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쁜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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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바쁜 일
김일성 종합대학 물리 학부에 최성용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 이 친구 집이 평양시 선교구역 등매 2동이라고 하였던가. 선교구역 등매 2동이면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일이지만 송팔 버스 종점 등매 2동 식료상점 아마 그 근방 어디었겠지. 거기서 김일성 종합대학이 어디메야, 송팔뻐스를 타고 선교에 와서 다시 대동강역 합장교 행을 갈아타야겠지, 그런데 그때로 말하면 매일 아침마다 9시면 대학에서 선서하던 때였어, 다시 말해서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죽을 때까지 충성 다하겠다는 것을 선서하던 때였지. 그날도 성용이는 아침에 일어나기 바쁘게 밥을 퍼 넣고 책가방을 챙겨들고 버스 정류소로 나갔지, 종점이다 보니 처음 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선교에 와서 합장교행을 갈아타야겠는데 이거라고야, 성용이 제일 좋아라는 건 버스 줄이 곧바르지 않고 둥글뭉실한 것이었어, 그렇게 되면 일단 버스가 오면 순서가 뒤섞이게 되고 그 틈에 조금만 날래게 움직이면 얼마든지 끼여 탈 수가 있었거든,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는 거야. 빌어먹은 자식들, 어찌나 줄을 곧게 섰는지 도대체 끼울 틈이 없더라는 거야, 그러니 어떻게 해, 그래도 멀찌감치 서서 자기는 버스를 타지 않을 사람인 것처럼 먼 산만 쳐다보는 거지, 그러다 마침내 버스 한 대가 왔어, 당연히 곧바르게 줄을 섰던 사람들이 차례로 타는 거지, 성용이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별 수 있어, 그런데 시간을 보니 벌써 여덟시 20분이야, 이제 못 타면 틀림없이 선서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생활총화에서 비판을 받아야 돼, 그런데 버스 줄이 헝클어지기는 고사하고 더더구나 곧바로 선기만 한다는 거야, 웬 키꺽다리가 한 발 나서서 줄반장까지 하는데 이건 정말 죽을 맛이지, 아이고 난 오늘 꼼짝 없이 죽었다. 그래 틀림없이 죽었지. 가슴이 박박 타는데 마침내 합장교행 버스 한 대가 또 온다는 거야. 이제 저것만 못 타면 성용이 죽는 거야, 그러나 워낙 콩나물시루같이 사람을 태우고 오던 버스 불과 몇 사람을 태우지도 못하고 픽 픽 움직이기 시작하지 뭐야.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는 죽더라도 이판사판이다. 성용이 달리기 시작하는 버스에 총알같이 들이박혔지 하지만 버스 바로 그 순간에 문이 닫는 통에 그만 몸뚱아리 사분에 삼은 밖에 남고 사분에 일만 겨우 안에 들어 간 거야, 다시 말해서 머리와 몸뚱이는 모조리 밖에 있는데 가방 든 한쪽 팔과 발 한 개만 버스를 탔다는 거야, 당연히 버스 차장 지랄이지, “아니 손님 도대체 제 정신이에요, 그렇게 버스를 타면 어떻게 해요? 내려요 내려, 당장 내지 못하겠어요” “그래, 알았수다 알았어. 나 내리겠으니 문 좀 열어 주시우” “손님 정말 내릴 거지요?” 버스 차장 못 믿어지는 듯 묻는 다는 거야 “아 그럼 내리지 않고 날 보면 모르겠수 난 한 번 내린다 하면 무조건 내리는 사람이란 말이요” “정말 내려야 해요” “글세 내린다니까, 사람을 이렇게 믿지 못하고야 어떻게 버스 차장을 할까”픽, 픽 압축공기가 새며 버스 문이 삐꺽 열리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가 성용이 날쌔게 머리를 들이 밀었지. 픽, 다시 문이 닫히었었다는 거야, 결국 성용이 차위에 끼운 까투리같이 되고 말았지. “아니 손님 뭐예요. 문을 열면 내리겠다고 하고선 다시 머리를 들이밀면 어떻게 해요?” 그래도 성용이 할 말은 있다는 거야. “아 버스차장동무 글쎄 잘 못한 건 잘 못한 거고 아무튼 죽는 사람이야 살려줘야 할 게 아니고 이거 숨을 쉬지 못하겠으니 빨리 문 좀 열우 주” “아니 손님같은 사람은 그래도 싸요 싸” “아 이 동무 그러다 정말 내가 죽으면 책임질 거요?”“좋아요, 그럼 손님 정말 이번에는 내리는 거지요?” “그럼 당연히 내리지 아무렴 내 당장 숨을 쉬지 못해 그러는데 문 좀 열어주오” “정말 내려야 해요.” “글세 걱정 말라니까 나 내린다고” 픽, 픽 다시 압축공기가 빠지면서 문이 빼곰이 열리었다, 바로 그 순간이다. 내리기는 뭘 내려 내렸다는 선서에 참가하지 못하고 그러면 또 그 개 무리 같은 혁명동지들이 달려들어 비판을 하겠는데 그걸 받으란 말이야, 성용이 이번에는 아주 몸뚱아리까지 넣었다. “아이고 내 믿지 않는다 않는다 하면서도 또 속았네”버스 차장 뭐라고 지꺼려 대던 상관이 뭐냐, 성용이 뛰지고 들어갔다. 아 그런데 이거라고야, 성냥 곽의 성냥 가치들은 오히려 행복한 편이다. 그들은 적어도 넣을 만큼 넣고는 더 넣지는 않으니까. 이건 완전히 발로 밟아 넣어도 이보다는 나으리라. 그렇고 새고 성용이 뚜지고 들어갔다. 책가방 든 손으로는 위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이쪽 사람은 이쪽으로 밀고 저쪽 사람은 저쪽으로 밀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겨우 자리를 잡고 선 것 같은데 그런데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웬 처녀와 정면으로 가슴을 맞대고 서게 된 것이다. 때는 마침 여름이다 보니 그 처녀 가슴 할딱거리는 것까지 그대로 알리었다. 아 이것 참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다는 말인가? 그런데 더구나 성용이 어쩐지 그 처녀 얼굴 익은 다시 보았더니 이런 변이 어디 있단 말인가. 대학에서 자기한테 직접적으로 러시아어를 배워주는 여선생님이시다. 물론 성용이는 군대 복무를 십 년 가까이 하고 대학에 왔고 그 선생은 직접 대학을 졸업하였겠으니 나이로 말하면 그가 위도 한 참 위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선생님이야 선생님이지 결국 선생님과 제자가 배때기를 마주대고 가게 된 것이다. 버스는 달렸다. 여선생님도 성용이를 알아 본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그 선생은 머리를 저쪽으로 틀고 성용이는 이쪽으로 틀었다. 그런다고 마주 댄 배때기야 어디로 가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때는 마침 여름도 한여름이다. 그 선생 얇은 브라우스만 입은 것 같은데 감각으로 다 느껴진다. 이쯤에는 뭐가 있고 이쯤에는 또 뭐가 있고 할딱거리는 가슴 뛰는 것까지 그대로 느껴진다. 성룡이 그렇게 느껴지는데 선생님이라고 다를까. 아니 그래도 그쯤은 참을만 하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성용이 아래 부분에 점차 얌치없는 힘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안 돼, 이건 안 돼, 선생님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너무 급한 김에 마음속으로 용진가를 불러보기 시작했다. “동무들아 준비하자 손에다 든 무장 제국주의 침략자를 때려부시고...”하지만 안 되었다. 아래 부문의 굶은 야수는 점점 더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였다. 손이라도 내릴 수 있으면 바지 주머니에 넣어 한 쪽으로 자빠뜨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워낙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가방 든 손은 내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선생 얼굴도 새빨개지는 게 알리었다. 그러니 선생님도 마침내 이 못난 놈의 흉측스러운 뭘 알게 되었다는 말 아닌가. 얼굴이 뜨거워졌다. 뜨거워지다 못해 아예 불을 때는 것 같았다. 군대에 입대하여 처음 하였던 군인선서를 외워보기 시작하였다. “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공민으로서 자기 조국을 보위할 신성한 임무를 깊이 간직하고 조선 인민군대에 입대하면서 당과 조국과 인민에게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 첫째, 둘째, 셋째 넷째까지 다 외워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랫놈은 성용의 그 정직한 마음은 아는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먹을 것을 만난 야수와 같이 말이다. 북한 시인 조기천의 시에 “조선은 싸운다”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 같다.“ 세계의 정직한 사람들이여 지도를 펼치라 그리고 싸우는 조선을 찾으라” 하지만 이 순간 성용은 소리치고 싶었다. “세계의 정직한 사람들이여 제발 내 심정을 이해해 다오 그래 내가 정말 나쁜 사람 같은가. 아니다 나는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다.” 평안북도 선천군에 가면 “달래나 보지”라는 고개가 있다. 읍에서 월봉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말한다. 원래는 “달래나 보지”고개인데 지금은 소리고개라고 한다. 김일성이 그 고개 이름에 깃든 사연을 듣고 당장 고치라고 했다는 것이다. 옛날 어느 비오는 날 두 오누이 고개를 넘게 되었는데 한참 넘다 보니 옷이 비에 젖어 몸에 찰썩 붙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그때 옷이야 어디 지금 같은가. 당연히 베옷이다. 오래비 뒤에서 걷다 보니 비에 젖은 누나 몸이 거의 그대로 보이더란 것이다. 그러자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은근히 딴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아니 마음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은근히 다른 것도 움직이기 시작하였겠지. 오래비 참다 참다 못해 누이에게 자기는 한 발 먼저 가겠으니 천천히 따라오라고 하고 씽씽 앞장서 걷더라는 것이다. 누이 아무것도 모르고 고갯마루까지 따라 올라갔는데 거기에 뜻밖에도 오래비가 피투성이 되어 쓰러져 있더라는 것이다. 누이도 몰라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기 아랫것을 돌로 사정없이 짖쫓고 말이다. 그러자 누이 그 자리에 쓰러져 땅을 치며 우는데 뭐라고 하였다고 하더라, “아이고 달래나 보지, 달래나 보지” 그래서 그 고개는 “달래나 보지”고개로 되었다. 아무튼 성용이 그렇게 두 역을 더 갔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그 다음부터 그의 러시아어 성적은 무조건 10점이었다고 하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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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점 -최우등.
7-8 점- 우등
5-6 점 보통
낙제 이렇죠.
4점-우등
3점-보통
그이하 낙제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