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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 신음하던 北무역상들, ‘화성-14형’엔 돌연 ‘반색’”
데일리NK 2017-08-09 17:29:09 원문보기 관리자 2467 2017-08-24 22:42:05

북한의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 나가있는 북한 무역 대표부들이 앞 다퉈 ‘화성-14형’을 비롯한 핵·미사일 개발을 선전하고 있다고 데일리NK 대북소식통이 알려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 파견 무역업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직후 한동안 국제사회 눈치를 보느라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지만, ‘화성-14형’ 발사 이후부터는 되레 먼저 말을 꺼내며 핵·미사일 개발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소식통은 기존에 알고 지내던 무역업자들 대다수가 최근까지 대북제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는 했지만, ‘화성-14형’ 발사 이후로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체제 선전과 핵무력 과시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대북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중국 주재 북한 무역 대표부들이 ‘경제난과 어려움 속에서 이제는 미제(미국)놈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경제만 발전시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한 무역일꾼은 ‘미국과 대등한 핵·미사일 강국이 됐으니 이제는 완성된 무기 개발에 공들이는 것보다는 경제를 살리는데 당(黨)이 집중하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나타냈다”면서 “지금은 중국도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것도 조만간 풀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특히 소식통은 무역 대표부들이 ‘화성-14형’ 시험발사 직후부터 관련 소식을 유독 발 빠르게 선전하고 나선 데 주목했다.

통상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대표부들은 핵·미사일 개발 선전 등 체제 홍보에 나서더라도 해당 국가 주재 북한 영사관의 ‘지도’를 먼저 받아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국가적 사건이 터지면 북한 당국이 해외 주재 대표부들을 영사관에 집결시킨 뒤, 생활총화와 유사한 ‘교육보도’ 시간을 가지며 관련 사안을 어떻게 설명하고 다녀야 할지 가르쳤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보도’ 과정을 거친 무역 대표부들은 다시 각 무역회사 소속 무역일꾼들을 소집해 총화를 진행하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과정을 모두 거칠 때까지는 사실상 북한 대표부라 할지라도 섣불리 국가적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되지 못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무역 대표부들은 당국으로부터의 특정 지시를 받지 않는 한 핵·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얘기를 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 속에서 핵무력을 과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엔 ‘화성-14형’ 시험발사 직후부터 체제 홍보에 여념이 없다. 사전에 대외에 체제 선전을 하도록 지시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소식통은 이어 “제재 때문에 살기 힘들다며 핵·미사일 개발에 관한 말을 삼가던 무역일꾼들까지 ‘화성-14형’을 자랑하고 나선 게 특이한 점”이라면서 “‘우리(북한)는 제재에도 끄떡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국이 무역일꾼들까지 동원하고 나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내부 주민들은 ‘화성-14형’을 비롯한 핵·미사일 개발에 관해 해외 주재 북한 대표부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달 북한을 방문했던 한 중국인 대북 소식통은 “북중 접경지역에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하나 같이 ‘관심 없다’는 반응이었다”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더 강한 제재가 내려질 것이란 소식이 바깥에서 들리는데, 어느 주민이 수억 달러를 쓰는 미사일 개발을 환영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또 “주민들은 ‘핵으로 잘 살 수 있다’는 당국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면서 “하루하루 장사를 통해 먹고 사는 주민들에게 핵이니, 미사일이니 하는 건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북한 당국은 연일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선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4일 첫 시험발사를 강행한 이후 미사일 개발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음악회를 여는 등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를 고조한 데 이어, 첫 시험발사일을 ‘7·4혁명’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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