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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초 겨울 열병식…“군인 고통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데일리NK 2018-02-01 16:59:03 원문보기 관리자 2991 2018-02-27 23:30:01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여군 취주악대 연주 모습. /사진=연합

북한이 오는 8일 변경된 인민군 창건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열병식에 군인 5만 명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한파 속에서 대규모의 북한 군인들은 어떻게 열병식 연습을 하고 있을까.

1997년 4월 25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선발돼 종대 훈련을 받았던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 김정아 씨는 1일 데일리NK에 “이번 2월 8일 열병식은 북한 역사상 겨울에 열리는 첫 열병식”이라며 “현재 미림비행장에서 연습하고 있을 북한 군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의 열병식은 보통 4.15 김일성 생일 또는 4.25 창군절, 7.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일), 8.15 해방일(광복절), 9.9 정권수립일, 10.10 노동당 창건일에 개최된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당국이 갑자기 건군절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변경하면서 최초의 겨울 열병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 씨는 “4월 15일 태양절만 해도 열병식을 준비하기에 너무 춥고 군사 무기들을 이동시키기도 어려워 정주년이 아니면 4.15 열병식도 흔치 않았다”며 “2월 8일 열병식은 상상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건군절 변경이라는 의미를 내세워 열병식을 하겠지만 내년 2월 8일엔 열병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북한에서 열병식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전부터는 예비 훈련에 들어가고 4개월 전부터는 평양 미림비행장에 집결해 실전 연습에 들어간다고 한다.

김 씨는 “미림비행장 훈련 시에는 최소 7000명에서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천막을 치고 숙식을 하기 때문에 식사뿐만 아니라 화장실, 샤워 시설 등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외 천막생활을 4개월가량 하다보면 훈련 도중 건강상의 문제로 중도 탈락하는 인원이 많다”고 전했다.

김 씨도 열병식 훈련 참가 3개월 만에 영양실조로 쓰러져 결국 열병식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는 “엄격한 신체검사를 통해 건강한 사람들을 선발하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훈련을 끝까지 못 견디고 쓰러질 만큼 혹독할 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연습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출신성분이나 생활기록은 물론 엄격한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열병식에 참석할 군인을 선발한다. 우선적으로 남자의 경우 키 170cm, 여군은 162cm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열병식에 참여할 군인을 선발할 때마다 키 큰 사람이 부족해 기준 이하의 인원까지 보충하는 경우가 많다.

또 건강 기록을 통해 위장 질환, 간 경변, 영양실조, 치질에 걸렸던 사람은 물론이고 입병을 앓았던 사람도 뽑지 않는다. 입병을 앓았던 사람의 경우 위장 질환과 연관돼 있고 체질상 면역력이 약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매일 아침 8시부터 야간 훈련까지 하면 밤 10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의 훈련을 견디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식사를 하자마자 혁대를 조이고 훈련을 하기 때문에 군인 대부분은 위장병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또한 “반복된 제식 훈련으로 몸에 멍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사타구니가 쓸려서 피오줌을 싼다”고 전했다.

열병식 훈련 중 구타를 당하는 일도 흔하다. 김 씨는 “팔과 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내리는 동작을 300명에 달하는 한 종대가 실수 없이 해야 하기 때문에 지휘관들이 머리든 팔이든 회초리로 때리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이렇게 힘들게 진행되는 열병식 훈련에 비해 군인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열병식에서 입을 예복과 행사가 끝난 후 한 달 정도 휴가가 지급되는 게 전부다. 또 열병식이 끝난 후에는 열병식 과정의 어떤 일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써야만 한다. 

김 씨는 “이번 2월 8일을 위해 한파 속에서 연습하고 있을 북한 군인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며 “더욱이 이번엔 준비 시간이 촉박해서 훈련 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셀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열병식은 참가자들에게 정식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심각한 인권 유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열병식 훈련장에 천막촌이 없어서 규모가 축소된 게 아니냐는 보도에 대해 김 씨는 “만약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무기 도열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서 “인원을 줄이면서도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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