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호령하는 중국경제는 허상”
[세계일보] 2012년 10월 05일(금) 오후 08:38
랑셴핑 지음/이지은 옮김/다산북스/1만8000원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경제대국 중국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랑셴핑 지음/이지은 옮김/다산북스/1만8000원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포겔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040년에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해 14%에 그칠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도 저서 ‘메가트렌드 차이나’에서 “중국은 미래에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를 지배할
기술 혁신자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는 이런 중국 대망론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정면 반박했다. 홍콩 중원대 석좌교수인 저자 랑셴핑은 “세계를 호령하는 중국 경제는 허상”이라면서 제발 자중하고 겸손해지라고
충고했다. 중국인 노학자의 일종의 자기 고백서다. 2020년 전후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도
얼토당토않은 선전선동술이라고 일갈하면서 실상을 파헤친다.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메이드 인 차이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을지, 그리고 환경을 얼마나 많이 파괴했을지 생각해보라. 그
런데도 중국은 존중받기는커녕 걸핏하면 세계 각국으로부터 무역제재를 당하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어렵사리 길러낸 몇몇 기업 중에 세계로부터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다. 게다가 중국인
스스로 존경할 만하다고 인정하는 기업 역시 손에 꼽을 정도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2011년 3월 열린 중국의 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역설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돈 버는 데만 급급한 습성, 무턱대고 문을 닫아걸고 바깥 세상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큰소리치는 현실, 세계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답답한 군상들이라고 비난한다.
저
자는 제갈량을 예로 든다. “지금도 수억의 중국인들이 신으로 추앙해 마지않는 제갈량은 정말 위대한 전략가라고 할 수 있을까.
제갈량은 추운 겨울에 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동풍의 힘을 빌려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만일 그가 바라던 대로 동풍이 불지
않았다면 수만 명 병사들의 귀중한 목숨은 수장됐을 것이다. 이것이 적벽대전의 전말이다. 적벽대전은 ‘혹시나 하는 마음’, 요행심에
기댄 ‘저확률 사건’에 불과하다.”
이런 요행심 저확률 게임 등이 중국 경제의 근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륜·상도덕 등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돈 버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게 지금의 중국 기업들이라고 비판하면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한다.
“서
양인의 피는 종교로부터 주어진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인의 피는 자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자신만 위하는 환경에서 그들의
발언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의 책임은 곧 인륜이고 도덕이다. 기업가들은 돈을 지불할 충분한 능력이 있지만 자선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자선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생산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을 누구에게 주려고 하는 것일까. 바로 중국인 그 자신에게다.”
벼
랑 끝으로 달려가는 것 같은 중국 경제의 허실을 전하는 노학자의 ‘애국심’이 서려 있다. 랑셴핑은 거대한 정신 개혁 없이는 중국
기업은 절대 존경받을 수 없다고 단정한다. 중국 경제의 핵심을 꿰뚫고 각성을 촉구하는 노교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리는 것 같다.
중국 경제를 연구하는 독자들의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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