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패권 유지를 위한 NPT

미국은 1945년 7월 16일 ‘트리니티 실험’이라는 최초의 핵폭발 실험을 하며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어 소련은 1949년 8월 29일 핵시험을 하였다. 1952년 영국, 1960년 프랑스, 1964년 중국에 이어 1966년에는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개발하였다.

미국은 핵무기를 독점하여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1969년 유엔 총회를 통해 NPT를 체결하여 1970년부터 발효했다.

NPT는 ‘핵무기를 보유한 체결국’은 핵무기를 누구에게든 양도하지 않으며(제1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체결국’은 핵무기를 누구로부터도 양도받지 않고 스스로도 제조, 획득하지 않는다(제2조)는 내용이다. NPT에서는 기존 핵보유국인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만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한정하였다.

어느 나라든 핵무기를 확산하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NPT는 핵보유국은 핵을 계속 보유함으로써 세계 패권을 불균등하게 독식한다는 점에서 불평등한 조약이다.

한국도 1975년 NPT에 가입했다. 그러나 당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또한 NPT 가입에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 당국의 우려는 2005년 12월 2일 국방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서술되어 있다. 같은 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베트남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로 남한이 핵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판단, 한국 정부에 NPT 가입을 요구했다.

박정희 정부는 핵무기 개발이 원천 봉쇄되며 중국의 핵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며 NPT 가입 여부를 고심했다고 한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미국에 핵공격 등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는 각서를 받은 후에 NPT에 가입했다고 한다.

IAEA와 NPT에 가입한 북한

북한은 19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하였고 1985년에 NPT에 가입하였다. IAEA는 전 세계에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며 핵분열 물질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조치를 강구하는 기구이다.

1977년 북한과 IAEA는 연구용 원자로에 대한 부분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였다. 북한은 같은 해 10월 IAEA의 핵사찰을 받았다.

IAEA로부터 사찰을 받은 북한은 핵 에너지 이용을 위해 1980년 5MWe 실험용 원자로 건설을 착공하고, 1985년 영변 50MWe 원자로 건설 착공했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하였고, 1986년 5MWe 영변 원자로를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1989년 프랑스의 인공위성이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였다. 미국은 프랑스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 중 특정 건물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핵 물질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였다.

미국을 위시한 IAEA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게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다. 안전조치란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수반되는 핵물질, 장비, 시설 등이 핵무기나 기타의 핵폭발장치의 제조에 전용되지 못하도록 검증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IAEA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IAEA 가입국과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북한은 IAEA 이사회에 안전조치협정 체결 조건으로 북한에 대해 핵무기 불사용 및 불위협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공방은 있었지만 1991년 미국이 주한미군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겠다고 선언하였고,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남한에 핵이 없다고 선언하였다. 이어 남과 북은 1992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그 결과 북한은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하였다. 이어 북한은 IAEA의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하고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북한에 군사기지 개방을 요구한 미국

북한과 미국, IAEA는 핵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을 비교적 순탄하게 밟았다. 북한이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IAEA의 사찰 등을 받는 대신, 미국은 남한의 핵무기를 철수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등 서로 상응하는 평화 조치를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한 후 상황은 점차 적대적으로 흘러갔다. 1992년 5월부터 1993년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북한을 사찰한 IAEA가 2곳의 미신고시설이 있다며 ‘특별사찰’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은 1993년 2월 12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IAEA가 사찰을 요구한 곳은 “핵문제와 관련이 없는 군사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핵문제와 관련이 없는 군사대상은 핵담보협정에 따르는 사찰대상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를 내세워 우리의 군사대상과 기지들을 개방함으로써 우리를 군사적으로 무장해제 시켜보려는“ 시도라며 반발하였다.

미국은 북한의 반발은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이) 최소 1개의 핵무기 제조 가능한 핵물질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며 IAEA 이사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 결의안 채택을 강행하였다.

북한은 1993년 3월 12일 “(미국은) 핵 활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우리의 군사 기지를 개방토록 요구하는 부당한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만약 그런 행동이 용인된다면 우리나라가 한 초강대국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핵 국가들에 대한 핵위협과 내부문제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선례가 될 뿐”이라며 NPT 탈퇴를 선언한다.

NPT 10조는 “(모든 체결국은) 탈퇴할 경우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체결국과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미국은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 핵독점체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을 우려하여 북한이 NPT를 탈퇴하기 전날인 6월 11일 북미 공동성명에 합의하게 된다.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NPT 탈퇴를 유보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핵 불사용 및 불위협을 약속하며, 자주권을 존중, 내정불간섭,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를 약속했다.

끝내 북한이 NPT 탈퇴하게 만든 대북 적대 정책

1993년 미국은 가까스로 북한의 NPT 탈퇴를 유보를 받을 수 있었다. 북한은 미국에 자주권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핵으로 위협받지 않는 상태를 약속받으며 NPT 탈퇴를 유보하였다.

그러나 결국 북한은 2003년 NPT를 결국 탈퇴하게 된다. 북한은 왜 NPT를 탈퇴하게 되었을까?

먼저, 미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기본 합의인 1994년 제네바합의를 지키지 않아 파기되었다.1)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한 빌 클린턴 전임 정부의 정책을 모두 부정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노골적으로 펴나갔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북한을 1월에는 ‘악의 축’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같은 해 3월 국방부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핵 선제사용 가능 대상에 포함하고 5월에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2002년 10월 25일 미국에 불가침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의했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라크와 북한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2002년 12월 29일에는 정치, 경제 부분에서 대북 ‘맞춤형 봉쇄’를 실시했다.

북한은 2002년 12월 2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기 시작함으로써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유보조치 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고 경고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결국, 북한은 2003년 1월 10일 NPT 탈퇴를 선언한다. 북한은 “미국은 2002년 11월 29일에 이어 1월 6일 또다시 국제원자력기구를 사촉하여 우리를 반대하는 결의를 채택하게 하였다”며 “국제원자력기구 총국장(사무총장)은 우리가 몇 주일 내로 그 결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겨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최후통첩까지 하였다”고 성토하였다.

이어 북한은 “특히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번 결의에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과 조ㆍ미 기본합의문을 난폭하게 위반한 미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피해자인 우리에게만 미국의 무장해제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여 자위권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다고 NPT 탈퇴의 이유를 밝혔다.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

1993년 북한이 NPT 탈퇴를 유보한 것은 미국이 ‘자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 ‘핵 불사용, 불위협’을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핵 선제사용 가능 대상에 포함하고,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며 정치, 경제 제재를 실행하였다.

북한이 미국에 대북적대정책을 펴자 ‘NPT를 탈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탈퇴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미국은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했고 결국 북한은 NPT를 탈퇴하게 되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길 원한다면 다른 나라를 적대하며 굴복시키려 하기 보다는 함께 공존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평화 번영의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