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원 투자하면 2년내 영주권 받을 수 있어 러시아, 중국 등 신흥국 부자들의 영국 투자이민이 급증하고 있다. 자국의 정치환경이 불안정한 데다 영국 내 투자조건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투자비자’ 프로그램을 안화하면서 영국으로 이민 오는 신흥국 부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 말 현재 외국인 투자비자 신청은 400건을 돌파했다. 지난해(331건) 신청 건수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투
자비자는 외국인이 최소 100만파운드(약 18억원)를 영국의 국채나 회사채, 주식 등에 투자하면 이민 올 수 있도록 발급해주는
사증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초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했다. 외국인이 투자비자를 발급받은 후 5년 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500만파운드와 1000만파운드 이상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3년, 2년 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영국 투자이민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러시아 부유층이다. 영국이 2008년 투자이민을 받아들인 이후 올해 초까지 유입된 백만장자 중 21%가 러시아인이었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구성 국가들의 부자들을 포함하면 30%에 이른다. 런던에는 프리미어리그 축구 명문구단인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포함해 수백명의 러시아인 백만장자들이 살고 있어 ‘런던그라드’라는 별칭이 붙었다.
최근에는 중국과 중동 부자들도 영국 투자이민 대열에 합류했다. 2008년 이후 중국 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했다.
영국 은행권에선 외국인 부자들이 자국에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투자이민의 최소 조건인 100만파운드를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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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이 우수한 교육, 의료, 법률시스템을 갖고 있는 데다 부동산시장도 안정적이어서 해외 부자들이 자산 피난처로 선호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런던의 고급 부동산시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장악한 상태다. 지난해 고급 부동산 거래의 55%를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했다.
영국 정부 산하 투자유치기관인 인베스트UK의 마크 필렌 최고경영자는 “러시아, 중국 등의 부자들이 자국 내 불안정한 정치환경 탓에 재산 보전을 위해 영국 등 해외로 이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