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사살, 국경부대 강화…‘대장동지’ 업적 쌓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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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의 2인자로 위상을 다져가면서 탈북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도 칼날처럼 매서워지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해 9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데뷔한 뒤 전반적으로 탈북을 막기 위한 방법이 다양해지고 탈북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난 10월25일 한 탈북자가 양강도 혜산 부근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측 도로에 올라섰다가 북한 경비병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이 최근 증언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대북 소식통들은 국경경비대가 탈북자를 현장에서 사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북한 경비대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북한이 올해 들어 국경지역에서 탈북자를 단속하는 부대를 대폭 강화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은 지난 8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인민무력부 산하의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을 혜산시의 국경초소에 새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 당국은 올해 북한 주민과 유착관계를 끊으려고 국경경비대의 근무지를 대거 바꾸는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경비대원이 한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 북한 주민에게 식량이나 돈에 매수돼 탈북을 방조할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국경 경비대에 식량을 후하게 공급하는 등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탈북자 단속체계를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국경지역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을 적발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CCTV와 철조망 설치 작업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탈북자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것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과 무관치 않다는 게 우리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김정은으로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탈북 브로커가 낀 대규모 ‘기획탈북’이 증가하고 사회의 기강이 와해되는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공안업무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크다. 지난 4월 대북매체인 데일리NK는 김정은이 등장한 후 탈북자 가족에 대한 박해가 한층 심해지고 있다며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조국을 배신한 변절자들의 가족과 혁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한 탈북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중 국경지역이 탈북자 속출로 위태로운 상황을 맞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려고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지난 6월 압록강에서 북한과 공동순찰팀을 가동해 밀무역과 탈북자 단속에 나섰고, 압록강 유역의 황금평에 CCTV와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북한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북한 주민이 브로커를 통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으로 넘어가는 탈북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9일 탈북자를 돕는 한 중국인을 인용해 “2007년에 북한 군인들에게 중국 돈 2천 위안을 주면 탈북자 한 명을 넘겼는데 지금은 2만 위안 이상, 즉 미화 4천 달러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작년 12월14일 혜산시에서 북한주민 7명이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땅을 밟았지만 추격해온 북한군의 집중사격에 5명이 즉사하고 2명은 상처를 입은 채 북송됐다”며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이후 국경지역에서는 탈북자 시체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강경책에도 최근 북한 주민 21명이 서해를 통해 남하한 사례에서 보듯이 목숨을 건 탈북 행렬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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