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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최초접촉) 김일성과 솔라즈의 면담기록서. 02편
Korea, Republic of 돌통 0 255 2021-01-10 14:10:04

02편.

 

 

우리는 모든 문제를 통일이라는 대원칙하에서 진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만약 우리가 한반도 내에서 두 개의 나라를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민족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도 군비감축 원한다"

 

나는 당신이 미국 정부에 나의 희망, 즉 미국이 한국문제를 다룰 때에는 두 개의 한국에 입각한 정책이 아닌 통일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전달해주기를 바란다. 내 생각으로는, 한반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긴장완화다. 한민족 모두가 전쟁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물론 전쟁을 원치 않는다.

 

이는 한민족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민의 생각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선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우리는 작은 나라지만 큰 군대를 갖고 있다. 남한 역시 미군을 제외해도 엄청난 군사력을 갖고 있다. 나는 미국이 어떠한 정보에 근거해서 우리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강력하다고 내세우면서 남한의 군사력을 강화시켜왔는지 모르겠다.

 

 

결국 (미국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우리는 군사적 대치상황을 종식시킬 수 없는 것이다. 서로가 총을 겨누고 있는 한, 다른 어떤 것도 해결될 수 없다.

 

 

미군이 철수하든 안하든, 긴장완화는 필요하다. 당신은 방금 나에게 군사문제 해결을 위해 3자 회담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3자 회담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서 중요한 것은 회담 당사자가 분단을 전제로 대화를 하는지, 아니면 통일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왜 군사문제와 휴전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3자 회담에 반대해온 이유다.

 

 

 

북과 남은 현재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에 있다. 따라서 군사비 지출은 미국과 남한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남한은 미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군사비 부담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같은,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가 지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그런 군사비 부담이 없다면 우리는 세상에 부러워할 나라도 없고, 더욱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은 인구가 많아 노동력을 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는 재정문제뿐만 아니라 노동력 부족이란 점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줄곧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고 미국에 제의해온 배경이 되기도 한다.

 

 

휴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다. 따라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다. 필요하다면 남한 당국자를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후에 북과 남은 군사력 감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북과 남의 군축문제는 평화협정만으로도 충분하다. 두 나라 사이에 불가침 협정을 맺는 것은 불필요하다. 주변국들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세계 인민과 한민족·미국인들도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광주항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제3자가 개입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에 대한 경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우리는 거기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런 문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남한 당국자들이 항상 제기하는 남침문제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항쟁과 같은 사건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령 1960년 4월에는 남한 인민들이 이승만 정권에 반대하는 봉기가 있었고, 지금은 박정희와 전두환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부산과 마산·대전에서 인민들의 봉기가 일어났을 때에도 우리는 그런 상황을 이용하지 않았다. 박정희는 확신범에 의해 살해당했고, 전두환이 정권을 잡았다.

 

 

인민들은 전두환에 반대하고 있다. 이것이 광주항쟁이 일어난 이유다.

 

 

 

"3자 회담 받아들일 수 있다"  

 

 

솔라즈 : 북한이 남한의 혼란상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건설적인 태도다. 앞으로도 남한의 혼란상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귀하의 발언은 환영받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남한 인민들이 봉기할 때 북은 결코 팔짱만 낀 채 좌시하지 않겠다”는 귀하의 과거 발언은 무슨 의미인가?  

 

 

김일성 :  그 말은 우리가 남한사회의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차원에서, 남한 인민을 격려하기 위한 발언이었을 뿐이다. 내 의견을 계속 말하겠다. 평화협정을 도출하는 데 있어 우리는 미국정부와 함께 군사문제에 관한 사항만 토의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남한이 옵서버 자격으로 평화협정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  

 

 

과거 우리는 3자 회담을 반대해왔다. 왜냐하면 남한 인민들이 박정희와 전두환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남한 정부를 대화상대로 인정한다면 (남한 정부에 반대하는) 남한 인민들은 뭐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결국 인권을 탄압하는 정권을 지지하게 되는 셈이다.

 

 

 

 

만약 남한에서 인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민주인사가 정권을 잡고, 그 정권이 인민을 짓밟거나 학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3자 회담에 응할 수 있다. 어떤 조건하에서 3자 회담을 개최하는가에 대해서는 양측이 토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양측간 긴장을 완화시키는 일이다.

 

 

 

 

솔라즈 남한 헌법이 10월 국민투표에서 받아들여지고,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귀하는 그 정권과 함께 3자 회담을 할 용의가 있는가?

 

 

김일성 : 그것은 장래 남한 정부의 성격이 어떤가에 달려 있다. 새 정권이 남한 인민의 미움을 사는 정권이라면 우리는 3자회담을 인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인민의 증오를 사고 있고 범죄를 저지른 전두환이 정권을 잡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들과 대화할 수 있겠는가? 남한 인민의 반대가 없이 정권을 잡은 인물이라면 우리는 3자 회담을 포함해서 어떤 종류의 대화도 할 수 있다.  

 

 

한 가지 사실을 당신네 정부에 전달해달라. 나는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을 유지시키고 현재의 세력균형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닌,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새 방안이란 우리가 이미 제안한 연방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과 남 인민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 통일기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기구의 형태는 북과 남 인민의 의사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박정희 사후 남한 정부에 대해서 협력과 단합·통일을 촉구했다. 북과 남은 과학 경제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협력하고 단합해야 한다. 단합을 통해 북과 남은 제도적 차이와 종교적 신념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다.

솔라즈 :  당신은 전두환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남한과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김일성 우리는 남한 당국과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쪽에서 누가 책임자인지 모른다. 최규하인가, 전두환인가? 나는 1972년에 최규하를 만난 적이 있다.

 

 

 

언론자유 없는 이산가족 상봉은 무의미  

 

 

솔라즈 :  남한을 3자 회담에 참가시킨다면 북한이 인권탄압을 일삼는 남한 정권을 격려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귀하는 말했다. 그러나 귀하는 지금 남북간 총리회담을 위한 전 단계로 남한 정부와 대화를 지속하고 있지 않은가?  

 

 

김일성 :  우리는 현재 남한의 총리가 누구인지 계속 묻고 있다. 남측에선 현재의 총리가 총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가 남한 인민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지 어떤지 모른다. 우리는 다만 북남간에 회담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대화를 통해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남한에서 총리는 인민에 의해 선출되는 게 아니라 정부에 의해 임명된다.  

 

 

솔라즈 :  귀하는 가족상봉과 서신교환에 관한 합의 여부는 남한과 미국이 통일에 대해서 얼마나 진실한 열망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  그렇지 않다. 가족상봉과 편지교환은 과거에 우리측이 먼저 제안했던 것이다. 

 

만약 남측이 진정으로 동의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이것은 우리의 바람이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들을 적십자사를 통해 논의했다. 그렇다면 왜 합의하지 못했는가? 남측이 인민의 고통을 치유하겠다는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측은 기록카드를 요구하는 등 갖가지 어려움을 야기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라도 전제조건 없이 이 문제를 풀어갈 용의가 있다.  

 

 

솔라즈 :  그것은 매우 중요한 발언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다. 만약 남한 당국이 가족상봉과 우편물 교환에 합의하겠다고 나오면, 귀하는 남북 사이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도 남한과 그런 문제에 합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인가? 

 

   

김일성 그렇다. 그것은 인민이 원하는 것이다. 인민들 사이에는 불신이 없다.

 

 

솔라즈 : 내가 알기로, 과거 북한 정부는 가족상봉 문제가 실현되기 전에, 남한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신의 발언은 그러한 전제조건 없이 가족방문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김일성 : 국가보안법을 생각할 때 상호방문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예를 들면, 남한에 가는 북의 인민 중에는 공산당원이 끼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남한 정권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 만약 그들이 남한 정권에 반대하는 견해를 표명할 경우, 남한 당국자는 국가보안법에 의거해 그들을 체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말을 할 수가 없다. 마치 감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가족상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북의 인민이 남에 갈 경우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원한다.  

 

 

솔라즈 : 남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족상봉 합의에 의해 남한을 방문하는 사람은 국가보안법에 따른 체포를 면하게 된다는 보장을 받은 뒤, 남한 내의 친인척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조치는 만족할 만한가, 아니면 실질적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하는가?  

 

 

 남북 지도층간의 불신이 문제   

 

 

 

 

김일성 : 아주 흥미로운 발언이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가족상봉과 편지교환에 찬성한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긴장완화에 앞서 문화와 경제부문에서 협력하는 데에도 우리는 환영한다.

 

 

최규하가 여기에 왔을 때 나는 그에게 그러한 얘기를 했다. 나는 경제협력도 제의했고, 그는 합의했다. 그러나 남으로 돌아간 그에게서 회답이 없었다. 나는 그에게 “우리는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으며 함께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솔라즈 : 정치적 조건에 관계없이 남한과 무역활동에 들어갈 용의는 있는가?

 

 

김일성 : 물론이다.  

 

 

솔라즈 : 문화·체육교류도 국가보안법의 폐지 없이 가능한가?  

 

 

김일성 : 가능하다. 다만, 국가보안법이 우리를 반대하기 위한 것인지, 남한 인민들의 의사를 억누르기 위한 것인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국가보안법이 남한내 공산당 활동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남한의 내부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를 반대하고, 우리를 적으로 삼는 것이라면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박정희는 국가보안법을 그의 첫번째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는 북한에서 공산당을 말살하려고 했다. 그런 그와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공산주의는 사고(Idea)이자 이념(Ideology)이다. 북한의 전인민이 공산주의자라면, 북한 전인민이 적이 되는 것이다. 대화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따라서 남측이 국가통합을 유지하려 한다면 상호방문을 통해 불신이 제거돼야 한다. 미국 정부는 공산주의를 인정하지 않지만, 미국내 공산주의자는 인정하고 있다.  

 

 

솔라즈 :만약 남한이 국가통합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상호방문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김일성 : 그렇다.  

 

 

솔라즈 : 남한이 국가통합 달성에 열의를 보인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계획할 것인가?  

 

 

김일성 : 그들은 먼저 두 개의 한국이라는 정책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두 개의 나라를 만든다는 생각을 인정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완고하기 때문이 아니라 온 민족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남한이 우리를 반대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남한은 민족의 통일이란 사상에 입각해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할 때 두 개의 사고와 이념을 갖고 있는 하나의 나라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 속에 여러 가지 이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가통합이라는 차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솔라즈 : 남한 당국은 내게 “통일은 남북한 인민 모두의 소원이지만, 남북간의 상이성 때문에 쉽게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남한 당국은 여러 가지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좀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일성 : 그것은 남한이 과거에도 되풀이해온 주장이다. 당신은 남한 주장의 핵심을 잘 파악해야 한다. 남북간의 상이성은 인민들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이점이 있다면 상위 지도층의 문제인 것이다. 북남 합의문(7·4 공동성명) 발표에 앞서 남한 사람들은 내게 “북남은 서로 다른 축(Pole)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물론 그들 말처럼 북과 남은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국가통합이란 대원칙하에서 이념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신이라는 것도 북과 남의 인민들의 문제가 아닌, 지도층의 문제다.  

 

 

남한에는 소수의 특별한 계급이 있다. 그들은 잘산다. 왜 우리가 서로 다른 이념하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북과 남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나는 북남이 좋은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 당신은 북남간의 방문을 제의했다. 우리는 그러한 제의를 반대하지 않는다.

 

 

당신은 소련과 중국이 남한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분단상황을 고착화하는 교차승인에 찬성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과 외교관계는 없지만, 학자 등 여러 사람들이 북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 이런 방문은 서로간 이해와 우정을 쌓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당신은 군사력 균형에 대해 물었는데, 나는 남한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강하다고 본다. 그들은 70만의 정규군과 200만의 예비군을 갖고 있다. 이런 규모는 그들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미국 원조 덕분에 군사장비도 우리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도와주는 이가 없다. 그들은 혹시 우리가 자기네를 침략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미군을 남한에 묶어두고 남한 인민들을 탄압하기 위한 음모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남한보다 열세에 있다. 인구를 보라. 남침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 나는 카터 대통령이 무슨 정보에 근거해서 미군철수를 중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은 DMZ 비무장 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DMZ 문제는 군사적 대치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가능하다.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남한에서의 군사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DMZ에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당신은 캄보디아와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물었는데, 나는 외국 군대가 다른 나라에 주둔하는 것에 반대하듯, 우리나라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평화협정 체결하자" 

  

솔라즈 : 나는 미국과 북한 간 관계증진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고 싶은 사람으로서 한반도의 현저한 긴장완화 없이 미군 철수를 기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임을 지적해두고 싶다. 특히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략 이후 미국은 한반도에 위험이 상존하는 한 미군 철수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따라서 귀하가 말하는 미군 철수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한 일련의 현저한 조처들에 대해서 북한이 얼마나 동의하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남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한 일련의 법안에 합의한다면, 미군철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과의 관계개선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중국과 소련이 남한에 대해 어느 정도 접촉을 갖지 않는 상태에서는 미국 역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비록 오늘 대화에서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웠지만, 귀하가 학문적·문화적 교류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매우 건설적이다. 나도 귀하가 믿는 것처럼 수십년간 떨어져 있던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상호이해와 상이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질문을 하겠다. 하나는 북한 라디오방송에 의하면 1979년 6월 서독 주둔 부대를 이탈해 현재 북에 망명해 있다는 미군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김영남에게 얘기했다. 이 곳에 있는 동안 그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미국에 살고 있는 그의 부모가 그와 연락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기를 희망한다.

 

 

 

 

김일성 : 지금 기억이 안 나지만 알아보겠다.

 

 

 

솔라즈 : 고맙다. 여러 문제에 대한 당신의 대답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일성 : 앞에서도 말했듯 모든 문제는 북과 남의 대치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당신측을 설득하려 해도 당신네는 우리를 믿지 않았다. 우리가 스파이를 보내지 않고 땅굴을 파지 않아도 당신네는 우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결코 남측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며, 스파이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네가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우리는 당신네를 믿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를 침략할 의사가 없다면 왜 남한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는가? 미국은 중국과 화해했고 소련과도 관계개선에 들어갔다. 남한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군사기지로만 가치가 있다.

 

 

우리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먼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자. 이 문제가 풀린다면 다른 문제들도 모두 풀릴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과정에 우리는 남한의 군사관계자가 참가하는 데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남한 정부가 껍데기뿐인 정부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판문점에서 남한 당국자들의 지위가 옵서버 자격인 것처럼, 우리는 남한의 군사 관계자들을 옵서버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필리핀·이란과 한국의 차이  

 

 

솔라즈 :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당신의 제안은 한국에서의 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말인가?

 

김일성 : 평화협정에 들어간 뒤 미군이 왜 남한에 주둔해야 하는가? 평화협정하에서 우리는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북과 남은 군축에 들어갈 것이다. 군축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대화를 통해 이뤄나갈 것이다.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평화협정 체결이 가장 급선무다.  

 

 

솔라즈 : 군병력 감축의 검증과 관련, 남한도 검증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김일성 : 물론이다. 

   

솔라즈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당신은 북한의 위대한 지도자로서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어떤 지도자보다 오랜 통치경험을 가진 인물로서, 모택동과 스탈린 티토 호치민 등 여러 나라의 탁월한 지도자들과 교류를 가져왔다. 그런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당신의 평가를 듣고 싶다. 

 

   

김일성 : 나는 그들 모두에게 좋은 말을 하고 싶다. 우리는 친분을 유지했다. 그들 모두는 나라와 인민을 위해 봉사한 위대한 인물이다. 그들에 대해 이런저런 소문들이 흘러다니지만, 그건 그들의 내부문제일 뿐이다. 나는 그런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그들이 죽은 뒤 그런 문제를 얘기한다. 그런 태도는 좋지 않다. 왜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얘기하지 못했는가? 소문에 관계없이 나는 그들을 존경하고,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 부처를 제외하고는 결점 없는 인간은 없다.

 

 

 

(점심식사에 앞서 잠시 휴식) 

 

  

점심식사 중 솔라즈는 김일성의 현장지도에 관해 질문했다. 김일성은 매년 10개 지방과 3개 직할도시를 각각 한 차례씩 10일에서 15일간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민과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가령 인민들이 5월30일 모내기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중앙정부는 그보다 일찍 모내기를 하라고 독촉해 인민의 불만을 샀다고 말했다.

 

 

솔라즈 : 남한사람들이 과거 박정희를 비판했고 지금은 전두환을 비판하지만, 그들은 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은 아주 흥미로운 점이다. 몇 년 전 내가 필리핀에 갔을 때 미군 주둔이 마르코스 정권을 지탱해준다고 생각한 마르코스 반대파는 필리핀에서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팔레비 왕가가 몰락하기 몇 년 전에 이란을 방문했을 때에도 미군이 왕조를 지탱해준다고 생각한 왕정 반대파는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반대자들도 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북의 침략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은 두려워할 존재 아니다  

?  

김일성 : 남한에서는 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남쪽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북과 남이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한 당국자만이 아닌 모든 계층간의 광범위한 대화를 제의해왔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남측은 우리가 그들을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미군 주둔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필요하지 않다. 현재 남한정부는 국민의 지지가 결여된 정권이다. 결과적으로 남한 정부는 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북의 침략을 막는다는 핑계를 내세워 주한미군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 인민도 우리를 믿지 못하고, 우리도 미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모든 문제를 대화와 접촉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솔라즈 : 이번에 이곳에 오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홀부르크를 만나 우리 정부가 이번 방북에 대해 환영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조율해야 했다.

 

 

김일성 : 당신이 당초 계획했던 4월 방문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잘 이해한다. 남한 사정이 복잡하고, 미국이 남한에서 군사훈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이 미국에 돌아가면 “북한은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전해주기를 바란다. 아마도 모두가 인상 깊게 받아들일 것이다. 

 

   

솔라즈 : 귀하가 스탈린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김일성 : 물론 스탈린도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그의 잘못보다 훨씬 크다. 그는 레닌을 이어받아 후진국이던 소비에트를 발전된 나라로 끌어올렸다. 그는 소비에트 인민을 결집시켜 독일 파시스트를 막아냈다. 흐루시초프에겐 그럴 능력이 없었다.  

따라서 스탈린의 업적을 도외시한 채 그의 잘못만을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스탈린은 대규모 숙청 등 여러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의 업적과 그의 실수는 구별해야 한다.

 

 

 

 

솔라즈 :스탈린의 숙청과 집단화 정책으로 2000만명이 희생됐다. 그것은 작은 실수가 아니라 근대화에 따른 값비싼 희생이었다.

 

 

김일성 : 스탈린은 최초로 집단화를 시도한 인물이다. 그는 좌경적 실수를 저질렀다. 스탈린의 교훈은 우리가 소비에트식이 아니라 주체적인 방법으로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솔라즈 : 소비에트에서는 집단화가 실패했는데, 어떻게 북한에서는 집단화가 성공할 수 있었는가?  

  

김일성 : 우리는 주관주의를 용납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인민의 뜻에 따라 처리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반대가 있다면 우리는 실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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