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한내 종북의 넋두리 |
---|
저는 종북입니다. 저의 법적 조국은 남조선이지만 정신적 조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스스로 종북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종북이라 말하는 순간 맛이 간 인간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입니다. 이석기, 이정희, 노길남, 황선, 신은미의 사례에서 충분히 배웠기 때문입니다. 저도 주체조선의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압니다. 따라서 제가 ‘탈남’하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겁니다. 여기서 누릴 수 있는거 누리고 살다가 제가 추종하는 북이 소멸한다해도 저는 여기서 계속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괜찮습니다. 제가 종북이라는 사실은 제 자신하고 골수종북 몇 명 밖에 모릅니다. 반동들이 추궁하면 빠져나갈 구멍은 많습니다. 그냥 진보로 위장해 버리면 되니까요. 된장하고 똥을 구분못하는 남한의 멍청한 진보가 도와주니 그나마 숨쉴 여유는 있습니다. 근데 사실 요즘 좀 많이 힘듭니다. 보수가 점점 똑똑해 지고 있으니까요. 선전선동이 잘 먹히지 않습니다. 탈북자들 때문에 거짓말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장군님이 한 건 해주시면 좋은데 이번처럼 장군님의 불호령도 별로 먹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저희들이 위축됩니다.
제가 아는 종북들도 제 주위에 몇몇 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솔까 성격들이 좀 이상합니다. 어른의 학대를 받았는지 힘들게 살았는지는 몰라도 피해의식이 대단하고 인간은 여러 감정이 있는데 분노와 적개심이 유달리 강합니다. 애정결핍때문인지 몰라도 집요하고 집착하는 성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주위에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도 많은데 하필 이런 사람들만 종북이 됐을까 의아합니다. 이런 사람들만 장군님을 추종한다는 사실을 장군님이 아실까 걱정이 앞섭니다. 하긴 장군님 성격은 우리 모두를 압도하시고도 남지만 말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제가 종북이라 커밍아웃하지 못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 때 집에서는 아버지한테 얻어맞고 학교가면 선생님한테 얻어 맞고 살았습니다. 제가 그 때부터 사실 싸가지가 좀 없어서 맞을 짓을 하긴 했지만 맞고 나니 아프더군요. 그래서 사회와 권위에 대한 불만이 싹튼거 같습니다. 솔직히 성격파탄난 제 주위 종북들보다 제가 특별히 더 나은 면도 없는 거 같네요. 녀석들도 어디선가 틀림없이 절 이렇게 까고 있을 겁니다. 저 때문에 자기 같은 종북들이 욕먹는 다고요.
조국통일은 장군님의 영도력이 미치는 통일이 아니면 당근 이대로가 좋습니다. 개도 주인 잃은 개는 주눅이 들어 잘 짖지도 못합니다. 우리 종북들이 이렇게 나마 큰소리 칠 수 있는 이유도 주인님이신 장군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인민들이야 하도 힘들고 잃을게 없으니 남이 주도하건 북이 주도하건 통일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고 남조선인민들은 적화통일은 결단코 반대지만 북을 흡수하는 통일도 통일비용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지금 돌아가는 정세로 보면 남조선이 주도권을 가진 통일로 나아갈 수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종북은 통일의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분단상태를 가능한 오래 고착화하는데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장군님이 무너지는 순간이 언제 닥칠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장군님을 볼 수 없는 통일을 결단코 반대하는 심정이지만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과연 우리 종북들이 무슨 수로 바꿀 수 있을런지요? 저의 머리는 통일을 반대하는데 입과 표정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는 이런 증상을 의학적으로 ‘스키츠프레니아’라고 하더군요. 물어 보니 ‘정신분열’이라는데 누가 이 병에 걸렸는지 되물어 보네요.
사람들은 종북들이 대단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다만 우리는 조직이 잘 될 뿐입니다. 공격목표가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우리중 누군가 공격을 받으면 마치 자기일처럼 실드쳐 줍니다. 녀석을 인간적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싫어하든 안면이 있든 없든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를 공격하는 전투력이 약한 대부분의 보수들은 질려서 도망갑니다. 이런 면에서 보수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밀고 나가면 이 남조선도 장군님의 뜻대로 될 것도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아직도 남조선혁명의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수적으로 절대열세이기 때문에 공격전선이 확대되는걸 극도로 경계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적대적인 하지만 허점이 있거나 약점이 있는 한 두 명이 우리의 공격목표가 되기 쉽습니다. 공격목표를 완전히 자빠뜨리기 전에는 제3자가 시비나 싸움을 걸어와도 전력을 분산하거나 분쟁을 확대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소수인 우리들은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장군님이 가르쳐주신 빨치산전법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 살 때 전투기 조종하신 장군님의 천재성을 발휘하시어 다시 한번 단독비행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저희들의 사기를 높여 주십시오.
보통 소수나 약자의 편을 드는게 세상의 이치이거늘 우리 종북들은 세상의 동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북을 종북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세상의 동정도 얻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고난의 행군같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야지요.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장군님을 XXX라 부를 수 있으면 종북이 아닌걸로 인정해 준다고요. 지금 현재 얼음장같이 냉정한 저의 이성은 저에게 이렇게 외칠 것을 주문합니다:
“김정은 게세끼!”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