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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앞에서 숨길수없는 농심 ㅋㅋ
Korea, Republic o wkdbxhddlf 0 353 2011-10-13 11:34:05
작성일 : 11-10-13 07:38
저울
 글쓴이 : 김찬수
조회 : 132   추천 : 14  

저울

 

 내 평생 내가 지은 농산물 팔아 보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나는 올해 이른봄에 포천 일동 화현면 지현리 밭에 고구마 1500본을 심었다. 지난 여름 폭우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때 그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마을 생긴이래 최대의 산사태가 나 우리밭 옆의 강씨댁 할머니의 가옥이 진흙에 뭍히며 아예 떠내려갔고 나의 고구마 밭도 거의 반절이 유실됐고 밭아래 30평 비닐하우스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섭섭한 마음으로 지난주 아내와 같이 이틀 동안 고구마를 캐었다.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를 반반씩 심었었는데 예상한것보다 유실된 밭자리 말고는 제법 수확이 짭짤했다.

재작년에도 고구마를 온밭자리에 심어서 크게 수확을 보아 미아리에 있는 "가톨릭 성가병원" 수녀원까지 보내어 마음이 흡족하였는데 이번엔 여기저기 마음먹은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주 착찹한 심사였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아내 친구들이 아내를 부추겨 우리가 사 줄테니 수확한 고구마를 돈을 받고 팔라는 것이다. 여태껏 나누어 먹는 재주밖에 없는 우리에게 돈을 받고 팔라고 하니....! 그러나 요즈음 궁끼가 돈 아내는 귀가 솔깃했던 모양이다. 나도 내심으로 "팔기는 뭐....그런 재주는 우리에게 없는데...." 하면서도 예전같이 안된다고 펄쩍 뛰지도 않고 아내 생각을 만류하지 않았다.

"여보! 기름집에가서 10kg 달수 있는 저울 좀 빌려 오구랴.... 종이 상자도 여기저기 과일가게에 가서 한 서른쯤 개 사오시고...."

그그저께 나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 "지공대사" 신분이기에 전철에 몸실어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마음 편하게 다닌 뒤 밤 늦게 귀가하니 아내가 슬며시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 여보! 오늘 내가 고구마를 다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오"

"....?...."

"아~ 글쎄 저울에 상자를 올려 놓고 고구마를 한상자씩 또 한자씩을 다는데 아무리 상자속에 담아도 담아도 바늘끝이 10kg 포인트 근처에 가지를 않겠지 뭐요. 나중엔 한개씩 또 한개씩 야곰 야곰 바늘 가는데를 들여다 보면서 더 올릴가 말까 하다가 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어요. 글쎄 돈을 받고 팔게 된다니까 고구마 상자를 늘이려 10kg에 꼭 마추려 든다는 심보 말이에요. 돈을 받는다 하니 남을 주는 고구마가 더 주면 아깝게 생각되는 지경이 되다니...."

이른바 아내도 나도 돈에 눈이 홀까닥 뒤집히는 심보의 출발점이 드디어 온것인가. 

이제까진 지은 농산물을 그저 마음 내키는대로 기쁜 마음으로 환한 이웃과 나눠 먹을 요량에 받는 분들의 기쁨도 생각하며 저울추가 더 올라가던지 말던지 수량가리지 않고 비닐봉지에 둠뿍 듬뿍 망서리지도 않고 넣어 드렸었는데 아~! 돈을 받고 판다니까 마음이 달라지는 느낌이 드는구나 생각되니 어찌나 게면적게 우스운지....아내가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이 문득 나의 마음을 똑바로 꿰뚫어 보는듯 "당신도 같은 심보이지요....?" 하는 눈초리 같애 나도 찔끔하며 멋적게 웃고 말았다.

요즈음 아내만 궁끼가 든것이 아니라 나 또한 아내가 침발라 겨우 건네주는 몇푼 용돈 타 쓰는 주제에 궁끼들긴 마친가지이어선지 난생처음 고구마값 장사 타령에 평생 나눠먹던 짓이 뒤바뀌는 셈이다. 뒤바뀌는 출발점 농심(農心)과 상심(商心)한가운데 서서 휘까닥 하는 심보 장단 마추기 박자에 나도 아내도 농민들과 상인들의 인생살이를 다시한번 되짚어 또 다른 처지의 이웃알기 깨달음을 내일처럼 공감하며 우리둘은 한바탕 배꼽을 잡고 천장이 떠날 듯 웃고 말았다.

일찍부터 작은 규모의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는 재래 시장바닥에 나가 손수지어 내어다 파는 농촌 할머니들의 물건 값을 절대로 깍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새삼스럽게 고구마 팔 욕심으로 저울에 상자 올려놓고 고구마 무게 달다보니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마음도 정확하게 알게 된 지경이다. 우리 부부에게 이런 고약(?)한 욕심도 있다는 것 사실이라 하니.... 부끄러워 해야 할지 자랑스러워야 할지. 사실은 절대로 고약하지도 않은 것일터인데. 

저울속에 내 마음안 깊숙히 나도 모르는 억제 못하는 농심과 상심의 숨은 뜻이 똑 같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하니....!/ (2011. 10. 13.) 화곡. 김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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