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新식품공장 사장의 고민…“생산은 ‘꽝꽝’ 판매는 ‘꽁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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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시민 식생활향상을 기치로 국산 식품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평양시민이 고급 외제 과자에 이미 길들여졌다는 추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이 아닌 ‘인민애 선전’ 가능 지역에 먼저 공급하는 등 판매시장 제한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수도 시민의 생활수준향상을 강조하면서 최근 몇 년 새 평양시에는 종합 식품공장만 여덟 곳 정도 완공됐고, 이곳에서는 당과류와 빵, 쵸콜레트(초콜릿) 등 각종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생산은 꽝꽝 잘 되지만 판매가 잘 되지 않아서 문제”라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의 ‘먹는 문제 질 향상’ 정책에 따라 평양시 인민위원회와 구역인민위원회는 돈주(신흥부유층)가 제출하는 공장건설계획서를 허가해줬다. 당국에서는 김일성·김정일 생일 등 국가 명절 시기 및 육아원·애육원에 공급 담당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돈주들은 시장에서 얻은 이윤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판단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식품 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에 따라 만경대구역에만 ‘경흥은하수식료공장’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선흥식료공장’ 등이 지근거리에서 사탕과 과자, 햄, 순대, 맥주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낙랑구역 대형 ‘강냉이 가공공장’에서는 옥수수로 국수와 과자를, 보통강구역 ‘운하대성식료공장’ ‘보통강묘향상점’ 등지에서는 100여 가지의 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돈주들은 여기서 ‘시장의 힘’을 과신했고, ‘국가 계획’ 부분을 간과했다. 북한 당국은 평양시민과 체육인, 애육원 공급에만 관심을 두면서 시장 판매량을 한정하는 등 판매전략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소식통은 “(당국은) 평양시 이외 다른 지역으로의 판매도 금지했고, 수출도 막아놨다”면서 “식품 공장은 지속 늘어나고 있는데, 소비시장은 그대로니 공장 입장으로서는 자금유통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국산화만 강조하지 말고 식품을 국제시장과 국내시장 판매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면 평양시에도 이득 아니겠나”라면서 “민심 잡기 몰두하면서 ‘선물 정치’에만 신경 쓰고 있으니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평양시 부유층이 북한산 식품을 잘 사먹지 않는 부분도 공장 사장 입장에서는 문제다. 소식통은 “자본주의에 맛들인 갑부들은 국산 식품이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거들떠도 안 본다”면서 “또한 고위 간부들에겐 용성특수식료공장에서 생산된 식품이 공급되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민들도 명절용으로 공급된 식품만 그때 먹으려 하지, 국산 식품을 일부러 찾는 사람은 드문 것”이라면서 “어쩌다가 함경북도를 비롯한 국경지역에 평양식품이 유입돼도 밀수나 무역 등을 통해 유입된 중국이나 한국산 과자에 밀리기 일쑤”라고 소개했다.
설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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