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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시장화 부작용…“北학생들, 학업 아닌 장사에 더 관심”
데일리NK 2017-01-19 16:54:00 원문보기 관리자 1305 2017-01-23 22:38:38

최근 북한 전역에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10대 청소년들마저도 골목시장이나 돈주(신흥부유층)가 운영하는 기업소에서 돈벌이를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 전역에서 확산되는 ‘황금만능주의’로 온 가족이 돈벌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당국이 각종 명목으로 주민들을 동원함에 따라 자녀가 직접 장사에 나서기도 한다는 것. 지역이나 가정 형편에 따라 돈벌이 업종이 다르고 참여시간도 상이하지만, 학생들마저 ‘장사꾼’으로 변하는 행태는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여기(북한) 아이들은 기초 학습을 마치고 나면 장사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배급이 끊긴지 오래고 이젠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니 아이들도 장사 기술부터 익히려 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지난해에는 ‘70일 전투’니 ‘200일 전투’니 하는 게 많아 장사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빈자리를 자녀들이 채우는 일이 많았다”면서 “오전에 학교 공부를 마치고 나면, 오후에는 부모를 대신해 골목시장에 나서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장사 문화’는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에서 서로의 장사 경험이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각자 가져온 물품을 흥정하며 거래까지 한다는 것. 북한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기초 소양이나 사상 교육을 받는 곳이 아니라 그저 쏠쏠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셈이다.

소식통은 “학급 내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골목시장보다 흥정이 쉬워 부모들도 굳이 (학생들 간의 거래를) 말리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필요한 물건은 학교에서 구해 쓰라고 할 정도”라면서 “학생들 가방에는 책 대신 껌이나 사탕, 수첩 등 학급 동무에게 팔려고 가져온 물건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생계형 이유 외에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각종 모금이나 지원품 마련을 위해 돈벌이에 나서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학교에서 시설물 보수니 기자재 구입이니 하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다. 교원(교사)들이 부족한 월급을 충당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돈을 걷기도 한다”면서 “말이 무상교육이지 학생들 공부할 시간까지 빼앗으며 장사를 시키는 곳이 학교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데일리NK는 16일 함경북도 회령시 일부 학교에서 ‘겨울 방학동안 컴퓨터 구매비용 마련’을 방학 과제로 부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교사들이 가장 비싼 ‘컴퓨터’를 구매하겠다며 학생들에게 ‘최고가’ 기준 구매비용 마련을 지시해놓고, 실제로는 중고품이나 질이 떨어지는 컴퓨터를 구매한 뒤 그 차액을 착복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장사에 나서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청소년의 돈벌이 행위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고 한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몇 년 전만 해도 장사하는 학생들을 두고는 ‘부모가 못난 탓’이라는 동정 어린 시선이 대부분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줄 알고 앞가림도 잘 한다는 평가가 더 많다”고 소개했다.

물론 이를 빈부격차의 결과로 보는 시선도 많다. 소식통은 “돈 잘 버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또래들이 장사하러 나갈 때 사교육을 받으러 간다”면서 “나라의 기둥으로 세워야 할 아이들이 벌써부터 격차를 실감하고 공부대신 돈이나 벌자는 식의 생각을 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학생들 사이에서 돈벌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 비해 그에 맞는 보호 장치가 부재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 오로지 자본 논리에 의해 청소년들을 고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착취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돈주가 운영하는 개인 기업소 일자리는 시장가격으로 월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국영공장과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일자리로 간주되지만, 그만큼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돈주들은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해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일부 청소년들은 돈주가 운영하는 기업소에서 전업 형태로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식의 고용은 원래부터 불법이기 때문에 근무 여건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수당 인상을 요구하면 가차 없이 해고하는 등 돈주가 각종 횡포를 서슴없이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돈벌이 문화가 자칫 범죄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돈벌이에 나섰던 학생들 여럿이 한 조를 이뤄 밀수나 절도 같은 범죄 행위에 손을 대는 일도 생긴다는 것. 소식통은 “애초 불량배가 아니었던 아이들이 돈벌이에 집착한 나머지 범죄유혹에 쉽게 넘어가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방치 속에 아이들의 ‘교육권’은 침해당하기 일쑤다.

소식통은 “최근 들어 현장실습이나 토론수업을 진행하는 등 교육을 중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걸핏하면 학생들을 동원하면서, 아이들이 장사에 나서는 일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이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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