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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영어 혼용에 대한 고찰
REPUBLIC OF KOREA 무명 0 277 2006-08-22 18:29:28
한국인이 영어를 많이 쓰는 것에 대해 한민족중에서 한국인 이외의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당혹감을 느끼는데 현재 한국에 영어가 범람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일단 절대적인 사실 하나는 영어가 현재 국제 공용어이며, 현재 우리가 배우는 거의 모든 것은 서양에서 나온 학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용되는 글자가 한글이든 한자이든 영어이든 일어이든 거의 대부분의 어휘의 유래는 아무리 길게 잡아도 기껏해야 200 년전이고 100 년 넘은 것도 많지 않습니다. 또한 대부분 서양에서 유래했습니다.

물리, 화학 같은 과목은 동양에서는 근대까지도 아예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자동차 같은 단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대단히 자존심이 높습니다. 영어로 말걸면 알아도 대답도 안 한다 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영어 단어를 일일이 전부 국가 기관에서 프랑스 알파벳으로 치환해서 보급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날이 갈수록 폭증하는 어휘의 증가및 받아들이는 속도의 문제 때문에 사실상 포기하고 영어 단어 그대로 쓰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동양의 프랑스라 할만큼 닮은 면이 많아서인지 역시 비슷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중국어는 기껏해야 400 가지 발음만이 가능하고 글자 자체가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어 단어를 한자어로 대체하는데 꽤 난점이 많은 편이며, 뜻이나 발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일일이 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대체해야 하는 어휘가 폭증할테니 결국 손을 들테죠.

중국도 조금만 더 발전하면 영어단어 그대로 쓰는 것이 필수가 될 것입니다. 물론 중국인들은 중국인은 영어 배울 필요가 없다. 라는 자신감을 내보이지만, 그들이 서양 학문을 영어를 통해 즉각 받아들이지 않고도 자신만의 철옹성을 세울 수 있을지 매우 의문입니다.

일본은 300 가지 정도 발음밖에 가능하지 않습니다. 또한 띄어쓰기도 없는등 영어 단어를 자국화하는데 상당한 난점이 있죠. 그래서 나온 것이 과거 일본에서 남자들의 글씨였던 가다가나를 완전히 외국어 발음 표기 전용으로 쓰고, 여자들의 글씨였던 히라가나를 일본 자국어 쓰는 것으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냥 언뜻 보면 영어는 안 쓰는 듯 해보이지만, 딱딱한 글자체 즉 가다가나로 쓰인 것은 모두 영어나 기타 외국어 단어를 엉성하게 발음을 옮겨적은 것에 불과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이죠.

이제 한글의 경우를 보기 전에 서양 문물의 동양 전파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우 불행하게도 서양 문물에 일찍 눈을 뜬 것은 일본입니다. 그들이 맨 먼저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이고 일본어로 번역했죠. 그들의 노력은 대단합니다. 영어 단어 하나 하나에 대해 모두 한자어를 새로 만들어냈고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정신적 혼란은 사실 이 일본의 "영어->한자어" 작업에서 기인합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어들도 사실은 거의 대부분 영어및 서양권의 것들입니다. 애초에 동양의 사상/학문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개념과 어휘들이 일본에 의해 한자어로 번역된 것이 쓰이는 것일 뿐이죠.

우리가 한글의 일부라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일본이 한자어로 바꿔놓은 서양 유래 어휘들입니다. 예를 들어 물리, 화학 이런 것은 동양에는 없던 어휘입니다.

일본이 먼저 했기 때문에 한국 (당시 조선, 대한제국) 및 중국 (청나라) 도 일본이 한 번역물을 봐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영어를 새로 배워서 일본이 한 만큼 따라가기보다는 일본이 이미 한 한자어를 익히는 편이 훨씬 빠르니까요. 일본 책을 보면 아실 일이지만 한자, 가다가나, 숫자등을 빼고 나면 일본어를 알아야 할 것이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 옛날 중국쪽의 문물및 우리의 것을 일본에게 전수해준 것이 거꾸로 되어서 일본이라는 창을 통해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형편으로 된 것이며, 이렇게 전도된 것이 일제 시대를 부른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일제시대는 물론이고 1960 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직접 서양에 유학가기에는 상당히 빈곤한 처지였습니다. 일제 시대가 지났음에도 일본으로 유학가서 일본이 이미 해놓은 일본화한 한자어를 바탕한 학문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울러 가다가나로 왜곡해버린 일본식 이상한 영어발음도 같이 갖고 들어왔죠.

"일본어 -> 한글" 로 번역하는 과정은 상당히 쉬웠으며, 일본이 해놓은 한자 조어를 그대로 썼기 때문에 일본어 조사만 바꾸면 한글 번역 책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이 "영어 -> 일본어 -> 한글" 이란 두 단계 번역을 거쳤습니다.

1970 년대 지나서야 겨우 미국등지로 유학가는 것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고, 일본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양의 학문을 직수입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일본의 창을 벗어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1980 년대에 와서야 "영어 -> 일본어 -> 한글" 이 아니라 "영어 -> 한글" 식으로 단 한 단계 번역된 책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일본이 어쩔 수 없이 했던 한자어 조어 만들기를 했어야만 하는가입니다. 우리 한글은 대부분의 외국어 발음을 큰 무리없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릅니다.

이 시기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다양해진 어휘들을 모두 한자어로 바꾸는 작업은 일본도 포기하다시피 하고 거의 가다가나로 쓰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영어등을 발음 그대로 한글로 표기해야죠.

어차피 우리 입장에서는 한자어를 새로 만들어쓰던 그냥 영어단어 또는 영어발음 옮겨쓰든 둘 다 외국 유래인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훨씬 간편하고요.

선단식으로 누군가 먼저 번역해놓으면 그걸로 다른 사람들이 학습하는 형태는 이미 1980 년대로 막을 내렸습니다. 필요한 모든 분야에 대해 번역 작업을 한다는 것은 갈수록 양적 확장을 하는 학문을 따라가기도 불가능한 것이고요.

또한 대학을 들어가는 것에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당연히 요구되는 수준이 된 것도 1980 년대입니다.

더불어 1990 년대로 오면서 한국의 수준은 서양 학문을 시차없이 광범위하게 바로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에까지 왔습니다.

이젠 "영어 -> 한글" 번역 자체가 사실상 아무 쓸모없으며, 오히려 불필요하게 인력과 시간만 잡아먹는 일이 된 것입니다.

한국이 영어 원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일본이 만든 한자어에 의존해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를 지났다는 것입니다.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한글 번역본 보기 힘들다는 것은 번역된 한글을 봐야 공부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으며 시차없이 광범위한 분야를 바로 직수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냐 아니냐 구별 자체가 필요없는 편리한 한글은 이런 면에서도 큰 장점입니다. 영어 알파벳을 쓰나 그 발음을 한글로 쓰나 어느 쪽이든 생산성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동양권에서는 상당한 장점이 됩니다.

한자어를 떡칠해서 쓰는 것은 우리의 고유 언어를 지키는 것이고, 영어를 쓰는 것은 한글을 파괴한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 한자어 자체가 영어등 서양의 것을 일본이 한자어로 만들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점은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래에 들어서야 중국 자체 한자어 조어 만들기 작업을 많이 하지만요.

우리는 영어 몰라서 번역해서 자국민에게 보급해야 하는 그런 수준 아닙니다. 발음 표기도 못 해서 직접 쓸 수도 없는 반쪽짜리 언어를 가진 것도 아니고요.

중국이나 일본등은 원시적 언어를 가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것을 따라 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그런 식으로 해야 주체성을 지키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이 영어 많이 쓰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마십시요. 일본보다는 오히려 양호하다 할 판입니다.

중국은 아예 논외입니다. 한자로 표현한 것에 젖어들다보니 월드컵(world cup)을 worad cop 으로 표기하고도 틀린 줄도 모르는 족속들입니다. 딱 보면 감 잡으시겠지만 월드컵을 중국어식으로 말한 것을 연상해서 다시 영어로 옮겨놓은거죠.

한국은 이미 글로벌화한 국가로 돌입했습니다. 서양과 시차없이 바로 대응해나가야죠. 영어를 혼용한다는 것은 한국이 영어 식민지가 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전세계에서 직접 받아들이고 전세계에 직접 진출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서양 학문을 받아들이는데서 그치지 않고 연구한 결과를 수출하는 단계에 이른지도 오래입니다.

갈수록 쏟아져 나오는 어휘 모두를 한자어로 바꾸고 그래야 우리 한글을 손상하지 않는거다 식의 믿음은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다고 그 어휘가 한국인에 의해서 유래되는 것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아니고 서양에 의해 유래된 것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착각하게 만들 뿐이죠. 이제는 오리지날은 그냥 오리지날로 바로 소화해버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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