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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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칼럼]프레스티지 코리아
[매일경제] 2012년 10월 05일(금) 오후 05:47
한국은 지금 어디쯤에 와 있을까. 우선 경제력 순위를 따져보는 게 쉬울 것 같다. 네티즌들이 자주 활용하는 위키피디아에서 국가 GDP 순위를 검색해보면 한국이 12~14위로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그리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 세 가지가 있는데 순위가 조금씩 다르다. 월드팩트북 사이트에서 1인당 GDP(2011년 구매력 평가 기준)를 찾아보면 한국이 3만2100달러(40위)로 일본(3만5200달러·36위) 프랑스(3만5600달러·35위)와 별 차이가 없다. 이탈리아는 3만900달러(44위)로 한국보다 뒤진다. 재정위기에 빠진 스페인도 3만1000달러(43위)로 한국에 뒤지고, 그리스는 2만6600달러로 52위로 돼 있다. 숫자로 본 한국은 우리가 한때 선망해 마지않았던 유럽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휴대폰 가전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제품 등이 대체로 글로벌 5위 이내에 든다. 월드 클래스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한국이 가입한 게 1996년이고,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는 총체적으로 볼 때 선진국 대열에 훌쩍 들어서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 없는 게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 명품 브랜드다. 소득수준이나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보면 ‘코리아 명품’이 나올 시점이 무르익었지만 아직 뜨지 못하고 있다. 요즘 물밑에서 명품 소비행태가 바뀌는 조짐이 느껴진다. 명품을 가졌다는 자체로 ‘우월감’을 가지는 소비보다는 개성을 강조하는 가치 중심으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부를 과시하는 ‘졸부형’ 소비에서 ‘스마트’ 소비로 진화하고 있다. 선진국 제품에 대한 선망과 동경에서 나온 흉내내기식 소비에 대한 반성이 한때 ‘국산품 애용’ ‘수입품 국산화’가 애국이라고 배웠던 기성세대는 물론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된 신세대까지 한국인의 DNA 속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강한 욕구가 담겨 있을 법 하다. 유 럽에서 자리 잡은 명품 브랜드는 대체로 영국 프랑스 등의 귀족 가문에서 시작된 후 20세기 들어 급속하게 명품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길어야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유럽산 명품 매출이 급격하게 팽창한 것은 산업혁명과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국가 간 교역 급증과 전 세계가 서구 문화의 영향권 내에 편입된 게 배경이다. 공방의 브랜드에 대규모 자본이 가세하면서 명품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탈리아 명품은 역사가 매우 짧은 편이다. 영국 패션 잡화의 명품 브랜드 제품은 주로 이탈리아에서 하청 생산이 이뤄졌다. 이탈리아 명품은 여기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씩 자체 브랜드를 키워냈다. 이 탈리아 사례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하다. 현재 한국에는 20~30년 이상 미국과 유럽 유명 브랜드의 OEM, ODM을 맡아온 전문기업들이 많다. 더욱이 한국 대기업들이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글로벌 선두업체들을 따라잡고 그들의 시장을 차지한 소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제조업 후광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만일 대기업 그룹이 글로벌 제품을 키워냈듯이 명품 산업의 한 품목을 선택해 투자한다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한국이 이룬 민주화 경험과 문화적 다양성은 개도국이 부러워하는 대목이고, 선진국이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다. 명품 소비의 한 측면이 선진 문화를 사서 향유하는 일이라고 본다면 한국은 초입은 넘어섰다고 본다.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는 ‘K-Beauty’가 뜨고 있다. 명동과 해운대에 운집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고객들이 ‘코리아 명품’을 받쳐줄 기반이다. 가 능성과 잠재력 단계를 넘어서서 전략과 실행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러 전문회사들이 ‘코리아 명품’을 준비 중이다. 동대문 시장의 작은 가게에서, 1인 쇼핑몰에서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은 ‘코리아 명품’을 꿈꾸는 젊은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뉴욕 맨해튼 뒷골목에서, 이탈리아 밀라노 공방에서, 젊은 한국인들이 밤잠을 설치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강남스타일’ 동영상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가수 싸이가 미국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청중을 웃기는 게 인상적이었다. 코리아 명품은 세대를 걸친 집념 어린 노력과 전략이 필수적이다. 맨손으로 경제 강국을 이뤄낸 부모세대를 이어 신세대들이 ‘코리아 명품’을 만들어낼 차례다. [조경엽 LUXMEN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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