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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독극물 암살’ 충격…지난해 의문사한 김창환 선교사
United States 독살 0 353 2012-12-07 07:19:59
 北 ‘독극물 암살’ 충격…지난해 의문사한 김창환 선교사


[쿠키 사회] 지난해 중국 단둥에서 의문사한 김창환(당시 46세·사진) 선교사가 북한 공작원들이 사용하는 독극물로 사망한 사실이 정보 당국 문서로 공식 확인됐다.

6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했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A씨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 김 선교사 사망 원인 관련 ‘수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가정보원이 A씨의 행적 관련 증거자료로 만든 이 보고서는 ‘A씨가 2010년 3월 접촉한 김창환 선교사, 독극물로 인해 피살된 사실 및 동 동극물이 북 공작기관에서 사용 중인 독극물과 동일한 사실 확인’이란 제목으로 돼 있다. 재판부는 보고서를 토대로 ‘김 선교사는 2011년 8월 북한 공작원이 사용하는 브롬화스티그민 중독으로 사망’이라는 내용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국가 기관의 기록으로 김 선교사 사인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김 선교사는 지난해 8월 단둥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입에서 거품이 나는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러나 중국 공안 주도로 실시한 1차 부검에서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고, 당시 선양총영사관 측도 “부검 결과 독극물에 의한 피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김 선교사 사망 10여일 후 화장했다.

국정원은 이후 유족 측에게서 김 선교사의 피가 묻은 장갑 등을 입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같은 해 12월쯤 그의 혈흔에서 브롬화스티그민 성분이 나왔다는 결과를 받았다. 국정원은 이를 김 선교사 유족 측에도 알렸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법원에 낸 자료는 ‘팩트’만으로 작성했으며, 나머지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유족들이 2차 정밀 부검을 거부한 이후의 기록은 없고, 사인이 독극물이라는 건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교단체 관계자는 “사정 당국이 지난해 말쯤 사인을 확인했지만 남북관계나 중국의 입장 등을 고려해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중국 쪽에서도 범인 검거에 나섰지만 아직 잡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창환 선교사 ‘북 공작원에 암살’ 뒤늦게 드러나

한국 정보당국은 중국 단둥에서 사망한 김창환 선교사의 사인이 ‘북한 공작원들이 쓰는 독극물 중독’이란 사실을 지난해 말 확인했지만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의문사한 사안의 정보를 1년이 넘도록 입수하지 못하는 등 재외국민 안전 관리와 대책 마련에 허점을 드러냈다.

◇국정원은 ‘쉬쉬’, 외교통상부는 까맣게 몰라=‘공식 의문사’로 남았던 김 선교사의 사인은 탈북자로 위장해 지난해 6월 국내로 들어왔다가 검거된 A씨에 대한 판결문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2003년부터 중국에서 공작 활동을 하던 A씨는 2010년 2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시에 따라 단둥으로 이동, 현지 공작거점인 북한 식당 측과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한 뒤 한인 교회의 선교활동 상황을 탐문했다. A씨는 김 선교사가 탈북자들을 다수 한국에 입국시켰다는 정보를 얻게 되자 북한군 대좌 출신 탈북자로 행세하며 접근, 그해 3월부터 김 선교사가 운영하는 안가에서 체류했다. A씨의 ‘윗선’은 “김 선교사를 세밀히 관찰하라”고 지시했고, A씨는 한 달 동안 김 선교사의 안가에 머물며 그의 동향을 보고했다.

김 선교사는 이후 지난해 8월 21일 단둥 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사용하는 독극물인 브롬화스티그민 중독으로 사망했다. 중국 공안과 한국 측 영사가 참여한 1차 부검에서는 독극물이 나오지 않았다. 유족들은 베이징으로 옮겨 정밀 부검을 하자는 제안을 거부하고, 김 선교사를 현지에서 화장했다. 국정원 측은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김 선교사 혈흔 샘플 분석을 맡겨 지난해 12월쯤 사인을 밝혀냈지만, 외교통상부 측에 별도 통보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차 부검에서 독극물이 나오지 않았고 유족들이 정밀 부검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사건을 거기서 종결했다”며 “사인이 확인됐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이 김 선교사 사인 관련 정보를 유족 등에게만 조용히 알렸고, 이후 A씨를 적발해 수사한 뒤 검찰과 법원에 A씨 행적 관련 간접 자료로만 제출한 셈이다. A씨는 지난 3일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한편 김 선교사 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문제가 커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무엇보다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다른 북한 선교사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북 선교단체 관계자는 “단둥 등 국경 지역은 중국이든, 북한이든 민감한 지역이라 선교사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사역을 한다”고 전했다.

◇‘브롬화스티그민’이란=북한 공작원들이 요인 암살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브롬화스티그민은 부교감신경흥분제로 10㎎만 인체에 투여해도 호흡이 정지되고 심장마비로 즉시 사망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통상 ‘청산가리’로 알려진 시안화칼륨에 비해 5배나 강한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해 10월 이 독약 성분이 묻어있는 파커 볼펜형 독침(사진)으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살해하려 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를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A씨 역시 박 대표를 접선하라는 지령을 받고 국내로 잠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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