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정일의 잘못된 유산
전문가
한국시사(전문가 그룹)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쫒다(死公明走生仲達).” 이 말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때
자주 사용하는 고사성어다. 요즈음 돌아가는 북한 안팎의 사정을 보면, 이 고사성어처럼 ‘죽은 아버지 김정일’이 ‘산 아들
김정은’을 벼랑 끝으로 내쫓고 있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유엔안보리는 작년 12월 12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대북
추가제재의 내용을 담은 제2087호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해 북한은 외무성을 필두로, 국방위원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 기관별로 잇달아 협박조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고조시켜 오고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3대 혁명유산으로 △인공위성 제작과 핵보유국 △새 세기
산업혁명 △김일성 민족의 정신력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이를 계승한 김정은이 정권의 공식 출범일에 맞춰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인공위성라고 주장하며 발사하고, 헌법을 수정해 전문에 ‘핵보유국’을 명시해 놓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북한이 작년 4월과 12월에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은 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시에 만들어 놓은 것을
그의 사후에 3남인 김정은이 권력을 잡으면서 발사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쏘아 올렸다는 인공위성의 이름도 김정일을 상징하는
‘광명성’이니, 죽은 김정일의 영향력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결국 죽은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장거리 미사일 유언은 산 김정은이
비정상적 북한체제를 이어받아 통치하는 결과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오는 2월 16일은 김정일의 생일 71년을 맞이하는 이른바 ‘광명성절’이다. 2011년 12월 그의 사망 이후에 북한
당국은 70번째 생일인 2012년 2월 16일을 ‘광명성절’이라고 이름 짓고 약식열병식을 여는 등 김씨 일가의 가계 우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가졌다. 올해도 변함없이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생일에 맞춰 성대한 경축행사를 열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북한 김정은이 중국까지 찬성한 대북제제 결의안에 맞서 죽은 아버지의 생일날에 임박해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새 세기 산업혁명을 내걸고 추진한 각종 경제조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에 초조해진
북한당국이 3차 핵실험과 대남 도발 협박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는 지금보다도 더 한층 강화된 대북제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은 살아서 ‘고난의 행군’과 선군정치로 북한주민들을 굶주림의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아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줘 죽어서도 나라 전체를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김정은은 허무맹랑한 가계 우상화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아버지 김정일의 위험한 유산을 버려야 한다. 부족한 국가재원을
탕진해 가며 무익한 3차 핵실험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내건 ‘인민생활의 향상’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핵실험할 돈으로 설날
하루라도 주민들이 따듯한 밥과 국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식량배급을 늘려주는 편이 체제 파국을 피하는 최소한의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http://sfkorean.com/jsp/column_detail.jsp?kind=C&pro_id=43&col_id=899&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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