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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보위부원, 서울 탈북자에 휴대전화
김용우 20 729 2004-12-02 20:30:38
北보위부원, 서울 탈북자에 휴대전화
北주민들 24시간 감시뚫고 '南과 통화중'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

북한에서 남한으로 휴대폰이 걸려오고 있다. 북한 경찰이 서울의 탈북자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달라고 하고, 북한 청년들이 전화로 TV드라마 ‘장길산’ 테이프를 요청하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지대에서 걸려오는 북한 전화들은 북한에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는 한 징조로 보인다. 물론 남에서 북으로 거는 전화는 훨씬 더 많다.





◆ "여기 보위부입네다"

서울 거주 탈북자 신 모씨는 얼마 전 휴대폰이 울려 받았다가 깜짝 놀랐다. 상대방은 자신을 북한 보위부원(정보기관원)이라고 했다. 이 보위부원은 전화를 북한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신씨의 친구를 붙잡고 있다고 했다. 친구 이름이나 인상착의가 정확했다. 보위부원은 달러를 보내주면 친구를 풀어주겠다고 했다.


보위부원은 신씨가 중국에서 그 친구를 만났을 때 몰래 쥐어준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화를 건 것이었다. 신씨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달러를 보내주기로 약속하면서 “보위지도원 동지도 웬만하면 탈북하시라”고 농담까지 건넸다.





◆ 성가실 정도로 전화

탈북자 이 모씨는 북한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성가실 정도다. 이씨 역시 지난해 중국에서 만났던 북한 친구들에게 중국 휴대폰을 주었는데 이들이 북한에 들어가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 북한 친구들은 탈북자들이 돈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각종 문건이나 자료를 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청진선 전화상봉 중계

탈북자들만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니다. 이산가족 박 모씨(서울)도 이미 사망한 것으로 믿고 있던 북한의 형이 함북 회령에서 전화를 걸어 와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중개인의 도움을 받은 50여년 만의 전화상봉이었다. 박씨만이 아니라고 한다. 최근 남한 내 많은 이산가족이 북한에서 걸려온 가족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함북 청진에 사는 이 모씨는 남북 전화상봉을 중개한다. 남쪽이나 중국쪽에서 주문이 오면 즉시 북한 현지에 달려가 가족에게 알리고 중국 휴대전화가 잘 터지는 국경지역으로 이동해 남북 가족 간 통화를 하게 한다. 지역 북한 보위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 외부세계와의 통로

중국 옌지(延吉)에 사는 재중동포 김씨는 최근 북한의 친구로부터 남한 연속극 ‘장길산’ 테이프를 급히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장길산’은 요즘 북한 내에서 암암리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위험부담이 적은 중국쪽으로의 전화는 매우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의 친구와 통화한 한 탈북자는 “북한주민들이 미국의 북한 인권법안에 대해 아주 궁금해 하고 ‘탈북하면 미국에 갈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자주 한다”고 했다. 국경지대 주민들은 외부세계 동향에 대해 듣는 것이 많고 남한과 휴대폰이 연결되면 질문을 쏟아낸다.








◆ 주로 남→북 전화

북한에서 남한으로 전화를 걸면 요금을 북한에서 내야 한다. 그래서 중국 중개인을 통해 서울에 전화가 오면 주로 남쪽에서 북한으로 전화를 걸게 된다.


북한 안전보위부의 강력한 통제 때문에 국경의 북한 주민들은 항상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만 중국에 전화를 걸어 서울에 전화해줄 것을 부탁한다. 북한과의 휴대전화는 북한측에서 준비가 돼야 가능하며 감시가 심해질 때에는 휴대전화를 비닐에 싸 땅속에 묻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 쓴다. 올 초 일시적으로 북한 내 휴대전화가 거의 두절된 적이 있었는데 겨울철 전력난으로 정전이 두 달 가까이 계속돼 배터리 충전이 안됐기 때문이다.



(강철환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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