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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철수’를 외치는 신부들은 사제복 벗어야 (김태우박사)[광야의 소리)
광야의소리독자 4 309 2006-02-08 13:26:48
다음은 광야의 소리의 홈페이지 http://www.aware.co.kr 에 있는 칼럼임.


‘미군철수’를 외치는 신부들은 사제복 벗어야


김태우 미카엘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김태우 미카엘 (삼성동 성당)

천주교회 내부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개혁파’ 성직자들이 많은데, 그 핵심에는「정의구현사제단」을 이끌고 있는 문규현 신부, 그 형인 문정현 신부 등이 있다.
이들은 그 동안도 주한미군에 대해서 강한 적대감을 표출해왔다. 주한미군 기지의 오산-평택 이전 계획에 대해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와 허울뿐인 한미동맹을 위한 것’으로 폄하하고 반대운동에 가담해왔다.
북한에 대한 시각도 다분히 ‘개혁적’이다.
인권문제로 북한에게 공세를 취해서는 안 되며 "나눔을 통해 남북은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지속적인 대북지원을 주장한다.

이들 사제들의 활동은 주한미군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규현 신부는 2003년 부안군 핵폐기장 설치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했고, 11월15일 농민대회도중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숨진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시위대의 폭력성을 접어둔 채 경찰의 폭력성만을 시비하면서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대표’ 명의로 “경찰청장은 당연히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정현 신부 역시 반핵을 주장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에 앞장서다가 체포영장을 발부받기도 했다.

그 동안도 ‘개혁파’ NGO들 중에는 미선·효순 추모 촛불시위(2002년), 부안에서 벌어진 핵폐기장 반대운동(2004) 등 반미반핵 운동들을 ‘조용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착취세력에 맞서 스스로를 조직하여 싸운 성스러운 좌파운동‘의 일환으로 보아왔다.
문규현 신부 등은 대체로 이들의 시각에 공감하면서 ‘좌파 성직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이쯤 되면 그분들의 본업이 사제인지 사회운동가인지 모를 정도다.

사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를 위해 많은 분들을 피땀을 흘렸고, 일반국민들이 체계화되고 조직적인 권력에 맞서 싸울 여력을 가지지 못했을 때 천주교 성직자들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권력과의 투쟁에 나선 일은 자랑스러운 역사다.
그러나 ‘민주화’ 인사들이 집권한 오늘날에 와서도 천주교 성직자들이 특정한 이념성을 지향하면서 사회운동가들을 방불케 하는 극렬한 행동력으로 정치적 이슈에 뛰어드는 일이 바람직한 일인가.
신자들의 영성생활을 인도하는 것이 본업이 되어야 사제들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천주교회에서 사제란 많은 평신도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분이다.
아직도 신도들 중에는 사제를 하느님과 동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사제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신자들을 하느님께 순명하지 않는 사람들로 간주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사제들이 자신이 믿는 이념적 방향성을 주장한다면 그 여파는 심대하다.
예를 들어,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한미군 철수,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 동안 주한미군 철수를 외쳐온 NGO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북한 도발능력 부재,’ ‘미군의 부정적 역할,’ ‘미군의 부당한 특권’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북한이 도발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이 주장을 위해 철수론자들은 연료 부족으로 북한의 탱크나 비행기들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나 국방비가 남한의 십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주 거론한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안보의 기본을 무시한 소리다.
북한은 여전이 대병력주의를 고수하여 120만의 정규군이외에도 노동적위대, 붉은 청년근위대, 교도대, 인민경비대 등 650만명의 예비병력을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북한 군사력이 여전히 기습공격력을 중시하는 체제로 짜여있다는 점과, 한국이 보유하지 못하는 대량살상무기(핵, 화생무기, 미사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비 문제도 그렇다.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국방비를 발표된 액수대로 믿지 않는다.
설사 정확한 액수라 하더라도 물가수준과 경제체제가 다른 북한의 20억 달러는 남한의 20억 달러와는 다르다.
남한의 경우 비행장 하나를 건설하려면 막대한 토지 보상비에다 인건비가 필요하지만 북한은 국유지에다가 군병력을 투입하면 된다.
이런 설명도 지긋지긋하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강정구 교수 같은 사람이 북한의 국방비가 남한의 십분의 일 밖에 안 되는데 무슨 전쟁능력이 있느냐는 주장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이런 식이라면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의 역할을 부정적인 것으로 단정하는 것도 문제이다.
미군의 개입으로 남한의 민주주의가 유지되었고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미군 때문에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할 참이면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밝히는 것이 옳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서 미국이 통일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주한미군이 동북아의 불안정 요인이라는 주장도 매우 성급한 것이다.
향후 동북아에는 신냉전 체제, 4강국 협조체제, NATO식 협력안보체제 중 어떤 체제가 등장할지 알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도 적극적 억지, 균형자, 질서구축 경찰 등으로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을 긴장조성 세력 또는 반통일 세력으로 예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미군의 부당한 특권을 문제삼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본말전도에 해당한다.
미국은 오만한 초강대국이며, 해외개입을 통해 무수히 많은 문제점을 남겨왔다.
전쟁 중에는 노근리 민간인 살상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질렀으며, 이후에도 매향리 사건,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평등성 등 약소국 국민을 분노하도록 만든 사안들이 많다.
이것들을 규명ㆍ개선하는데 있어 보혁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살인을 저지른 미군병사가 버젓이 풀려나는 것을 보고 화내지 않을 한국인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이는 철군의 이유가 될 수 없는 지엽적 문제이며, 철군은 본질적 문제에 근거하여 결정되어야 마땅하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쟁억제에 도움이 되는가, 주한미군은 통일에 도움이 되는가, 미군이 나가면 한국은 얼마의 국방비를 더 부담해야 하는가 등 실질적인 문제들을 놓고 따져야 한다.

경우가 이러함에도 일부 철수론자들은 미군철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친미ㆍ반통일ㆍ반민족’으로 일갈하는 이분법적 논법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친미나 반미와는 무관하게 본질적 문제만을 염두에 두고 순수하게 철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고, 미군철수에 반대하는 전문가들 중에도 미국의 특정 정책이나 태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아직은 미군이 남아있는 것이 좋겠다는 태도를 취할 뿐이다.
매도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이런 사람들을 스스로 적으로 내몰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문규현ㆍ문정현 신부도 이런 정도의 판단력은 가지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과거에는 보신세력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긴장을 조성하고 순수 진보인사들을 ‘친공’으로 매도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왜 한국의 추는 적정한 곳에 멈추지 못하고 늘 지나치는가.

이런 시대에 사제들의 이념성 활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사제들이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 통달한 만물박사가 아닐진대 함부로 특정분야에 깊숙이 개입해서 좌파적 주장을 펼치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한다.
북한이 만들고 있는 핵무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연구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북한을 돕자고 주장하는 것은 경박한 일미며, 북한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대국이자 세계 6위권의 미사일 강국이라는 사실을 고민해본 적도 없으면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서 안보의 허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전문가들을 ‘친미적 사대주의자’로 매도하는 대열에 가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안보 전문가라고 해서 북한이 동족이자 통일의 동반자라는 점을 모르고 있지는 않다.
원자력 발전을 폐지하면 당장 한국의 산업이 붕괴되는 현실을 제쳐둔 채 무작정 원자력 폐기 주장을 일삼는 것도 무척 무책임한 일이다.
그렇게 주장을 하려면 스스로 냉장고도 컴퓨터도 끄고 촛불에 성경을 읽으면서 살아가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 순서이다.

사제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에 대해 모든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이다.
주한미군 철수 등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사제라면 범인들보다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량이면 차라리 사제복을 벗고 사회운동가로 나설 것을 권고한다.


입력날짜 : 2006-02-01 (03:00), 조회수 :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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