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에 대한 조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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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장관급회담을 향한 조언장진성2013.06.10 00:35:33 북한이 대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는 물론 금강산관광 재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제안한 것이어서 정책적 전향으로 보인다. 그런데 버릇은 여전하다. 북한의 대남전략인 '우리민족끼리전략'과 맞물려 있는 6.15를 계기로 회담을 가지자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김정일 시대의 6.15를 김정은 시대의 6.15로 선전하겠다는 의도이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한을 상대로 온갖 전쟁협박을 한 뒤여서 6.15를 "싸움 없는 전승", 좀 더 나아가서 "핵위력의 전승"으로 부풀려보겠다는 부차적 계산도 깔려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부 선전용일 뿐, 실제는 개성공단에서 들어오던 외화가 중단된 데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북한 정권으로서는 더 못 참고 회담장에 뛰쳐나오는 셈이다. 금강산 관광 재게를 운운하는 것도 빼앗으면 모두 제 것이 될 줄 알았는데 쓸모없게 되자 외화를 만들어 보내달라는 속셈이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그동안 빼앗고 공갈치면 돌아오는 몫이 배가 된다고 자신했던 북한 정권이 이명박정부를 경험하고 박근혜정부를 기다리다 못해 굴복했다는 데 있다. 모처럼 남북관계에 훈훈한 소식이 생겼다고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은 호들갑을 떠는데 사실 그 거품을 걷어내고 이제부터 박근혜정부가 냉정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북핵문제로 국제고립이 심화될 때 과거 10년의 햇볕정책이 김정일정권을 살려줬고, 또 북한 스스로가 그 추억의 시작을 만들어보려고 전례 없는 전향적 자세로 대화를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긴 서론은 여기서 접고 일단 남북대화는 시작됐으니 재북 당시의 통전부 근무 경험으로 나름 조언을 한다면,
1, 통일부 장관이면 통일전선부 부장과 마주앉으라.
남북장관급회담으로 합의한 이상 우리 측에서는 류길재장관, 북한에서는 통전부장 김양건이 나와야 정상이다. 이는 북한에 대화의 진정성과 책임을 추궁하는 첫 출발인 것과 동시에 국민자존심에도 부합된다. 과거 남한 장관과 마주앉았던 권호응 따위는 남한 실정으로 설명한다면 통일부 부설기관인 통일연구원 부원장 수준이다. 협상진행 판단과 결심의 세부적 권한은 없이 외운 것만 줄 줄 풀어내는 잘 훈련된 협상 연기자일 뿐이다. 김양건이 나와야 큰 틀에서의 정책적 이해 범위 안에서 판단할 여유와 협상의 진통을 김정은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결단을 갖는다. 때문에 김양건과 마주앉아야 그나마 주고 받을 수 있는 협상의 진전이 이루어진다.
2, 포괄적 협상이 아니라 세부적 협상을 하라.
북한이 이번에 615를 강조한 것은 이념의 근거를 반드시 심는 대화전략과 그 방식 때문이다. 즉 저들의 명분을 풍선처럼 불려 터질 땐 그 책임을 통째로 남한에 전가시키기 위해서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이념식 대화에 매몰되지 말고 박근혜식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실용대화로 주도해야 한다. 다시말해서 북한의 '평화', '민족', '통일'을 내세운 추상적 대화의 틀을 '신뢰', '원칙', '공생'이라는 현실주제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괄적 협상이 아니라 문구 하나를 갖고도 회담이 연기될 만큼 세부적 협상의 마라톤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을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정책'에 길들일 수 있고 향후 남한 내 야당이나 시민단체들까지 야합하는 민족통일 공세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3, 이번 회담은 남북장관급회담이 아니라 개성공단협상으로 만들라.
북한이 이번에 개성공단 정상화와 함께 덤으로 금강산 관광재개까지 들고 나온 것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전제로 금강산 관광외화도 벌겠다는 속편한 계산이다. 그만큼 지금껏 남북대화 실리보다 실적에 더 급급했던 남한을 얕잡아 보고 뜻밖의 "대화선물" 대신 많은 것을 얻어가겠다는 의도로서 개성공단 중단사태에 대한 아무런 책임의식도 재발방지 고민도 안했다는 반증이다. 만약 우리 대표단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조건제시로 압박을 한다면 준비 안된 북한 대표단으로서는 정치적 의도의 상실은 물론 남한의 협상주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4. 대화의 결과가 아니라 시작을 갖고 협상하라.
지금껏 북한은 실속없는 약속으로 남북대화를 부풀리고 대신 남한으로부터 많은 실리를 챙겼다. 이런 버릇을 또다시 용납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정책"이 되선 안 된다. 이를 위해 이번 남북회담의 쟁점인 개성공단 정상화 조건으로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들에 대한 과감한 수정을 처음부터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현재의 개성공단 악법인 3통문제는 물론, 북한의 일방적 지위를 경제논리의 수평관계로 수정되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근본적인 구조상의 문제해결이 없이는 개성공단의 재개와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정권이 자처한 개성공단중단 사태를 근거로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주제로 시작부터 어려워야 결과의 양보에서 우리 몫이 더 커질 수 있다.
5, 이산자가족상봉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라.
이번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이산자가족상봉을 남북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비정부 주도의 순수 인도주의 개념으로 분리고착시키자는 제안을 해야 한다. 이는 이산자가족상봉을 협박성, 대가성으로 운영해온 북한의 전략을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우리 정부가 이산자가족상봉 단절시 국제사회와 함께 인도주의 압박을 할 수 있는 전략카드를 확보하는 셈이다.
6, 북한이 아니라 우리 국민과 대화하라.
사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정책'은 북한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도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과거 정부들에선 평화관리 실적을 위해 상징적 결과만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 비공식적 행태는 북한의 일방성만 부각시키는 오유를 범했다. 반면 남한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치닫는 굴욕대화에 빠지게 했다.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을 시작으로 통일부는 회담의 매 단계마다 공개 범위 안에서 적극적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북한에도 대화의 상식을 깨우쳐주는 학습효과를 주고 우리 국민의 정확한 판단에도 도움이 된다.
끝으로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터진 개성공단사태는 역으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정책' 실행의 좋은 첫 걸음이 됐다. 무엇보다도 북한정권의 비정상적인 '신뢰'를 세계에 고발했고, 반대로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신뢰'의 가치와 무게를 증명해줬다. 결국 오늘은 전쟁협박에 스스로 지쳐 대화로 굴복한 북한 정권이다. 신뢰는 원칙으로 담보되는 것이기에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북한에는 요구하고 우리 국민에겐 보여주는 투명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정책'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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