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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일성생일 즈음에 南드라마 단속 강화, 이유는?
데일리NK 2016-04-15 14:35:00 원문보기 관리자 1622 2016-04-20 09:08:09

오늘(15일)은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는 김일성의 생일이다. 북한 당국은 일찍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제’ ‘제18차 김일성화축전’ 등을 차례로 개막하고 연일 노동신문에 김일성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면서 김일성의 생일을 성대하게 기념하기 위한 선전에 열을 올렸다.

이처럼 해마다 벌어지는 호화스런 생일잔치에 북한 주민들은 “피땀을 짜내는 고통을 매년 감내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일성의 생일기념 행사를 성대히 치르기 위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거 동원해 강제 노동을 지시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 부담까지 짊어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은 3월부터 김일성의 생일을 맞이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일제히 환경 미화작업에 들어간다. 이 기간에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주민들이 꽃과 나무심기 작업에 동원된다.

생일기념 행사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것 역시 주민들의 몫이다. 북한 당국은 1990년대 후반 대기근 시기를 기점으로 김일성의 생일기념 행사에 필요한 준비 물자와 선물을 생산할 능력을 잃자, 직장인과 인민반원, 소·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과 쌀, 토끼 가죽, 약초, 유색금속 등을 걷어 들이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특히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진행 중인 70일 전투에 맞춰 북한 당국이 이미 각종 노동 작업 및 당 자금 상납까지 지시한 상태라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김일성 생일 전에는 비사회주의 범죄 단속반, 이른바 ‘비사그루빠’까지 각 지역에 파견해 각 가정을 일일이 단속하는 데 나선다. 술을 제조하거나 외국 영화 및 드라마를 보는 경우, 또는 복장이 불량한 경우를 세세히 단속해 벌금을 물리는 것이다. 이렇게 거둬들인 벌금은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 건설이나 행사 준비, 선물 생산에 자금으로 쓰인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회령 출신 탈북민 이선일(가명) 씨는 데일리NK에 “북한 당국이 4·15 명절을 맞이해 각 조직에서 높은 성과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어 “4월 초부터는 각 지역에서 김일성 동상과 관련한 사적비 주변에 꽃과 나무들을 심어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직장인과 학생들은 이 작업을 위해 낮에는 일과 공부를 하고, 새벽에는 인민반의 호출에 따라 새벽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심지어 각 직장과 인민반, 학교들에서 저녁마다 모임을 열어 개인들에게 과제(돈, 준비물 등)를 내도록 한 후, 이를 제출한 순서를 표시한 경쟁도표를 보여주면서 미처 과제를 내지 못한 이들을 재촉하기도 한다”면서 “그것도 부족해서 생활총화가 있는 날에는 과제 미달자를 불러다 세워놓고 집단 사상비판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명절 전에 파견되는 비사그루빠도 정당한 단속을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주민들에게서 돈을 빨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이 외국 비디오를 많이 보는 시간대에 일부러 정전을 시킨 후,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 녹화기(CD플레이어) 안에 있는 CD를 적발해낸다. 비디오 시청 중 갑자기 정전이 되면 녹화기 안에 있는 CD를 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탈북민 심혁준(가명) 씨는 “중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에게는 청년 동맹에 가입시켜주는 조건으로 토끼가죽 6매와 고철 10kg 등을 내라는 지시가 떨어진다”면서 “이 과제를 다 바친 학생들은 우선 선발돼 청년동맹에 가입되며, 과제를 제 때 다 내지 못한 학생들도 계속되는 경쟁과 독촉에 못 이겨 결국엔 과제물을 내게 된다. 당국이 학생들의 돈 마저 어떻게 해서든 다 빼먹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탈북민(함경북도 무산)도 “북한 주민들은 4·15일 행사를 앞두고 태권도와 율동체조 안무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충성의 노래 모임이나 궐기대회와 같은 각종 행사에도 참가할 것을 강요받는데 주민 대부분이 이에 불만이 많다”면서 “특히 여자들은 경축 행사를 준비하는 내내 저고리와 치마를 입어야 하는데, 북한의 4월 날씨는 한국처럼 따뜻하지 않아서 여성들이 매우 싫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들은 3000원 정도 되는 돈을 받으며 쌀 1kg도 살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를 정돈데, 이에 반해 환경 미화 작업과 여러 경축행사 준비물 구입에 써야 하는 돈은 월급을 훨씬 넘어선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건 아이(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주민들이 겉으로는 정권의 계속되는 강제 요구들을 실천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허구한 날 충성의 노래모임이니 이런 것들만 하느라 장사도 제대로 못하는 데 대체 어디서 돈이 나 상납을 하겠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당국이 주는 것도 없이 인민들의 등골만 빼먹는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애 인턴기자(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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