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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평양에도 ‘김정남 피살’ 소문…아이들까지 ‘말레이 말레이’”
데일리NK 2017-03-09 10:23:20 원문보기 관리자 3503 2017-03-13 21:21:12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에 관한 소문이 북중 국경지역을 넘어 평양을 비롯한 내륙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소문 차단을 위해 국경지역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삽시간에 퍼지는 입소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특히 김정남 사망 사실과 함께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의 추방 소식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조(북한)중 국경지역에서는 화교(華僑)들이나 무역업자들이 (김정남 피살) 소문을 퍼뜨렸다면, 평양에는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온 대표부들이 소문을 몰고 왔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은 이어 “대표부들은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 외국 소식을 신속하게 접할 수 있다”면서 “(김정남 피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이들이 돌아와 하나 둘씩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대표부들은 외교관 신분은 아니나, 외무성 소속으로서 외화벌이를 담당하고 있다. 건설 대표부, 림업(임업) 대표부 등 분야별로 해외에 파견되는 식이다. 이들은 주로 북한 노동자들을 현지 공장에 투입시키고 조율하는 ‘인력시장’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당국이 함구령을 하달하면서 감시를 강화하는 만큼 대표부들이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이 아내나 친척에게 비밀리에 전했던 말들이 밖으로 새어나가, 어느새 평양 전역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소식통은 “밖에서 얻어온 얘기들을 대놓고 하긴 어렵지만,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 간에 ‘우리끼리만 하는 얘기’라고 떠들다가 소문이 확산되는 것”이라면서 “특히 대표부 안해(아내)들은 남편에게 들은 얘기를 시장에 나가 수다거리로 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정남 피살 사건에 관한 소문이 확산되는 데는 시장이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물자 확보를 위해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던 장사꾼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가 듣고 온 소식들을 주고받는 식으로 소문이 퍼지게 되는 것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장마당에선 벌써 ‘말레이시아’가 흔한 말이 돼 버렸다”면서 “장사꾼들은 물론 어린 아이들까지 ‘말레이, 말레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일찍이 북중 국경지역 시장에선 김정남 피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직후 관련 소문이 돌기 시작한 바 있다. (▶관련기사 : 北당국, 김정남 피살 함구…주민은 “객지서 돌연 사망” 관심)

소식통은 “장마당 매대는 무수히 많은 소문이 집결되는 곳”이라면서 “원수님(김정은) 형님이 말레이시아에서 죽었고, 말레이시아에 나가 있던 간부(강철 대사)가 추방됐다는 소문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주민들이 강철이란 이름까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이어 “주민들도 ‘추방’이란 건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받게 되는 벌이라고들 알고 있다. 누가 실수를 하면 농담 삼아 ‘넌 추방 감이다’고 말할 정도”라면서 “어떤 이유인지는 자세히 모르더라도, 나라를 대표해 파견됐던 외교 간부가 추방됐다는 걸 보면서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라는 생각을 주민들도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평양 소식통도 “아무리 통제가 심하다고 해도 여기도 인간사는 세상”이라면서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고 와 소문을 내고 싶은 심리는 어디든 같다. 이번 사건은 특히나 주민들이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기 때문에 소문이 유행처럼 빠르게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평양 시민들은 김정남을 ‘후계자 분’ 혹은 ‘자제 분’이라고 존칭어를 붙여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들에게 있어 이번 사건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김정남 피살 사건 소문의 근원지였던 북중 국경지역에선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면서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대북 소식통은 “며칠 전까지 김정남 피살 사건을 갖고 떠들던 (북한) 무역 일꾼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면서 “대놓고 물어봐도 ‘모른다’고 답하며 피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신의주나 회령 쪽 무역일꾼들과 통화하는 것도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전화를 해도 무역 얘기만 하지 이전처럼 정세에 대한 말은 일절 하지 않는다”면서 “더욱 엄격한 감시 장치가 들어선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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