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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 [KONAS]
konas독자 3 301 2006-02-24 16:48:35
다음은 KONAS의 홈페이지 http://www.konas.net 에 있는 글임.


DJ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written by. 송영대


오는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분단후 처음 개통된 경의선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들어간다고 할 때, 그것은 국내외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시작되는 그의 방북행각은 크게 3막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제1막은 DJ의 방북이요, 제2막은 노무현·김정일간의 남북정상회담이며, 제3막은 국내정치의 대변혁이라는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DJ의 방북은 세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방북자격에 관한 문제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식특사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방북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 지도층과의 협의에 있어 우리 국민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입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J가 구상하고 있는 논의 의제를 보면 현직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짜여져 있다.

DJ는 월간중앙 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방북하면 6자회담 상설화, 미국과 일본문제에 대한 대응, 평화적 통일방안 등 다섯 가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5일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에 보낸 영상연설에서 {6·15남북정상회담에서 선언한 바와 같이, 남쪽의 남북연합제와 북쪽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합해 통일의 1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상설화, 남북연합제 등의 의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중대한 문제로서, [전직]이 아닌 [현직]만이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런 문제를 갖고 김정일을 만나겠다고 하니 과연 자기의 분수를 알고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다. 중요한 것은 그가 김정일과 무슨 합의를 하든 그것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둘째 문제점은 방북시기이다. 4월 중순이나 하순은 5·31 지방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시점이다. 방북결과에 따라서는 새로운 북풍을 유도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 야당이 4월 방북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의심의 눈초리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셋째 문제점은 저자세 방북이라는 사실이다. [6·15공동선언]에 의하면 D.J의 1차 방북에 대한 답방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게 돼있다. 그럼에도 그가 오지않음으로써 기본 예의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DJ가 또다시 북한을 가겠다고 나선 것은 지나친 저자세요, 또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년도 대남정책을 언급하면서 남한내 {반보수(反保守) 대연합}을 주장한 적이 있다. 남한내에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을 고립, 타도하기 위해 북한과 남한내 친북좌파 세력들이 대 연합을 형성하자는 일종의 통일전선전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노무현―DJ―김정일 3자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남쪽에 북한을 동조하는 정권이 버티어 주길 바라고, 남북관계를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끌고 가려는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다. 여기에 김일성의 생일인 4월에 DJ의 방북이 이루어지면, 북한은 [태양절] 축하의 사절로 DJ가 평양에 다시 왔다고 대내정치에 이용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DJ의 방북을 지원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일까. 노 대통령으로서는 DJ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확실히 주선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 결과 남북정상회담이 금년안에 성사될 경우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제2의 6·15선언]을 생산할 것이며, 그 핵심은 남북연합제가 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현재 정부 목표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며, 정부 정책 범위내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포함한 통일논의는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남북간 통합논의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도 이런 정부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 {김 전 대통령이 방북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정부 입장은 공식적으로 북핵문제가 해법을 찾지못하는 상황에서 남북연합제와 같은 통합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지만 여당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는 점에서, DJ의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남북연합제 논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하여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연합제에 합의할 경우, 필연적으로 개헌과 연결이 될 것이다. 우리 헌법 3조의 영토조항이 삭제되는 상황이 조성될 것이고 그것은 곧 국가보안법 존치의 근거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이 구상하는 남한내 [반보수 대연합]은 남한내에 정치적 폭풍을 불러오는 한편 한·미동맹관계에도 균열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북핵 문제와 위폐문제 등으로 인해 대북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3자 연대에 의한 반보수, 반미(反美)전선 구축을 미국이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DJ의 방북은 재고돼야 한다. 굳이 방북하고 싶다면, 정치적 야망일랑 접어두고 대동강 바람이나 쐬고 돌아오길 바란다. 김정일 위원장은 [반보수 대연합]에 의해 남한을 좌·우로 분열시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음모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댓가로 북한이 요구할 사항이 무엇인지를 숙고하는 방향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konas)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전 통일부차관)


2006-02-19 오후 4:04: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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