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처음 독일 베를린에 갔을 때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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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처음 독일 베를린에 갔을 때 일이다. 통일 직후라 베를린은 어수선했다. 베를린은 마치 거대한 공사장 같았다. 눈길을 끈 것은 역이나 광장 주변에 무리 지어 서성이는 특이한 외모의 사람들이었다. 취재 주제와 동떨어져 기초 정보가 없었던 터라 정체가 내내 궁금했다.궁금증은 곧 풀렸다. 터키 근로자들이었다. 독일은 2차대전 후 피해 복구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노동력이 부족하자 터키인을 ‘초청 노동자’(Gastarbeiter)로 받아들였다. 1960년대 초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의 파독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높은 실업률로 노동 이주 협약도 종료됐다. 계약이 끝나면 독일을 떠나야 한다는 원칙에 고용주들이 반발하면서 체류가 허용되고 가족까지 데려오는 ‘초청 이민’도 이뤄졌다. 현재 터키계 이민자는 400만 명 이상으로 2011년 기준 독일 인구 8천180만 명의 5%를 넘는다. 헬무트 콜 총리 재임(1982~1998년) 시절 급증하는 터키계 이민자 감축 계획이 있었다고 슈피겔이 얼마 전 보도했다. 1982년 대처 전 영국 총리와의 대담 기밀문서에서 4년 내 터키 이민자를 50% 줄이는 계획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터키계의 이질적인 문화가 사회 통합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이유였으나 반발을 의식해 실행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콜 총리는 퇴임 후 터키계 며느리를 보았다. 몇 해 전 메르켈 총리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검증과 이민`사회 통합 정책이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장기 계획과 전략 없이 수용할 경우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140만 명을 넘어섰다. 상당수가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다. 체류 외국인의 증가는 문제가 아니지만 급증하는 외국인 범죄와 불법 체류 등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오원춘 사건이나 최근 15년 만에 범죄 행각이 드러난 스리랑카 근로자들의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은 좋은 예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더 이상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자의 인권, 경제적 상황에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사회 적응과 법질서 준수, 문화적 공감대, 교육, 통합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외노자의 인식과 빈발하는 범죄를 방치한다면 외국인 혐오증 등 문화 충돌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외국인 정책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매일영상뉴스] ⓒ 매일신문 & ww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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