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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중국 조선족이었습니다.
United States 걸작품 2 684 2008-03-17 04:44:11
1999년 가을 어느 날 저는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어 한 마디 할 줄 모르고, 중국의 지형과 문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저는
동행했던 친구 두 명과 함께 무작정 사람 사는 마을을 찾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근 여섯 시간의 도보 끝에 도착한 곳은 북중국경지역의 어느 한 조선족마을이었습니다.
우리 셋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구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변방대의 단속에 걸릴 우려 때문에 사람들은 좀처럼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을을 한참동안 돌다가 밥 한 끼 못 얻어먹고
맥없이 마을을 빠져나가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습니다.
“너희들 조선에서 왔구나. 배가 많이 고플 텐데 우리 집으로 가자. 밥 지어줄게~”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따뜻한 흰 쌀밥에 맛난 반찬까지 차려주시고는
밖으로 나가 집집마다 돌면서 우리에게 맞는 옷가지들을 얻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날이 많이 어두워졌으니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우리가 떠날 때 아주머니는
배가 고플 때마다 먹으라며 그동안 모아두었던 누룽지도 비닐봉지에 담아 주셨습니다.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우리에게 따뜻한 음식과 옷가지, 잠자리를 제공해주셨던
그 이름 모를 아주머니는 중국 조선족이셨습니다.

화룡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하루 종일 걷다가 날이 어두워졌지만 잠잘 곳을 찾지 못한
우리는 지나가던 조선족마을의 길옆에서 추위에 떨며 서로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 눈을 떴을 때는
여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서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할머니 한 분이 눈물을 글썽이시며
“어이구, 이 추운 날씨에 너희들 여기 밖에서 잤구나. 우리 집 문이라도 좀 두드려보지.
추울 텐데 어서 우리 집으로 들어가자. 내가 아침밥 해줄게.”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 할머니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서 몸을 녹이고
할머니가 지어준 맛있는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변방대의 순찰 때문에 우리를 데리고 있을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면서
기독교회를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화룡시내로 들어가거들랑 십자가가 달려있는 건물을 찾아가라며 유용한 정보도 제공해주셨습니다.
추운 가을밤을 밖에서 지내며 추위에 떨고 있던 우리를 따뜻한 집으로 데려가서
맛난 아침밥을 지어주셨던 그 할머니는 중국 조선족이셨습니다.

화룡시내로 들어가던 도중 우리 셋은 탈북 3일 만에
마을사람으로 가장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고 말았습니다.

재탈북하여 나는 그 조선족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 기독교회를 찾아갔고
그 교회의 전도사님을 통하여 양부모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은 생활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를 데려다가 생일이 되면
맛난 케익도 사주시고,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작지만 소중한 선물도 사주시면서
정말 친부모 못지않게 따뜻이 돌봐주셨습니다.
지금도 친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연락하며 지내고 있는 이 분들은 중국 조선족이셨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고향으로 갔다가 다시 탈북하여 나온 나는
북한 옷을 입은 채로 연길로 들어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두려움 속에 아무 말 없이 차창 밖만 내다보고 있던 내게 조선에서 왔냐며 말을 건넨
한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내게 룡정시를 통과하면서 검문소가 있으니
이 버스를 타면 무조건 공안에 잡히니까 자기가 도와줄 테니
룡정시 입구에서 내려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낯모를 젊은 남자가 도와주겠다는 말에 조금은 망설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던 나는 무작정 그를 믿기로 하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는 룡정시내에 있는 친구집에 들려서 오토바이를 빌린 뒤
저를 뒤에 태우고 산길로 에돌아 연길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녁이 되어 갈 곳이 없는 저를 자기 집으로 데려다가 재워주고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버스요금까지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나를 위해 연길로 가던 버스에서 내려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공안들의 검문을 피해 연길까지 데려다주고 잠자리와 아침밥, 차비까지 마련해줬던
그 고마운 젊은 남자는 중국 조선족이었습니다.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가기 위해 연길을 떠나던 날 나에게 다가와
얼마 안 되지만 여비에 보태라며 남몰래 인민폐 100원을 저의 손에 쥐어주시며
안전하게 한국까지 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하시던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한국으로 떠나가던 저에게 힘을 주시고 따뜻한 사랑을 주신
그 할머니는 중국 조선족이셨습니다.
... ... ...

나의 자유롭고 행복한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고마운 조선족 분들의 사랑과 배려도 있었습니다.
보상금 몇천원에 미쳐 중국에서 북송될까 맘졸이며 살아가는 탈북자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살 길 찾아 두만강을 넘은 탈북여성들을 돈벌이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인간적인 조선족들도 있지만 그래도 어려움에 처한 탈북자들에게 지금도 조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고마운 조선족들이 있어 차가운 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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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작품 2008-03-17 05:37:37
    이곳 자유방에 이상야릇(?)한 유머글을 올려 삶에 지친 탈북자들의 얼굴에 잠시나마 웃음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찬이아빠"님(안새모 홈페이지 운영자)도 중국 조선족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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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영합니다 2008-03-17 08:24:00
    음..그래요 좋은분들이 의외로 많군요..상상외라는거..아마도 그쪽에만 좋은분들이 많이 계시는군요..그런데 이쪽 대한민국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건데..제 친구가 식당을 하는데 한달 밦값 떼어먹고 튀었다는거..조선족입디다..돈이 없다하고 또 동포라는 생각에 하루 세끼씩..얻어먹고 한달 되니까 꿩새 불렀다는.하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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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봄 2008-03-17 10:12:15
    아!~ 그렇군요. "찬이아빠"님도 조선족이셨군요.
    입국한지 얼마 안되다나니 이제야 알았어요. 이북의 문화와 잼나는 유머랑 올리시는 분이 누구신가 궁금했더니 그분이셨네요.
    정말 여기 사이트에서 좋은 분들 많이 만나보고,좋은 글도 많이 읽고 갑니다.
    화사한 봄빛과 같이 더 밝고 아름다운 내일이 있을 우리 회원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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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ny 2008-03-17 12:48:59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글로 인해서 소수 악독한 조선족동포로 인하여 씌여진 선한 다수의 조선족 동포의 오명이 씻겨 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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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수중 2008-03-17 17:24:53
    물론 찬이아빠님 같은 분도 계시죠... 하지만 조선족을 욕하는 사람들은 전반적인 조선족의 조선족의 수준에 대해서 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언론 통제를 당하면서 제대로 된 사실도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중국 편을 드는 조선족들 얼마나 많습니까...
    본문글에 반박해보자면...
    후진타오 중국 방문때 한인협회에서 한복빌려 오성홍기 들고 월스트리트 돌아다닌것들도 조선족입니다....
    영국에서 관광체류비자 6개월을 3개월로 줄일려고 준비중인것도 무분별한 조선족의 한국인 행세때문이라는거 (불법여권으로 불법체류)... 그 역시도 조선족 때문입니다...
    오래전 한국 사람들이 외국 나가서 실수하면... i am japanese... (애국심의 발로라고 해두죠)라고 많이들 그랫죠... 하지만 조선족은 그 상황에서
    i am korean 이라고 한다는거 다들 아시지 않나요?
    한국측에서 조선족에게 입국 할수 있는 혜택을 주는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또 그것을 중국내 다른 민족이 얼마나 부러워 하는지 잘 알면서도..
    돌아가면 한국을 헐뜯으면서 욕하는 인간들도 조선족입니다...
    한국은 땅덩어리가 작아서 소인배들이 많다고 말했던 제가 만났던 그 개새끼도 조선족 이엇습니다...
    영국에서 탈북신청 까다롭게 만드는 인간들도 수 많은 조선족들이 무조건 탈북자라고 우겨서 더 까다로워 지고 있다는 말도 들은적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중국 동포니 어쩔때만 해도 사람들 찬성쪽에 대부분 무게가 실렷지만 뚜껑 열어보니 그들은 한민족이 아닌 중국인 이엇씁니다..
    한국인이 중국 욕을 하면 얼굴 뻘개져서 반론 제기하고 중국인이 한국욕을 하면 맞장구 치면서.. 같이 욕하는 사람들이 제가 만나봤던 조선족 (3놈)이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싶어서 조선족 사이트 가보고 정말 실망하고 조선족은 중국 짱깨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마음 정했던 저입니다...

    조선족 옹호 댓글에 자동적으로 반론 제기 하게 되는 저도 웃깁니다만...
    휴~ 서로간의 생각 차이겟지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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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 2008-03-17 18:45:34
    조선족이라...후.
    생각만해도 치가 떨립니다..오한이 납니다..제가 운이 없어서 인가요??
    아니면 ????
    3년전 2년전 북송동생을 도우려고 없는돈을 꾸어가면서 마련한돈을 조선족 친척한테..홀딱 떼우고..피눈물을 흘리고..
    2년전 꽁꽁 묶어놓고 경찰한테 북조선사람이라고 고발하고 노트북.금품.사전/한국입국비용까지 몽땅 가지고 간것도 모잘라 무리로 달려들어 때리고..패고..
    또 목숨만 건지려고 달아난곳에서 또 한국인한테 팔아먹으려고 수작질에 농간되고..악몽을 꾼것 같습니다..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한들 저한테는 조선족들은 악의 인간들입니다.
    중국에서 5년동안 ...생각만해도..꿈찍합니다..
    제발 그들한테도 똑같이 해주고 싶습니다..불법체류라고.고발하고 싶습니다.
    수만명 탈북처녀들의 순정을 빼앗아 가도록 여기저기 팔아먹고..죽이고 강탈하고..치가 떨립니다..이글을 삭제해주십시오..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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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영합니다 2008-03-17 21:54:43
    위의 몇분들은 저보다도 더욱 심한 배신감을 느끼셨군요..바로 이런게 현실이고 진실인데..뭐 대략 이쯤이면 "통일로"님이 한번쯤 짱깨 대변인 노릇을 하셔야 하잖습니까? 뭐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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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걸 풀면 천재로 인정해줄께~~~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