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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우상화 과욕, ‘통치 정당성’ 의구심 증폭 자충수될 것”
데일리NK 2017-02-02 10:09:09 원문보기 관리자 707 2017-02-13 23:16:11

북한 김정은이 집권 6년차를 맞아 본격 자신의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조짐이지만, 백두혈통이나 카리스마, 인민애 등을 강조한 선전 방식이 오히려 체제를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자신을 선대(先代)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과욕이 되레 통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집권 5년간 김정은이 모순투성이의 우상화 행보를 보여 왔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인 게 혈통 선전이다. 김정은은 자신이 김일성·김정일을 계승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백두혈통을 지속 강조해왔고, 오는 8월 ‘2017 백두산 칭송대회’를 계기로 백두산에 김 씨 3부자의 비석을 세울 계획을 밝힌 상태다.



▲북한은 김정은(사진)이 3살 때부터 사격을 했다는 등 어렸을 때부터부터 비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할아버지 김일성과 함께 있는 모습은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사진=조선중앙TV

하지만 정작 김정은은 생모 고영희의 존재를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각시키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가 강조될 수도 있다는 우려로 본인의 생년월일까지 숨기고 있다.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정치를 통해 정통성을 부각하려고도 하지만,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 한 장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의 호전적인 통치 스타일도 우상화에 ‘독’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어린 나이에 고령의 간부들을 이끌기 어려웠던 김정은은 ‘공포정치’라는 카드를 꺼내 권력을 다지고자 했지만, 이는 결국 주변에 그저 살아남기 위한 ‘과잉 충성’만 남겼다. 권위 확보를 위해 내세운 카리스마가 오히려 수령 우상화의 필수 요소인 엘리트들의 운명공동체 의식마저 희석시킨 셈이다.

인민애를 내세운 우상화 선전도 주민들 눈에는 ‘허울’뿐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함경북도 대규모 홍수 당시 노동신문은 연일 인민애 선전에 열을 올리며 복구 작업을 독려했지만, 정작 김정은은 끝내 수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도 인민애 선전 효과를 감소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장사를 통해 먹고 사는 주민들은 당(黨)과 수령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이처럼 도통 우상화 명분으로 내세울 게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김일성·김정일식(式) 우상화를 따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항일 빨치산 운동 경력을 내세웠던 김일성과 달리 김정은에겐 이렇다 할 치적 활동이 없다. 또 20여 년간 김일성 곁에서 정치 기반을 다져온 김정일에 비해 김정은은 측근도 모를 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던 후계자였다.

이와 관련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데일리NK에 “북한의 우상화는 절대적인 충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령의 사상적 능력이나 지도력, 정책적 능력을 부각시켜야 하는데 김정은에게선 이런 것들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면서 “김정은을 선대와 같이 전지전능한 존재로 절대시 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위원은 “김정일만 하더라도 일찍이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주체사상 정립에 관여하려 했고, 이는 곧 김정일을 사상이론의 영재로 부각시키는 데 활용됐다”면서 “하지만 김정은에게서 사상적 혹은 정치적 능력을 기대하는 엘리트나 주민들은 많지 않다. 백두혈통이나 인민애 등도 궁여지책으로 찾은 우상화 방식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급격한 우상화를 쉽게 시도하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체제 특성상 통상적인 충성 독려 사업은 진행하더라도 민심 이반을 우려해 지나친 우상화는 지양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한 매체에서의 김정은 호칭 변화나 기록영화 방영, 우표 발행 등을 근거로 올해 우상화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이는 북한이 최고지도자에 대해 늘 해오던 선전 작업 수준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일도 자신의 얼굴을 새긴 배지를 50번째 생일(1992년 2월 16일)에 제작했지만, 그마저도 간부들만 달게 했을 뿐 대중적인 보급은 2000년대 들어서야 시작했다”면서 “김정은이 이제 막 30대 중반에 접어든 상황에서 고령의 간부들을 뒷전으로 한 채 자신을 할아버지·아버지 수준만큼 신격화 하려 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도 “김정은이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갖고 있던 여러 우상화 명칭들을 제 이름 앞에 붙여갈 가능성도 있고,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준비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이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지 이를 금년이나 빠른 시일 내에 전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원장은 특히 “김정은이 올해 초 자책성 발언을 한 건 이제까지의 우상화 패턴에서 크게 벗어난다. 북한 연구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말이 안 될 정도”라면서 “김정은 본인이 생각했던 대로 우상화가 착착 진행되지 않으니 능력 부족까지 탓한 것으로 보인다. 수령으로서 우상화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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