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의 시 <빈집> 중에서 -
*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오려나 봅니다. 꽃소식도 있었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생기가 묻어 들립니다. 봄바람은 맛부터 다릅니다. 봄을 솟아나오는 계절이라 하여 ‘Spring’이라 했다지요.
얼음을 녹여 맑은 물이 콸콸 솟아나게 하고,
죽음과 같은 가지에서 생명의 움이 솟아나게 하는 계절.
혹독한 추위의 감옥에 죄인처럼 갇혀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 피조물에게 봄은 복음입니다. 봄처녀 제 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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