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탈북자 북송반대 관련)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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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북송 반대" 박선영에게 박수 보낸다 인권 앞에 보수·진보 없어... 안철수·정범구 동참은 연대의 시작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나는 중국의 연변한국학교에서 근무하며 북한을 지리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가까이 접했다. 그리고 동갑내기 탈북 여성,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조선족 브로커, 탈북 아이들을 몰래 돌보는 종교인 등을 만나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이유는 대학시절 동안 북한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탓이 크다. 더디가도 사람 생각한다고? 아직도 내 책장엔 <더디가도 사람 생각하지요>란 제목의 책이 꽂혀 있다. 대학시절 한 선배가 생일 선물로 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북한을 경제적으로는 '더딘' 곳이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곳으로 그리고 있다. 처음엔 반공교육 탓에 그 내용이 도통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선배들과 한 세미나를 통해 우리 현대사에서 독재자들이 정권 유지를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가 철저히 왜곡돼 왔음을 배우게 됐다. 그리고 나는 북한은 70년대까지 우리보다 잘 살았고, 보육시설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며, 빈부격차가 거의 없는 사회라는 새로운 정보들과 함께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함께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며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형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중국에서 내가 만난 북한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인육을 먹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굶주리고 이를 견디지 못해 강을 건너고 있다고 한다. 또 강을 건넌 이들은 중국인들에게 팔려가고 중국 군인에게 잡혀 북송되면 수용소에 감금되거나 바로 사살당한다는 것이다. 그 끔찍한 현실을 알게된 나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대학시절 나에게 그 책을 준 선배를 찾아가 따졌다. 북한은 '더디가도' '사람 생각' 한다더니 사람을 생각하긴 뭘 생각하느냐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고 무엇이 맞느냐고. 선배는 오래도록 말이 없더니 한참 만에 딱 두 마디를 꺼냈다. 하나는 "내가 아직도 예전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니?"였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러니 당시 사람들이 뉴라이트로 전향했지"였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 = 반공 지지 ? 좀 더 개인적인 얘기를 풀어보자면, 나는 그 후 탈북자 학교에서 근무할까 진지하게 고민한 일이 있었다. 대학시절과 중국 근무 경험들 탓에 탈북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나는 최종합격을 했음에도 그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것은 면접 때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 때문이었다. 이라크 전쟁. 초임교사 시절의 나는 그 전쟁을 반대했다. 미국은 정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외치지만 세상에 정의를 위한 전쟁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취지의 반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회과 교사로서 그것은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나는, 면접실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오랜 쿠데타로 인권이 유린된 이들을 구하기 위한 필요악이었다"는 답을 했다. '합격을 위해' 그랬는데 역시나 나의 대답에 국정원 출신이라는 교장 선생님은 흡족한 웃음을 짓고 계셨다. 탈북자들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무언가 역할을 하고 싶지만, 그런 내 바람을 '북한 정권에 대한 반대', '악의 축인 북한 정권을 타도하고자 정의를 위한 전쟁을 불사할 수 있는 미국 정권에 대한 찬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학교가 나는 두려웠다. 아니 그 학교에서 나는 나와 생각이 다른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과 부딪칠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결국 그 학교 근무를 포기했다. '세이브 마이 프랜드', 한 의원의 가슴 아픈 외침 그 뒤로도 여러 번 탈북자 관련 시민단체를 기웃한 일이 있었지만 역시나 비슷한 이유로 마음을 접곤 했다. 내 주위의 진보단체 관련자들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없어 대화 자체를 시도하기 어려웠고, 보수단체 관련자들은 극단적으로 대북 공격까지 주장하며 햇빛정책이니 6.15 공동선언이니 하는 성과들을 싸잡아 비난해 공감하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혼란의 끝에서 탈북자 문제에 있어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달 14일부터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나는 멈추었던 탈북자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바싹 마른 얼굴로 "세이브 마이 프랜드(save my friend)"을 외치다가 결국 실신에 이른 한 여성 의원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이 문제에 관심갖지 않은 것은 다 핑계에 불과하단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FTA와 무상급식과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등에 있어 나와 정치적 지향이 다를 것이 틀림없음에도 그 의원을 향해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탈북자 강제 송환 반대'의 궁극적 지향점은 '북한 정권 불인정'이고 '대북 공격'일지도 모른다. 아니 한 단계 더 넘어 '안보 강화'와 이를 위한 '보수 정권 수립'이 목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모든 것이 선거를 위한 술수일지라도, 나는 박선영 의원을 향한 박수를 멈출 수 없다. 어찌되었든, 탈북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소리를 내어 우리 정부가 또 중국이, 그리고 북한이 움직이도록 정치적,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명은 정치도 종교도 직업도 그 무엇도 초월한다 넋두리에 가까운 개인사들을 늘어놓은 것은, 내가 내 정치적 방향 때문에 쉽사리 탈북자 문제를 고민하는 단체들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것은 나만의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좌파 또는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지금까지 탈북자 문제를 애써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극심한 충격과 배신감 속에서 진보에서 보수로 방향을 전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안된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로 침묵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너무 많은 이들이 희생당하고 있거니와, 탈북자들 대부분이 북한 체제 반대자들이 아니라 그저 배가 고파 강을 건너는 이들인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유엔난민기구에서도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규정하지 않았나. 그런데 생명을 위해서는 정치도 종교도 직업도 그 무엇도 초월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그 간단한 정의를 실현하고자 최근 여기저기서 놀라운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처음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는 보수 정당과 특정 기독교 단체만이 주도했다. 그런데 점차 기독교 내 타 종파들로 확산되더니 1일에는 천주교도 동참했다. 또 4일에는 정치와 무관한 직업일 수 있는 연예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를 노래하는가 하면, 언론에 의해 진보로 분류돼온 안철수 원장이 촛불시위현장을 찾아와 지지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항의 촛불집회에 참석, 단식 11일째인 탈북 여성 1호 박사 이애란 교수를 위로햇다.
안 원장의 등장에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그가 진보에서 보수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특히 몇몇 언론은 '경제는 진보, 안보에는 보수'라던 안철수의 과거 발언을 박근혜 대표의 "안 교수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발언과 엮어 이를 뒷받침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안철수 방문의 가치를 평가절하는 일이 아닐까? 안철수는 자신의 방문 이유를 "인권 문제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념과 체제를 다 떠나 가장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것이 아니라 인권 앞에선 진보, 보수 구분을 하지 않겠다는 뜻임을 의미한다. 민주통합당 소속 정범구 의원의 방문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5일 오전, 정 의원은 12일째 단식 중인 이애란 박사를 격려하고 북송반대 시위에 동참한 뒤 트위터에 "(강제북송을) 방치하면 살인방조가 된다"고 밝혔다. 진보진영 정치인으로서는 최초임에도 정 의원의 방문이 언론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은 것은 지명도 때문이거나 당 대표로서 참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의원의 방문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안 의원에 이은 정 의원의 참여는 '인권 옹호에 있어 진보와 보수는 별개일 수 없다'는 명제를 입증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에 제안한다, 더는 탈북자 문제 외면하지 말자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 기회, 그러니까 '안 원장과 정 의원, 또 그 이전의 천주교와 경실련, 연예인들 등 색이 다른 이들이 참여를 시작한 이번 기회'를 진보진영이 탈북자 문제에적극 뛰어드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고 보수진영, 그들만의 영역으로 탈북자 문제를 외면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권과 평등을 소리 높여 주장해온 진보진영을 자기모순 속에 빠뜨리는 일이다. 또 교사로서 나는 전교조에 제안을 하고 싶다. 오래 전 이라크 전쟁 당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공동수업안 제시 등으로 교사들의 반전수업을 지원한 것처럼 이번에도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말이다. 그래서 초중고 학생들이 아침조회, 계기수업, 사회과수업, 인권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통해 반쪽 형제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를 해결하고자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한편으로는 전교조의 이름 아래 교사들이 모여 탈북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5일 오후 시위 현장에 한국교총이 참여했다고 한다. 전교조와 한국교총은 대부분의 문제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교육계의 진보와 보수로 통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나은 교육을 생각하는 마음은 교총 소속 교사나 전교조 소속 교사나 모두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교조도 '인권 교육' 나아가 '통일 교육'을 위해서라도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이 거센 물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 3조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따르면 북한은 합법적 정치체제가 아닌 반국가단체일 뿐이므로 중국의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6.15 공동선언으로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정치체제를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헌법과 공동선언은 서로 모순되고 있어 북한정권을 부인하고 중국 정부에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말 것을 주장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 유엔협약이 있다 해도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법적 외교적 현실보다 중요한 것은 '배고파서 국경을 넘었다고 박해받아서는 안된다'는 단 하나의 사실이다. 그 사실 앞에서 정치, 종교, 직업, 계층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 다른 색의 여러 진영들이 생명을 위해 기꺼이 손을 잡을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 천주교와 연예인들, 그리고 안 원장과 정 의원의 동참은 바로 그 '연대'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탈북자 북송 반대" 박선영에게 박수 보낸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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