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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카마 혹은 '태양은 가득히'
REPUBLIC OF KOREA 호프 2 306 2006-09-27 11:53:21
아래 '언제나늘' 님이 조선족을 [하나]로 묶어 비판하시는 글을 썼길래..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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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도인지는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96년이나 97년 경 같은데
조선족 중에 한국의 원양어선에 취직한 사람들이 예닐곱명 있었다.
그 배의 이름은 '페스카마'였다.

알다시피 한국 사람들이 빡세고 거칠다.
지금은 '잘살게' 되어 배부르고 등 따듯하게 사느라고 흐물흐물해진 면이 있지만...
70년대, 80 년대에는 독했다.
리비아 대수도관 공사 때 사막 한 가운데에서 제2차세계대전 때 뿌려진 대전차지뢰 밭을 만난 적이 있다. 이 때 월남전 경험이 있는 건설노동자 수 백 명이 나서서 철사토막을 가지고 모래밭을 찔러서 지뢰밭을 통과했다고 한다.(대인지뢰가 아니라 대전차 지뢰임)
8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사서 일할 때 독한 사람은 OT(시간외 근무)를 일주일에 50 시간 넘게 찍기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 뙤약볕 아래 일주일에 100 시간을 일했다고 하니...

이런 전통은 90년대 원양어선까지 이어졌다.
조선족 선원이 말도 잘 못 알아듣고 '띨빵'하니까,
몽둥이로 패고, 쇠파이프로 패고...
조선족 선원들이 음모를 꾸면서 그 배의 한국인 선장, 갑판장등 간부들 일곱, 여덟 명을 도끼로 찍어죽이고 배를 탈취했다...

이런 문제...인간이...인간에게 가하는 야만은,
때로는 체제의 문제이기도 하고 (뽀골이 처럼)
때로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종족분쟁에서 사람 눈알을 빼어내서 죽이고, 목에 휘발유에 절은 타이어를 걸고 불을 붙여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문명과 종교의 문제이기도 하고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시아파가 수니를 잡으면, 혹은 수니가 시아파를 잡으면 전기 드릴로 몸에 수십군데에 빵구를 뚫어서 죽인다)
.....
때로는 한 사람의 정신적 병리현상의 문제이기도 하고 (연쇄살인범 유영철 같이..)
정말 복잡하다.

Startrek이라는 고전적 SF 시리즈에서 나온 대사처럼,
인간의 피 속에는, 수백만에 걸친 '침팬지 원숭이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 모른다.
(진화론 논쟁은 사양함.)

이런 작혹함을 멋지게 사진을 찍으면 영화가 되기도 한다.
알랑 드롱이 나오는 유명한 프랑스 영화 '태양은 가득히'란 영화가 있다.
부자 친구를 요트에서 살해하고, 그 친구의 흉내를 내면서 떵떵거리고 사는 살인범의 이야기이다.

나나, 당신이나, 우리 모두에 내재되어 있는
광기와 살기를 직시하게 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비난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진다.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자비, 사랑, 동료애, 희생...가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움트기 때문에..사람을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의 첫 부분을 보면,
보도 블록 (사실은 '포도석'이라고 나옴) 사이를 뚫고 올라오는 풀잎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야만과 협잡과 폭력이 판치는 와중에도 항상 자라 나온다.

그러니..이제...그게 조선족이든,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하나로 뭉뚱그려서 쥐어패는 것은 그만 두자.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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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2006-09-29 08:54:23
    댓글이 없기로 소문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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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프 2006-10-01 00:01:40
    와우! '소문' 씩이나? 나는 그냥 <조용히> 댓글 없나 부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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