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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이틀간 본 평양은 거대한 군대 같아" /nk.조선
초원 6 418 2005-10-25 13:07:23
[독자편지] "이틀간 본 평양은 거대한 군대 같아"


대동강에 푸에블로호 떠있고 하루 반나절동안 택시구경 못해

이항재 ·전주대 국제학과 명예교수

지난 7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벌어진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대표적 비행장이라고 했지만 눈에 띄는 비행기는 2대뿐이었다. 청사(廳舍) 내에도 손님이라곤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안내원’이라는 가이드가 3명 있었다. 직업을 묻자 “중앙부처 직원인데, 이번 행사 기간 안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알고 보니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었다.

버스가 시내로 접어들자 대동강이 보였다. ‘충성의 다리’를 지나 강을 건넜는데 낡은 배 한 척이 눈에 띄었다. 안내원은 “미국정보함 푸에블로호”라며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영해 침범으로 나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금릉동굴’이란 터널을 통과했는데 매우 어두침침했다. 천장을 보니 두 줄의 전등 중 한쪽은 완전히 끄고, 다른 한쪽도 드문드문 켜 있었다. 전기부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평양 시내에서는 사람을 잔뜩 태운 낡은 트럭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하루 하고 반나절을 다니는 동안 택시는 통 보질 못했다. 호텔에도 택시가 들어오지 않았다.

대중교통수단은 시내버스와 궤도전차, 무궤도전차가 주류였다. 반면 자가용들은 모두 중·대형 수입차였고 소형차는 보이지 않았다.

남자들은 대부분 작업복 차림으로 ‘차이나칼라’를 한 디자인에 색상은 검정이나 쥐색 계통이었다. 간혹 보이는 신사복에 넥타이를 차림의 사람들은 높은 사람들이었다.

반면 여자들은 투피스·원피스·블라우스·점퍼 스타일 등 다양하게 입고 있었다. 행사장 안내원들은 하나같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고, 구두는 뒷굽이 뭉툭한 것들이었다.

건물 대부분은 흰색의 고층아파트였고 단독주택이 안 보였다. 평양 인구가 250만명 정도라고 했는데 내가 사는 전주(63만명)보다 길 찾기가 더 쉬워 보였다. 시내에 나무가 많아 공기가 맑고 깨끗한 게 무척 부러웠다.

출근길에 꽃을 들고 가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모두 조화였다. 행사 때마다 빨간 꽃을 흔들고 열광하던 게 생각나 안내원에게 “모든 국민이 꽃을 잘 만들겠다”고 물으니 “각자 만들면 색상과 모양이 달라 기관에서 만들어 공급한다”고 했다.

이틀간 만나본 평양의 인상은 거대한 군대 같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옷차림에 비슷한 대화내용, 비슷한 거리풍경 등…. 최고지도자 호칭이 왜 ‘국방위원장’인지 실감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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