 쳐준다.
"마침 옆에 군대한테 바늘이 있어서 제창 두번 찔렀지." "그래서?" "야, 그런 방법이 있는걸 모르고 혼나던 생각하면 내 어이가 없어서. 언제 마려왔던가 싶더구만. 한시간은 능히 참겠더라구."
"야 넌 그나이 먹도록 아직 그것두 모르구 있었냐? 나는 군대때 배워서 알고있었다. 한심하기란."
처녀의 손길이 허리춤으로 간다.(여자들은 옷 빈침을 꼽고 다닌다.)
기차가 굴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마도 코밑을 찔렀는지.
새까맣다가 굴간을 나오면서 훤해진다.
순간 사람들이 소리 친다.
"야 이거 어디서 물나온다." "어디 어디?" "야 이거 오줌 아이가?"
배낭이 젖는다 쌀마대가 젖는다 야단법석이면서 모두의 눈길은 처녀에게로 쏠린다.
물은 계속 흘러나온다.
처녀의 얼굴에선 눈물이, 코에선 콧물이, 아래선 오줌물이 멈추질 못한다.
이제는 얼굴을 무릎속에 파묻고 온몸이 오열에 흐느낀다. 카드놀던 사람들도 멍하니 굳어져버리고 이제는 차마 욕도 못하고 서로 멀뚱거리기만하는데 웬 아줌마가 처녀에게 보자기를 쒸워준다.
"에그, 그저 미국놈이 원쑤지." "아니, 처녀가 오줌 싸는데 미국놈이 뭔 상관이요?" "이 아재 봐라. 그럼 누굴 욕한단 말이요? 미국놈밖에 더 있소?" "옳수다. 그놈이 바로 미국놈이지비."
그럭저럭 고원을 지나 부래산에 오니 기차는 앞으로 가다가 뒤로 가기를 여러번 반복한다.
어떤땐 뒤로 더 빨리 가기도 하고 불안하게 놀더니 아예 멈추어 버린다.
-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신고 0명
게시물신고
|
여기 들르는 사람만 읽기에는 아까울 듯,,,,,
눈물밖엔 달리 나올게 없었겠네요.
아, 오줌도 있었군요.
재밌유.
북한에서 오줌을 참는 사람을 보면 놀리느라 일부러 저렇게 장난을 많이 치지요.
코구멍에 머리카락을 넣으면 오줌을 참는다고 속이기도 합니다.
간지러워서 금방 바지에 오줌을 갈기게 됩니다.
오랜만에 옛기억도 나고 크게 웃었습니다.
학사대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기쁨을주고 웃음을준 학사대님, 긍정적으로 유머적으로사시는 학사대님에게 기쁜일만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밤 좋은꿈꾸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