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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에서 졸업까지 全과정에 뇌물 필수…“北당국이 조장”
데일리NK 2016-10-13 15:40:30 원문보기 관리자 1309 2016-10-19 21:24:19

부정청탁을 철폐하겠다는 취지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불과 2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법 시행 이후 밥값, 술값 등에 대한 더치페이(Dutch pay) 문화는 물론 저렴한 선물을 선호하는 흐름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교육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생(또는 학부모)은 교사에게 커피 쿠폰(기프티콘)조차 선물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스승의 날’에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지도 못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성이 워낙 강한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제재대상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김영란법 시행이 불러온 변화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 선생’이 지난 달 30일부터 6일 동안 학부모 628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법 시행으로 교사에게 선물과 간식, 식사 대접 등이 금지된 데 대해 응답자의 66%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 찬성 이유로 ‘학부모 간의 경쟁 심리를 줄일 수 있어서’라는 답을 내놓은 응답자들은 선물 준비와 관련된 비용과 ‘남들만큼 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히 컸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교육현장은 어떨까. ‘내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북한도 다르지 않다.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내 아이’의 스승에게 약소한 선물 등 감사의 뜻을 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에선 뇌물 상납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있다. 또한 이 부분이 사회적으로 공식화돼 있으며 각종 사회적 문제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대학입시는 물론 좋은 성적의 보장 여부 등도 뇌물로 결정되고, 이는 북한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목격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뇌물로 입학을 보장받는 것은 북한의 최고 대학이라는 김일성종합대학 입시에서도 드러난다.

교원출신 탈북민 김철명(가명·2008년 탈북)씨는 “김일성종합대학에 가려면 평양에 있는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자는 5000달러, 지방소재 고급중학교 졸업자는 3000달러를 내야한다”면서 “뇌물은 입학시험 때 들어가는데, 김일성종합대학에 힘쓸 수 있는 중앙당 교육부 간부에게 5000달러, 여기저기 500달러씩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입학정원이 매년 다르고 평안북도의 10위권 학생 중 5명을 뽑는다고 가정하면 2대1의 경쟁률이 된다”면서 “이런 경쟁률 때문에 대학입학에 들어가는 뇌물비용이 계속 올라간다. 잘 사는 집안의 학부모들이 학교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니 학부모 사이에서도 라이벌 의식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평양의 학생들은 김일성종합대학을 1순위로 희망하는 데 비해 교육청은 각 도시군 교육청에서 입학정원을 지역별로 분할한다. 간부 자녀라고 해도 모두 입학할 수 없고 경쟁률이 높아 평양지역 입학비용(뇌물)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일선 학교를 살펴보면 구조적 병폐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1990년 후반 대아사기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학생들은 이른바 교사의 ‘생산 수단’이 됐다. 배급이 끊긴 상황에서 당이 각 도시군 교육청에 자력갱생을 지시하다보니 일선 학교의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뇌물을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사실상 당국이 뇌물 수탈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2008년에 탈북한 최진화(가명) 씨는 “학생들이 돈(뇌물)을 내기 위해 장마당에서 구루마꾼(손수레꾼)을 했다”면서 “물건을 사면 구루마를 끌어다 주기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돈을 벌었다. 물론 직접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고학년의 경우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학교자체도 못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최 씨는 “담임교사라는 직업 선호도가 올라갔다”면서 “수익(뇌물)이 창출되는 시기는 입학식과 졸업 시험일이고 담임을 못한 교사들은 수익 구조가 작아진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는 할당된 돈을 받는 가하면, 학부모에게 추가 돈을 요구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당국은 이런 현상(뇌물상납)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국가에서 주는 게 없다보니 안 먹힌다”면서 “교육현장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뇌물은 보편화 되어 있는데, 당사자에게 직접 가져다주지 않고 간부의 아내에게 몰래 준다”고 덧붙였다.

김지승 인턴기자(북한대학원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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