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양과기대 전 영어강사 수키 김] "특권층 학생들도 두려움 속 자유 못 누려" |
---|
한반도 / 사회·재난·인권 [인터뷰: 평양과기대 전 영어강사 수키 김] "특권층 학생들도 두려움 속 자유 못 누려"2015.01.21 03:35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가 평양과기대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수키 김 씨는 지난 2011년에 6개월 간 평양과기대에서 근무했는데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영문판을 낸 데 이어 최근에는 ‘평양의 영어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이 나왔습니다. 수키 김 씨는 20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특권층 학생들조차 철저한 감시 속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책을 쓰기 위해 평양과기대에 영어 선생님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키 김) “제가 북한을 들어간 게 2002년도부터 몇 번 들어갔는데 뉴욕 필하모닉 때도 들어갔고요 기자 입장으로서. 그런데 그 곳에서 살 지 않으면 그 곳의 경험을 제대로 글로 풀어나가지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기자 입장으로 들어가면 그 쪽에서 연출해서 보여주는 것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진실된 글을 쓸 수 없다는 결정이 났죠. 그래서 평양과기대라는 곳이 문을 연다라는 뉴스를 들었을 때 거기서 가르치고 싶다고 제출을 한 거죠." 기자) 하지만, 평양과기대는 특권층 아이들이 오는 제한된 공간인데, 북한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을까요? 수키 김) “예. 왜냐면 저도 탈북자들을 많이 인터뷰를 했고요. 중국 국경부터 몽골리아 태국까지 다 주위를 돌면서 탈북자들을 많이 인터뷰 했어요. 우리가 지금 외국에서 아는 북한의 실상은 거의 다 탈북자 쪽에서 나온다고 하면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한 거는 우선 거기서 사는 모습이었고 기회는 많지 않고. 기회는 이 것 밖에 없었고. 당연히 단면만 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사람의 심리를 설명하는 건 작가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자) 학생들 얘기를 더 해보죠. 학생들이 북한이라는 특수한 제한된 공간에 살기 때문에, 특권층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학생들이랑은 좀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달랐나요? 수키 김) “어떻게 보면 더 어렸어요. 제가 아는 미국의 대학생들보다. 왜냐면 너무나도 통제됐기 때문에 정보라는 게. 어떤 면에서는 더 아이 같죠. 모든 걸 허락을 받아야 되니까. 그리고 자기가 자기 생각을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게 금지된 사회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어떻게 보면 늘 두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권층이든 아니든 그걸 떠나서. 그 아이들의 불안함과 두려움은 제가 같이 살았기 때문에 늘 느껴졌죠.” 기자) 저희한테 예를 하나 들어주실 수 있나요? 그 아이들의 두려움을 보셨던 경험을. 수키 김) “우선 모든 걸 얘기 안 했어요. 거기서는 부모랑도 연락이 안되고 하지만 물어보면 늘 부모랑 연락한다고 하고. 근데 얘기 하다 보면 걔들이랑 같이 생활을 했으니까 나오거든요. 엄마랑 연락을 한 지가 몇 달도 넘었고, 그런데 분명히 아는데 거짓말을 많이 했어요. 얘가 왜 거짓말을 할까 처음에는 모든 것을 거짓말을 하는 사회라는 게 굉장히 용납이 안되고 이해를 못했는데 거기서 있으면 있을수록 아..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얘가 부모랑 연락을 못하는데, 하면 안 되는데 이 학교에서는 그런데 나한테는 부모랑 늘 연락을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다 지켜보고 있구나. 학교에서도 지켜보고 있고, 서로서로 지켜보고 있고. 정말 제가 거기서 지내면서 너무나도 걔들을 많이 사랑했는데 그럴 때 마다 점점 더 안타까웠죠.” 기자) 사랑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그들과 나눈 경험을 책으로 쓴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갈등은 없었나요? 수키 김) “갈등 굉장히 많았죠. 그런데 들어간 이유도 책을 쓰기 위해서고. 북한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는 결정은 예전부터 나왔고요. 그리고 저는 그 사회를 도와주는 거는 어떻게 보면 작가들 몫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 안의 실상을 외국에 전달하는 게 그래서 정말 역량 있는 바깥세상 사람들이 북한을 돕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거기의 실상을 쓸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갈등은 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일을 바깥에 알린다는 건 복잡한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거기의 실정이 너무나도 처참했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알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기자) 저한테 말씀해주신 게 아이들이 두려움에 있고, 감시를 받아서 거짓말을 많이 한다, 이런 부분을 말씀해 주셨는데, 또 어떤 면에서 이들이 정말 처참했다고 느끼셨나요? 수키 김) “자유의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거의 1초도 없었다고 보면 맞는 것 같아요. 그 나이에는 자기 자신을 추구하고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고 정말 세상의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나이인데 얘들은 컴퓨터 전공인데도 인터넷이 뭔지 몰랐고, 새벽 5시 반부터 일어나서 자기들 장군님에 대한 구호를 부르면서 같이 뛰던지 노래를 부르던지, 주체에 대해서 강습을 하던지 생활 총화부터… 물론 그것이 북한의 일상인데 그게 정말 하루 온종일 걔들이 일 초도 자기의 시간이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 그리고 걔들이 특권층이었으면 정말 평범한 북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뭔가 그래도 잘 대접을 받았을 텐데 그냥 인간으로 볼 때 그게 가장 안쓰러웠던 거 같아요. 젊을 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걔들은 전혀 못 누린다는 사실이 걔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굉장히 가슴이 아팠어요.” 기자) 외부세계를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주려고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수키 김) “그런데 그 노력이라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제 안에서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됐던 거에요. 책에서도 제가 굉장히 많이 설명을 했고. 왜냐면 외부세상을 아이들한테 알려준다는 게 걔들의 인생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겠구나 그걸 늘 인식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고 걔들한테 외부세상을 알리면 안 됐어요.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나는 여행을 많이 했다. 우리는 바깥에서 우리가 원하는 곳을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이런 걸 간혹 가다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너희의 인생과 우리의 인생은 되게 다르다. 그런 게 걔들한테 조금씩 인식이 됐던 것 같아요. 뭔가 다르구나. 그게 정보를 준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세상을 살면 그렇자나요 누군가를 알면 점점 그 쪽 사회가 보이듯이 우리는 서로를 알면서 서로의 세상에 대해 더 배우기 시작한 거 같아요.” 기자) 특권층 아이들이 모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식사가 부실하고 고기가 안 나왔다라고 책에 나왔는데요. 학교에서 생활하시면서 북한의 경제가 지금 어렵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나요? 수키 김) "그건 그 안에서도 확실히 느꼈죠. 왜나면 전기가 늘 나갔고 굉장히 추웠고, 난방이 잘 안 된 거죠. 음식도 당연히 허술했고 물론 거기서는 굉장히, 바깥에서는 굶는데 거기서는 잘 먹는 음식이었겠지만, 굉장히 부실했고 애들이 아프면 약이 제대로 없었고 그리고 걔들이 쓰는 공책이라든지 이런 게 종이라든지 이런 게 너무나도 바깥에서는 보지 못한 종이. 공책을 보면 거의 갈색으로 된, 하얀 종이가 아니더라고요. 걔들은 외국사람들처럼 매끈한 하얀 종이를 쓸 줄 알았는데 특권층이니까. 거기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기자) 평양과기대의 김진경 총장님께서 이 책 발간한 것에 대해 기분이 안 좋다고 `뉴욕타임스' 신문에 밝히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키 김) “총장님께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자기들은 거기에 대한 책이 나오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현실은 현실인데 그 학교가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으로 북한의 정부와 어떤 동의 하에 세워졌는지는 불분명하거든요. 공개된 것도 없고. 거기에 무슨 불편을 끼쳤는지는 모르지만, 북한 안의 인권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거기서 나오는 걸 한마디도 발설을 안한다는 건 굉장히 무책임한 거 같아요. 거기 들어가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사람으로써.”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은 무엇입니까? 수키 김) “그건 무엇보다 아이들이었어요. 그래서 이 책이 미국 독자들한테 가장 각광받는 이유가 거기에요. 독자들한테서 계속 반응이 오는데. 그건 이유는 하나인 거 같아요. 거기서 사는 사람들도 우리랑 굉장히 비슷한 사람들이구나. 거기의 대학생들도 정말 여기의 대학생들처럼 아름답고. 그 아이들한테 자유가 필요하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들인데. 아이들의 순수함. 사랑스러움. 북한에 있었던 중 평생 잊지 못하는 것은 북한 아이들이에요." 지금까지 평양과기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책으로 펴낸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와의 인터뷰를 들으셨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